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증오의 대상이 되는가? 아이돌 스타에 대한 가혹한 시선도 그렇다.
좀 관대하게 쳐다보면 안되는가? 김원준과 R.ef 가 물러나면 김광석과 크래쉬
가 들어서나? 아이돌 스타가 물러난다고 아티스트가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록도 그렇다.본 조비와 메탈리카가 동시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금년에 나온
'지니'를 보자.세상에 펑크 중에 가오잡는 경우는 물론 없다.그렇다고 몇팀도
되지 않는데 TV에 기웃댄다고 이들을 거꾸러 뜨리느 것은 아무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최근에 가장 참혹했던 경험은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록의 부활을
꿈꾸며' 콘서트였다.시나위의 무대가 끝나고 우리가 올라왔는데 시나위의
골수팬이라고 자처하는 꽤 많은 이들이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한마디로
유치한 행동이다.신대철은 나와 김세황의 오랜 우상이다.
이래선 안된다.동인 서인이 갈리고 노론 소론 나누고 파벌을 나누다 못해
언더와 오버를 금긋고 그걸로도 만족스럽지 않아 스래쉬니 뭐니 장르로 쪼개고
팀으로 가르더니 급기야는 사람으로까지 나눈다.독약도 잘 쓰면 사람을 도운다.
그러나 음악은 마음을 잠그면 사람을 해친다.
헌:당신,혹은 넥스트의 지지자들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철:넥스트의 20대 수용자들은 무한궤도 시절부터 같이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넥스트의 팬들은 딴 가수가 나왔을때 야지 놓지는 않는다.
헌:1집이 성공하자마자 자신의 프로덕션을 세워 독립한 서태지에 비해
당신의 독립은 많은 시간이 걸렸다.아무래도 대영AV같은 메이저 회사
에서 그동안의 작업이 아티스트로서의 자율적 결정권을 행사하는데
높은 벽이 있지는 않았는가?
철:무한궤도 때부터 자본의 개입은 없었다.대영AV 의 유재학 사장은 죠용필
선배와 작업하면서 아티스트에게 자율을 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때는 동아기획이 날릴때가 아닌가?
어쩌다 사소한 대목에서 부딪힐 때면 첨부터 어필했다.아예 녹음실에는
오지마시라고.유 사장은 의외로 선선하게 피래미에 불과한 나의 말을 들어
주었다.트러블이래 봤자 "뭔가 보여줄려고 하지 마래이...그라믄 다 깨진다"
정도의 충고였다.그런데 솔로로 전향하여 성공을 거두자 "이젠 수상한 것이
된데이...무어 수상한거 없나?" 그러는 것이 아닌가? 유재학 사장은
자신의 늙은 부분에 대해선 늙었다고 인정하는 미덕과 판을 정확하게 읽는
안목이 있었고 그러한 능력때문에 오늘날의 대 제작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헌:그래도 데뷔때부터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시쳇말로 '잘나가는 가수'가 다시
밴드를 하겠다고 했을때는 저항이 만만찮았을 텐데?
철: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솔로 1,2집을 통해 집안의 빚도 거의 갚았다.이제는
굶어도 나만 죽으면 된다는 안도감과 TV출연에 대한 염증도 한 몫했다.TV에
비친 나를 보면 저게 난가 싶었다.물론 솔로에서 밴드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대해 회사는 내가 거의 정신이 나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게다가 내가
지명한 멤버들이 거의 무명이 아닌가?
.......세상의 모든 고통과 좌절과 분노를 내게 다오/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을
핥게 하고 /고독의 늪에서 헤매이게 하라......
