[더 팬] 2001 6월호 인터뷰
<유 희 열 과 사랑에 빠지다 >
측근 한 명이 인생상담을 해오는 바람에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잤다는 유희열은 조금 피곤해보였다. 라디오디제이를 그만둔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겠다는 약속을 또 못지킨 셈이었다. 워낙 먼동이 터 오는 아침에 자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는데다 그렇게 한번 자야할 시기를 놓치면 일찍 잠들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인터뷰 때문에 겨우 일어났다는 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오랫동안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음악도시>를 그만두었는데, 그만 둔 뒤에도 습관적으로 방송국으로 향했던 적은 없어요?
방송국으로 향했던 적은 아직 없구요, 시계 보면서 '어'하고 가야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11시정도 되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약간 초조해져요.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몇가지 증상이 있어요. 언제 어디서건 차안에 있을때도 12시만 되면 라디오를 틀게 되요. 그리고 시그널뮤직이 나오면 왠지 모르게 뭔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히죠. 중간 시그널뮤직이 나올때도 '여기는 FM 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 꿈꾸는 도시를 그려봅니다' 등.. 매일 했던 멘트는 그 시간이 되고 그 음악이 나오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소라씨 목소리가 생격하게 느껴지고 저거 내가 해야 되는데.. 라고 생각하죠.
- 디제이를 그만둔 것에 대해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 아쉬움에 대해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를 보니 '아쉬움은 곧 익숙함으로 바뀔 것이다'라는 멋있는 멘트를 했던데요?
그 말, 제가 뱉어 놓고도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적어놓아야 되겠다 싶을 정도로 제 자신도 깜짝 놀랐죠.(웃음) 아직도 그립다, 목소리가 나올 것만 같다, 라는 소리를 들으면... 글쎄요. 솔직히 기분은 좋아요. 나란 존재가 뭐였길래 그렇게 크 의미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싶고. 예전에는 솔직히 고맙다는 생각을 잘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가끔씩 뭉클뭉클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했던 일이 참 의미있는 일이었구나 싶구요.
- 음악작업 때문에 디제이를 그만 둔 게 큰가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제 개인적인 문제가 더 커요. 첫번째는 건강이 너무 안 좋았고 생활도 바꾸어 보고 싶었어요. 방송을 할때는 12시에서 2시까지 생활중심을 맞추어야 하니까 저녁 7시나 8시에 방송국 갔다가 끝나고 퇴근하면 아침 7시에나 잠을 자게 되요. 그 생활패턴으로 3년을 넘게 지내다보니 건강도 너무 나빠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아주 제로상태가 되더라구요. 새로운 만남도 없고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얘기할 자리도 없고... 저 자신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는 게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방송도 좋은 의미지만 이제 그만 좀 쉬자 했죠.
- 항상 똑같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건 직장 같은 개념이라 창작하는 사람들한테는 나쁠 것 같아요.
창작만 놓고 봤을때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어떤 구심점이 되거든요. 특히 음악방송디제이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사실 음악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2시간씩 투자를 해서 음악듣기 힘들거든요. 음악방송은 신곡도 빨리 접할 수 있고 몰랐던 음악도 알게 되니까 좋아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시간대였던 거 같아요. 음악듣기에는 참 좋은 시간인데 나머지 개인적인 생활은 희생을 감수해야 되죠.
- 어렸을때부터 창작에 관심이 많았었나 봐요? 뮤지션 외에도 화가를 꿈꾸기도 하고 연극영화가에 진학할 생각도 했던 걸로 아는데...
지금 어떤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앞으로 문과대를 진학해서 어떤 직장을 잡고 싶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잖아요. 가수, 영화감독 등은 누구나 선망하는 일이구요. 제가 쉽게 더 그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그림을 그리거나 어떤 악기를 다룰 줄 알면 자기 자신이 끼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잖아요. 중고등학교때부터 밴드활동을 해서 그런지 공부쪽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세상 사람들 중에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연극영화과에 가서 연출공부를 해보고 싶다, 라고 얘기를 했던 거 같아요. 중학교3학년때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멋있잖아요. 그런데 희한하게 작곡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식구들이 봤을 때는 악기를 연주하니까 커서 딴따라가 될 것 같다. 라고 생각해서 권했던 거 같아요.
- 만화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특히 방송에서 <이나중 탁구부>얘기를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해요.
만화는 안가리고 모두 편인데, 액션이나 SF 물보다는 조금 특이한 시선이 느겨지는 걸 좋아해요. 특히 <이나중 탁구부>나 <크레이지군간>같은 경우는 내용에 페이소스가 있어서 아주 좋아하죠. 설정된 상황들이 조금 특이할 뿐이지 기교나 잔가지를 쳐내고 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나오거든요. 거기 나오는 인물들도 여학생에 대해 호기심은 많은데 뽀뽀 한번 못해본 평범한 중학생들이구요. 거기에다 상상 많이 하고 유치하고... 기본적인 설정 위에 덧붙여진 것들을 벗겨내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굉장히 슬퍼요. 그것까지 사람들이 알지 모르겠지만.
- 만화의 상상력과 감수성이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김장훈씨의 '난 남자다'라는 곡이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멜로디나 리듬 자체는 경쾌하고 웃긴데 가사를 보면 아주 비장하고 슬픈 것 말이에요.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더라도 아마 그렇겠죠. 특히 무언가 감추어져 있는 것들을 좋아하니까. 처음 들었을때는 모르지만 세번, 네번 들었을때 뭔가 다른 느낌이 나는 것들. 그리고 저는 원래 뭘 읽는다는 것을 좋아해요. 책 한권을 보더라도 아주 독파를 하죠. 어떤 한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결과물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모두 음악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만화 말고 좋아하는 것은 또 무엇이 있나요? 이것은 정말 내가 환장하는 것들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요.
잡다해요. 좋아하는 감각의 촉수가 여기저기 뻗쳐 있어서... 그래도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분모는 '여유'인 것 같아요. 여유가 있는 사람은 유머가 있고 그 유머에는 자신감이 표출되거든요.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어떤 면에 있어서는 겸손하고... 굉장히 복합적인 것 같은데 그 모든 것들 아우르는 것은 연륜을 통한 여유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의 작품은 제가 아주 재미있게 보면서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지만 미치도록 소장하고 싶고 모으는 것들은 여유의 냄새가 풍겨져나오는 것들이죠. 예를 들어 류이치 사카모토나 팻 매스니, 삐아졸라 등의 작품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저처럼 이렇게 메이크업을 하고 연출을 해서 아우라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데도 그냥 그런 것들이 생기죠. 그런 걸 보면서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 유희열씨는 스스로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전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요. 아직 멀었어요. 필드에 나온 지는 벌서 1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뭔가 나오려면 2.30년 은 더 있어야 돼요.
- 데뷔한 지가 벌써 그렇게 됐군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공식적인 데뷔는 92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나서지만 고등학교때부터 김장훈씨랑 밴드를 하면서 조동익씨를 알았던 걸로 알아요. 왜 굳이 그 대회에 참가했나요? 조동익씨가 심사를 맡고 있던 그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다른 식으로 음악활동이나 데뷔를 할수 있었을 것 같은데...
조동익씨랑 아주 친하지는 않았지만 장훈이 형 작업하면서 알고 지냈던 건 맞아요. 그런데 어느날 조동익 씨를 비롯해 주위의 몇분이 대회에 나가보지 않겠니, 라고 권유를 하더라구요. 노래를 잘 못 해서 나가기 싫다고 하니까 이번 대회가 너에게 어떤 계기와 도움이 될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셔서 나가게 됐죠. 또 그 전에 여자친구랑 학교를 가다가 <유재하음악경연대회>포스터를 봤는데 상금이 3백만원이더라구요. 92년도였으니까 그 돈이 얼마나 큰돈이에요? 여자친구가 한번 나가서 상금 타면 맛있는 거 사먹자, 라고 말하더라구요. 내가 나가면 또 타지, 라고 농담을 했는데 그것때문에도 한번 나가볼까, 하고 생각했었어요. 그 대회 출신이 음악 잘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하여튼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정으로 나가게 되서 대상을 탄 거죠.