'껍질의 파괴(Destruction of Shell)'
"part 1-The Being"
헌:그리하여 당신은 넥스트로서의 첫호흡인 Home을 지나 "part 1-The Being"
이라는 한국대중음악 사상 초유의 거대한 관념에 도전한다.이 도전은
왈가 왈부를 떠나 그 자체로서 중요한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철:무한궤도와 솔로 데뷔 앨범이 철모르던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라면
솔로로 두번째 앨범인 "Myself"는 아티스트로서의 자각에서 출발한
첫 번째 앨범이고 넥스트로서의 첫 앨범인 "Home"이 밴드로의 회귀에
해당한다면 "part 1-The Being"은 풀 밴드로의 완성을 위한 준비이며
이번의 "part 2-World"는 풀 밴드와 사운드에 대한 1차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훑어 보자면 "part 1"에 임할때가
나로서는 가장 최악의 시기였다.오랜 공백기간,전과자 및 군대 불명예
제대자라는 딱지 때문에 방송 매체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핸디캡을
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감옥안에서 구상을 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거칠고 메말라 있었고 창작의 모든 에너지는 분노 그 자체였다.
그것은 환경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헌:군대라는 경험이 당신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고 생각하는가?
철:딴따라,그것도 이른바 연예인이 군대에 들어가면 두가지중 한가지가 된다.
잘 풀리거나 아님 정상인 대접조차 받지 못하거나.나는 짧은 군대의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딴따라가 겪어야 되는 고통을 한꺼번에 받았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군대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신체등급 4급
으로 특수기동대에 배치받은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린치와 정신적인 테러를
집중적으로 당했다.단기 사병 입소식 날부터 군대는 나에게 집단의 광기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가령 훈련을 받던 도중 지금도 라이브 한번 하면
진통제를 맞거나 삼일을 앓는 후유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양 무릎 연골을
다쳤다.그러나 절뚝이는 나에게 돌아온 반응은 '스타면 다냐?' 였다.
'스타'는 무릎을 안다치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군대 가라고
해놓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아주지 않았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문간에서 그대로 고꾸라질 정도로 극한적인
상황에서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영화작업까지 해내야
했다.나는 점점 악밖에 남지 않았고 자폭하는 심정으로 대마초를 피웠으며
결국 실형을 언도받았다.그리고......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콘술 사용법도 다 까먹을 정도로 철저히 파괴되어 있었다.
헌:당신,혹은 당신이 속한 밴드에 대해 적대자들이 흔히 붙이는 딱지가
'부르주아'란 단어이다.이에 대한 당신의 응답은 무엇인가?
철:어떤계급을 대변하는가 하는 질문 자체가 용어적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쁘띠 부르주아 중의 '고뇌하는 비겁자'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Nothing to lose'가 아닌 것만은 명백하다.그리고 우리의 수용자들
역시 우리와 같이 경계에 선 자들이다.남자/여자,혹은 학생/직장인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계층으로 정의 될수 없다.
헌:자,이제 당신이 속한 밴드의 나머지 멤버를 소개해 달라.
철:우리 밴드 멤버의 출신 성분 자체가 '고민'에 차있다.
먼저 드러머 이수용을 보자.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가방에 드럼스틱과
도시락만을 넣어 가지고 다닌 완벽한 이 사회의 낙오자(Dropout)였다.
그 후 밴드 플리즈마에서 록을 꿈꾸다가 냉정한 현실의 벽 앞에서 죄절하여
권인하 밴드에 몸을 의탁하여 기회를 엿보던중 넥스트의 2대 기타리스트
임창수로부터 강력하게 추천받았다.지금 당장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큰
친구이고, 꼼꼼하게 연구하는 태도가 넥스트와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기타의 김세황은 외교관을 아버지로,클래식 기타리스트를 어머니로 둔
유복한 가정의 아들이었던 것은 사실이다.그는 어린 시절 미국에서 월반을
거듭하느 똑똑한 아이였고 미식 축구 같은 스포츠와 기타 연주의 재능을
자랑할 만할 만능 교육을 받았다.그러나 아버지의 일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급작스럽게 귀국했고,그때부터 너무도 다른 교육환경과 언어의
장애로 인해,급전직하,하루 아침의 한국의 중학교의 문제아가 되었다.
지금의 그를 보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는 폭력으로 한달에 두 번 퇴학
당한적도 있다.그런 그를 받아주는 곳은 대구밖에 없었고 혼자뿐인 그
가혹한 시간 속에서 그는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재능이자 유일하게 혼자 할
수 있는 것인 기타에 몰두했다.그런 그의 단 한명의 후견자는 제프 백을
듣는 그의 어머니였다.
내가 호박씨를 까는 타칭 엘리트이고 이수용이 오리지날 낙오자라면
중앙대 연영과를 나온 우리의 베이시스트 김영석은 어쩌면 가장 힘들게
터널을 통과해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그는 흔히 말하는 부잣집 아들이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부르주아 운운하는 이들은 정말로 모르는 자들이
아닐 수 없다.비트,하얀 그림자 등 밴드를 전전했지만 스물다섯이 될때까지
2만장 정도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사람이 가업을 잇기를 원하는 부모의
시선 앞에 일 이년도 아닌 세월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이 선배에
비하면 집구석이 아예 쫄딱 망했던 나는 훨씬 행복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그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헌:음악 작업에서 멤버들이 맡고 있는 역할이라면?
철:김세황이 안티(anti)를 제공한다면 김영석은 밸런스(balance)를 제공하고
이수용은 침묵(silence)을 제공한다.
헌:침묵? 그것도 기능인가?
철:그것은 밴드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이다.나중에 따져보면 결국
그의 말대로 다 되어 있는 것이다.
헌:이 라인업에 대해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이제 이 이상은 안된다고 생각한다.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베스트가 아니라
문제를 자체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베스트이다.
헌:그래도 당신은 아주 옛날부타 밴드의 리더였다.밴드의 선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리더십을 푼다면?
철:스쿨밴드 때의 일이다.공연을 바로 앞두고 멤버 하나가 공연을 집어
치운다며 주먹을 휘둘렀다.리더는 암말 못하고 그자리에서 두들겨 맞는
것이다.그리고 한마디만-그래도 약속된 공연은 하고 그만두자.그것이 밴
드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헌:들국화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많은 밴드들이 어느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난
뒤 깨지는 비극을 되풀이 한다.음악적 견해 차이가 가장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유지만 나는 물질적인 요소의 분배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상정한다.지금 넥스트는 어떤 배분의 원칙을 가지고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철:가장 급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유일한 원칙이다.
그래서 아무도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칼같이
운용한다면 멤버 4명이 모두 손해이다.다시 말하면 성공보단 사기가 중요하
다.우리의 가장 큰 딜레마는 아직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 실패를 맛보았을 때 팀웍의 수준은 어떨 것인가 하는 것이다.
헌:밴드 문화가 활성화 되기 위해선 연주자들이 존중받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더군다나 레코딩 엔지니어 혹은 장르별 프로듀서의
층이 두터워져야 하는 것은 거의 필수 적이다.한국의 밴드 문화에 대한
당신의 전망은 어떤가?
철:연주가가 없거나 있어도 각 분야에 한 두 사람,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10년이 지나더라도 별로 나아질 전망이 안 보인다는데 있다.
뛰어난 연주자가 되기 위해선 산전수전 다 겪어야 하느데 클럽문화가
괴멸된 이 참혹한 땅에서 어디가서 내공을 단련하겠는가? 방안에서 혼자
연습하는 수준으로는 안된다.특히 드러머는 관악과 현악 부분도 마
찬가지이다.측히 각 장르의 편곡자(arranger) 와 지휘자(conductor),
그리고 프로듀서와 믹싱 엔지니어의 부재가 치명적이다.메탈리카도 아직
프로듀서의 지휘를 받는다.
헌:그래사 많은 주류의 대표자들이 외국에 나가 녹음을 하고 있다.외국의
스튜디오에서 외국의 연주가들과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녹음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그러한 조류에 대해 찬찬히
따져 볼 때라고 생각한다.
철:한국 스래쉬 메탈의 기수가 된 크래쉬(Crash)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본다.