- 그렇다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었어요?
그랬을지도 몰라요. (웃음) 사람들이 알아서 대상을 준 건지는 모르겠는데 끝나자마자 술을 사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형들이 상금을 타서 술을 먹자는 작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결국 상금의 반 이상을 술값으로 쓰고, 그 중의 또 반은 여자친구 선물 사주고 남은 돈으로 조그만 악기 하나 샀던 것 같아요.
- 이번 앨범 마스터링을 이태리 가서 했다고 들었어요. 외국에 나가 마스터링 한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꼭 이태리를 고집한 이유가 있어요?
고집한 건 아니에요. 모든 작업이 다 그래요. 거기 아니면 안된다, 라는 건 없어요. 마스터링이라는 것이 마무리 작업이거든요. 그냥 들어서 티가 확 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음반과 비교해서 사운드가 다르다는 정도죠. 국내에도 잘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외국이 더 발전돼 잇어서 욕심을 냈던 거에요.보통 마스터링을 위해서는 미국을 많이 가는데 미국은 발라드라는 장르가 없어요. R&B가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서정적으로 피아노가 나오고 사람목소리와 현이 나오는 우리나라의 발라드와는 다르다고 할수 있죠. 국내 성향의 가요와 비슷한 음악이 유행하고 제일 많이 해왔던 나라가 이태리예요. 스튜디오 자체도 검증된 곳이었구요. 그래서 이태리로 갔던 거예요.
- 이태리를 다녀온 후 방송에서 '이태리 여자들이 즐기더라'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팬들이 굉장히 궁금해 하던데요.
방송이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사건이에요. 이소라씨 방송에 나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팬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지 몰랐어요. 말도 안 통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냥 이태리 여자들이 나한테 뻑 갔잖아, 라는 식으로 농담한 거죠.
-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팬들 중에는 이번 이태리 행이 유학을 고려한 사전답사의 개념도 있지 않나 생각하던데요?
유학을 가고 싶기는 한데 '간다'라고 얘기한 적은 없어요. 유학을 가자면 이태리로 안가죠. 이번에는 순전히 일과 호기심 때문에 간거에요. 이태리 남부는 누구나 선망하는 지역이잖아요. 지중해도 떠오르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 < 빨간돼지>, < 혼돈>, <지중해>, <시네마천국> 등의 배경이 모두 이태리 남부였구요. 그런데 우린 북부로 가는 바람에 춥고 낭만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유학은... 글쎄요. 가게 되면 미국으로 가야죠. 음악이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니까. 그런데 유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중이에요. 그냥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낫겠다 싶고... 친구 중에 저랑 좋아하는 것들의 코드가 같은 김희수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의 친척들이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쪽에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그 족으로 가볼까 .. 아니면 가까운 일본을 갈가.. 아직 잘 모르겠네요.
-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좋은 사람'이 바로 그 김희수씨의 얘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던데... 그리고 곡의 분위기가 기존의 타이틀곡하고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기존의 타이틀곡은 가사가 슬프면 멜로디도 슬펐는데 이번에는 리듬이 경쾌해요. 대신 역설적인 슬픔이 있어요. 슬픈 걸 슬프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예를 들어 실연당한 사람이 있다고 쳐요. 그 사람은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픈데 다른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방 같은 곳에 가서 굉장히 신나게 노래부르며 춤을 추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그 상황이 얼마나 슬픈지... 그래서 이승환씨가 발라드버전으로 편곡해서 부른 곡도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데 다른사람들은 그 곡이 슬프다고 하지만 전 빠른 리듬의 곡이 더 슬퍼요.
희수도 '좋은 사람' 들을 때마다 자기 얘기여서 그런지 ' 너무 슬프지 않냐? ' 라며 좋아하구요.
- 희수씨가 이번 앨범의 쟈켓디자인을 해줬죠? 희수씨는 언제적 친구에요?
초등학교때부터 끊기지 않고 계속 만나온 친구죠. 그런 친구들이 10여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 부자시네요.