일급의 프로듀서를 영입하여 한 수 배울수 있다는 것은 기술 전수가 하기가
힘든 외국에서의 작업보다 의의가 있다고 본다.아예 본바닥으로 나가 녹음
하는 것의 한가지 의의는 그것만으로 아직까지는 이 땅에서 가오잡을 수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하지만 크게 보자면 두 조류가 조화를 이루며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헌:녹음의 측면에서 보자면 넥스트의 이번 신작은 획기적인 진전을 보인것으로
평가된다.믹싱 엔지니어로 초빙한 영국인 믹 글라섭의 역할이 지대했는가?
철:영국의 록 음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믹과 작업할 수 있어던
것은 한마디로 행운이었다.이 정도 되는 이라면 최소한 6개월 전에
스케줄을 예약해야 되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는데,그걸 알 턱이 없는
우리는 한국 스타일로 다짜고짜 인터넷을 통해 오퍼를 띄웠고,마침
스케줄이 비었던 믹이 데모 테이프를 들어보고 흔쾌히 날아왔다.
헌:그와의 작업이 가져다 준 성과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철:무엇보다 먼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기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믹 글라섭은 음악을 하는데
귀찮지 않은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소름끼칠 정도의 집중력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엇다.대세에 지장없으면 갑시다 류의 매너리즘은 용납되
지 않았다.그리고 두번째로,이것은 우리가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
분인데,이 모든 사운드 세팅의 과정을 노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원한다
면 얼마든지 공개할 작정이다.
헌:이번 앨범은 또한 웬만한 앨범 열 개 이상을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 작업
시간을 썼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앞의 '부르주아' 운운과도 결코
상관없다고는 볼 수 없는데?
철:실제 연주,가령 리드 보 컬이나 코러스 녹음은 다섯프로 밖에 쓰지 않았다.
기타 파트도 마찬가지이고.나머진 공부에 다 썼다.외국에선 엔지니어가
씨름할 문제들을 놓고 그 긴 시간을 씨름했던 것이다.누군가가 이 문제들에
대해서 선례를 남기고 오픈한다느 점에서 아마추어나 언더그라운드가
비난할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공부하는 자는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다.
헌:당신은 아티스트 이전에 프로듀서이기도 하다.당신의 말을 종합한다면 이번의
작업이 풀 밴드의 라인업이라는 한 축의 소득이 있었다면 다른 축에선 음향
매커니즘의 파악이라는 소득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그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철:그 동안 고질적인 난제로 방치되어 오던 것들을 넘어설 수 있었다는 것,혹은
혹은 왜 안되었는지를 알았다느 것이 가장 가시적인 소득이다.나와 동료들은
소리들을 대하는 개념 자체가 틀림을 절실히 깨달았다.한 예로 밸런스 문제를
보자.볼륨을 토탈로 올렸을 때를 고려하여 한두개의 소리는 묵살해 버리는 것이
다.그러는 중에 하몬드 올갠 소리는 부셔져 버리고 심지어는 스네어 드럼 소리
까지 디스토션이 되지만 극도로 올리자 드디어 전체 소리가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부시는 것은 철저히,앞으로 땡길 때는 확실히! 음향학적인 이론 근거
위해 기계에 대한 의존과 인간에 대한 의존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부차적인 것들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가령 에코의 난반사를 계산하는
것이라든지,사운드 매거진 같은 잡지에서만 보던건데,리버브에 의존하지 않고
홀안에 다시 울리게 해서 새로운 내추럴 앰비언스(공간감)를 창출하는
것이라든지,그 동안 에코로 처리해 왔던 메가폰 효과를 마분지를 말아
마이크를 대고 녹음한다든지 등등,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었다.
믹이 처음 스튜디오에 왔을때 첫 삼일의 귀중한 시간을 대충대충 엉망진창으로
연결되어 있던 녹음 기자재들을 정확하게 세팅하는 것으로 보냈다.우리나라의
스튜디오에 도입된 기자재들은 일급들이다.그러나 이 기자재들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도 못하고 대강 운영해 온 것이다.두세달이면 트러블이 발생하여
A/S 를 받아야 했던 그 스튜디오가 믹이 다녀간 후 아직 한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헌:이제 막바지 질문 몇가지,당신은 이번 앨범의 가사를 도맡았는데,메탈 넘버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의 후렴부를 영어로 썼다.많은 한국 메탈 밴드들이
영어 노래말을 쓰는 것에 대해서 나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철:가사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의 최후의 보루이다.한국어가 록에서는 부적절한
언어라는 식의 영어 가사 고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이 없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사실상 끝장 난 문제이다.
일본의 밴드 라우드니스는 세계로 진출하기 전에 일본어로 일본을 먼저 제패했다
그들의 세계진출 앨범이 된 5집 "This Illusion"의 영어 버전 앨범은 영국에서
녹음 되었는데,나는 오히려 일본어 특유의 공격적인 부분을 록에 잘 녹여낸
일본어 버전이 마음에 든다.우리 말보다 장애가 많으면 더 많을 일본어가
되는데,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안 되고 있는 것이지 안 될 문제가
아닌것이다.한국어로 부르면서 그것을 감당해 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80년대 중반의 이른바 Big 4(시나위,백두산,부활,H2O) 시대는
새로운 문화적 무브먼트의 싹을 틔웠던 때였다.그러나 그 이후로 더 이상의
진전을 맞이하지 못했다.우리 모두 정신차려야 할 때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하드록이건 발라드건 영어가 가진 축약성을 감안할 때
영어가사가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구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흐리고 싶을 때 영어 가사는 대단히 유효하다.동료 중에는 의외로
김세황이 영어가사를 쓰면 안된다고 완강하게 주장하지만 나는 편하게 생각하
고 싶다.
헌:그리고 이번 가을은 공윤의 사전 심의를 놓고 파문이 일엇다.이 파문의 주역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신작 때문이지만 어찌 그것이 이들에게 한정된 문제이겠는가
? 사전심의 조항은 곧 개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검열의 주체인 공윤 자체의
폐지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이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듣고 싶다.
철:단 것은 당뇨병 걸리니깐 안되고 짠 것은 고혈압이니깐 안 되니 맨밥만 먹어라?
창자 안에 대장균이 없으면 죽는다.단지 소시민적인 안정에만 급급하는
공윤의 논리가 이제는 불쌍하게 보인다.이는 공윤이라는 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이 땅의 지배 질서 전반의 문제이다.내가 전작인
"part 1-The Being"에서 치고 부수려고 했던 가장 중요한 컨셉트는 자식을
자식으로 보지 않고 애완동물로 취급하는 부모는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옛날 어른의 말씀도 애들은 내둘러 키워야 한다고 했는데,'하여튼 우리 애만..'
이라는 기만으로 유흥가와 사창가가 없어지는가? 왜 책상 앞에 붙어있을
권리를 아이한테 주지 않는가? 아이를 책상 앞에 억지로 붙여놓는 이유는
부모 자신이 불안하기 때문이다.이 얼마나 가혹한 이율배반인가? 사전심의를
통해 억지로 원천 봉쇄하려는 안간힘도 안스럽다.한국의 대중문화라는 것이
언더그라운드 문화도 없고 방송을 통하지 않고서는 시쳇말로 뜨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뭐가 무서운가?
헌:당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당신은 이제 음악을 시작하려는 어린 소년들의
하나의 모델이다.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철:기타를 이렇게 늦은 나이에 잡으면 안된다.12살이면 프로 뮤지션의 여부가
결정나는 것이다.이제 대학 안간다가 아니라 고등학교 안간다로 바뀌어져야
한다.그러나 기타를 쥐느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쥐었을 때 마음을 열고
접근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그리고 사회 전반의 풍조,특히 정부와 대기업의
발상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너무 총체적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테지만
문제 자체가 총체적인 것이다.믹싱 작업을 하면서 믹이 이런말을 했다.