아뇨. 걔네들이 얼마나 가난한데요.(웃음) 유일하게 부티나고 성공한 사람이 저에요.
- 항상 앨범마다 객원보컬을 쓰는 이유가 곡마다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기도 하지만 자신이 노래를 못 불러서라고 했는데, 보컬로서 가지는 열등감은 없어요?
많죠. 주위에서 다들 인정하고... 노래를 잘 못 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불러서 맛이 나는 노래만 제가 부르는 거예요. 김창완 씨 노래 김창완씨가 불러야 맛이 나는 것처럼요. 얼마전엔 내추럴의 멤법 우형윤씨가 형이 불러야 하는 노래가 있다면서 노래 한곡을 불러달라고 부탁하더라구요. 진짜 노래 못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길래 제가 머라이어캐리 창법 아니면 안 한다, 그랬는데... (웃음) 노래가 아니라 거의 낭독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이에요. 특별한 사건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아뇨. 그냥 개인적으로 우울했던 기억이 많아요. 앞서 말했다시피 생활자체가 너무 단순했으니까. 누구를 만날 수도 없고 집에만 있다보니 우울했어요. 그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음악에 묻어나겠죠.
- 우리나라 대중음악 씬에서 느껴지는 우울함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전에 모 일간지에 쓴 글을 보니까 우리나라는 '테크노와 힙합을 섞은 반주에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댄스그룹' 과 '단조 스타일에 후렴부가 확실한 슬픈 발라드'로 이분화되는 경향 속에서 다양한 음악을 하기도, 듣기도 힘들다고 했던 게 기억나요.
힘들다는 게 우리가 하는 음악이 폭발적인 사랑을 받길 원합니다, 라는 것이 아니에요.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지 못한다는 거죠. 지금 당장 텔레비전이나 음악케이클 방송을 틀어봤을때 그 두가지가 안걸리는 음악이 없다고 보면 되요. 어던 새로운 음악이 나왔을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어, 신선해. ' 가 아니라 '뭐야? 이거 안 와 닿아.' 라고 반응하죠. 공식 자체에서 벗어나는 거니까.록이든 재즈이든 한분야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어야 전체적인 균형이 잡힐텐데... 우리나라 실정만 그런 것 같진 않고 세계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세계 대중음악 씬 자체가 암울한 상태에요. 비주얼이 아주 강조되다 보니까 음악은 뒷전이죠. 그 음악도 뮤지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에 의해 움직여지기 때문에 기획앨범이 판을 치구요. 기획앨범이라고 해서 컴필레이션 앨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나 춤은 이렇게, 의상은 뭐뭐뭐 하는 식 말이에요. 결국엔 음악을 가지고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발표해야 되는지, 음악은 들으라고 발표하는 건데 내가 좋아하는 곡만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죠.
- 한 뮤지션이 자신의 스타일을 한 가지로 잡아나가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대중들은 ' 그 사람 음악은 모두 똑같다. ' 라며 평가절하나는 것 같다, 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도 기억해요.
예를 들어 그거에요. 예전에 누구 좋아하셨어요? 소방차, 박남정, 조용필 씨등요? 지금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면서 자기가 좋아했던 것에 대해 부정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어 어렸을때 소방차를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누구 좋아하세요?' 라고 물으면 키스 자렛이나 팻매스니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 어린 시절에는 이런 우상이 있어서 참 좋았다는 추억이 아니라 내가 왜 그 사람을 좋아했을까 하는 거죠. 나이에 따라 좋아하는 것도 업그레이드 시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는 것 같구요. 외국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마이클잭슨만 해도 아직까지 춤을 추면서 활동하고 있고 팬들은 여전히 그를 향해 환호하죠.
스타와 팬이 함게 늙어가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차가 그 음악과 춤으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쟤네 아직도 저러냐며 비웃죠.
- 삽화집이나 가사를 보면 유희열씨는 여자들의 감수성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여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지도 잘 아는 것 같구요. 그래서 그런지 여대생들 사이에서 '사귀어보고 싶은 남자'로 꼽히는 거 알아요? 혹시 곡 작업 할때도 여성들을 감동시킬 부분을 생각해 놓는 건 아닌가요?
제가 그래요? 난 아닌것 같은데...(웃음)
곡 작업할때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긴 있어요. 감정을 계속해서 풀어내는 것은 힘이 안 실려요. 가사를 쓸때 얘기를 어느 한 부분에 몰아요. 그냥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가 한 문구에 힘을 많이 싣는 형식이죠. 그리고 그게 곡 전체의 메시지가 되는 거예요. '여전히 아름다운지' 같은 경우는 '변한 건 없니' 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면서 모든 걸 다 설명하고 있어요. 이번 타이틀 곡'좋은사람' 같은 경우도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라는 부분이 그렇구요.
- 사랑이 유희열씨 음악의 원천인 것 같아요. 그 원천이 마르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현재 여자친구 없으시죠? 모 커피광고처럼 '아, 사랑이 하고 싶다' 라고 느낄때는 언제인가요?
별 다른 거 없어요. 남들이랑 똑같아요. 영화보러 같이 갈 사람 없을때, 밥 같이 먹을 사람 없을때, 옷사러가야하는데 같이 갈 사람 없을때 등 현실적인 문데들에 부딪혔을때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5집중에서 '내가 남자친구라면' 이란 곡이 딱 그래요. 비디오 가게 가서 비디오 빌려보고 방가게 가서 빵도 사고 그러는데 딱 하나 빠진 게 있다면 옆에 누군가 없다는 내용이에요.
- 여전히 영화배우 아네트 베닝이 이상형인가요?
아네트베닝요? 멋있고 좋죠. 그런데 이상형은 무조건 성격인 거 같아요. 예전에는 외모가 중요했는데 점점 지나다 보니까 성격이 더 중요하더라구요.
- 누구나 그렇게 얘기하죠.
아뇨. 정말이에요. 아무리 예뻐도 서너번 만났을때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성격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아예 틀려도 상관없어요. 같이 있을때 저도 모르고 들뜨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외모가 어느정도 되주면 호감이 가는건 사실인데 오래 가려면 성격이 더 중요해요.
- 학교를 복학한 걸로 알아요. 학교생활은 어떤가요? 일부 팬들은 학교에 가서 여자친구를 물색하는 건 아닐까, 라는 농담도 하던데요.
저.. 학교에 가면 말을 거의 안해요.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제가 여자들한테 '작업'들어간다는 개념으로 다가가거나 말을 많이 하는걸로 아는데 저 사실 그렇지 않아요. 어렸을때는 말을 많이 한것 같은데 크면서 말수가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여자들 꼬시는 '선수적 기질'이 농후하는 얘기도 듣는데 정말 안 그래요.(웃음)
학교는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기 때문에 복학한 거에요. 다음 학기에는 활동을 거의 안하고 학교만 다닐 생각이에요. 대학원은 국내가 될지 아니면 유학을 갈지 모르겠지만...
- 앞으로 유희열씨를 자주 말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라디오가 되겠죠? 콘서트는요?
라디오고정게스트라는게.. 참 조심스러워요.
라디오 그만둔 지 얼마 안되는데 다른 방송 나가서 농담하고 그러면 혹시 '그럴 거면서 왜 디제이를 그만두었냐? 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아예 안할 수도 없을 것 같고 몇개의 프로그램만 잡혀있어요. 콘서트는 8월에 lg 아트센터에서 할예정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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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라디오에서 초대손님들 나올때마다 인터뷰를 해봐서 아는데 초대손님이 말을 잘 안하면 인터뷰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안다며 간단한 질문에도 길게 대답하던 배려..
진지한 대화 속에서도 무거움을 덜어주던 가벼운 재치,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친근하고 여유있는 말투..
솔직히 ' 내 남자친구라면... ' 이란 생각을 했다.
언젠가 그가 했던 '그냥 누구의 음악하는 남자친구' 이고 싶다는 말을 기억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나 하나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나서는 피아노 앞에 앉아 행복을 안겨줄 것 같은 순정의 남자가 바로 그일 것만 같았다.
- 에디터/ 유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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