이 부분을 튀게 하고 싶으면 다른 쪽을 만져야 한다고.대중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문제만 얘기해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강헌(음악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김성훈 (MinKo )
[기사/현경] 인터뷰-테크노와 신디사이저 1996-11-21 22:04 117 line
NO DANCE
- 각자의 신디사이저 입문기를 말씀해주신다면?
신: 우리는 전세계를 테크노 댄스음악이 장악하기 전에 이 음악을 접했
어요. 우리가 시작할때는 최소한 소프트 셀이나 디페쉬모드등이 휘
날리고 있을 때였어요. 그러나 요즘 친구들은 투언리미티드부터 듣
기 시작해서는 테크노의 전부인 양 떠들고 있지요. 그래서 음악을
접하는 태도가 다를수 밖에 없고요. 적어도 우린 전자음악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면서 배웠어요. 당시로서는 그것이 하나의 문화적 쇼
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더욱 그랬지요. 저를 처음 놀라게 한 밴
드가 바로 디페쉬모드였는데요. 그 수학적인 질서와 그 안에서의
이야기는 정말... 백남준씨는 TV 브라운관을 쌓아놓고 예술을 창조
하는데, 그보다 엄청나게 더한 수학적 질서로 창조해낸 신서사이저
음악은 왜 그다지 예술성을 평가받지 못하는가..등 많은 고민을 하
면서 이 분야에 손대기 시작했어요.
윤: 당시에 신서사이저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어요. 중학시절 낙원상가
라는 곳을 가봤더니 건반이 있긴 있는데 포터블 뿐이었죠. 꿍짝꿍
짝 몇개 입력된 음악들이 나오는 걸 보고 아, 이게 신서사이저라는
것이구나 했죠. 그러나 제대로 알고보니까 그건 그저 장난감에 불
과한 것이고, 진짜 신서사이저는 아예 판매가 되고 있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서야 본격적으로 신서사이저가 들
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악기상들을 찾아갔죠. 그랬
더니 악기상들이 있는 폼을 다 잡아가며 비싼거니까 만지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럼 쳐보세요' 라고 말하면 전혀 할줄도 모르는 사람
들이에요. 수리가 다 뭡니까. 전혀 문외한인 사람들이 악기만 들
여다가 비싼 값에 팔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더라고요.당시 이모 가수
가 (이건 또 누구여?) 천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주고 이 악기를
샀고 tv에 나와 엄청난 자랑을 하던데, 그저 폼이었지 제대로 다루
지를 못하는 걸 보고 한탄을 했어요. 자신이 그 악기를 사고는 눈
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난 정말 그때 이게 가슴에 맺
혀버렸어요.
- 이번음반에서는 아날로그 신서아이저를 특히 강조하고 있던데요..
신: 디지털 신서사이저는 안에 몇백개의 소리가 탑재되어있고 스위치를
누르면 소리가 나오고.. 뭐냐하면 일본의 회사들이 대량 생산을 하
여 프로페셔널이 아닌 아마추어와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 할수 있어요. 한마디로 사용자를 위해서 최
대한의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웬만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
들어 놓은 것이죠. 그런데 아날로그는 상당히 도도합니다. 그 안
에서 무슨소리가 나올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마음을 비
우고 나를 낮추고 들어가야죠. 한마리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고
나 할까요. 결코 다루기는 쉽지 않으나, 일단 정복하고 나면 엄청
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죠.
윤: 제 생각은 이래요.물론 디지털도 잘쓰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음 접했던 것이 디지털이어서 그게 전부인줄 알았는데 나
중에 돈좀 벌어서 아날로그를 써보니 이건 정말.. 그러니까 그동안
속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우리가 존경한 외국의 음악인들은
도대체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거에요. 그 사람들이 이젠 늙
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생각을 했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모두 글쎄
아날로그를 사용하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우리가 좀처럼 흉내낼 수도 없는 소리들을 내는 것이 바로 이 아날
로그를 통해서였다는 것이죠. 원래 이것부터 시작을 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선배들이 아날로그부터 사용하고 이 좋은 점을 전수해 주는
게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뒤늦게야 스스로 아날로그를 선택하게 된
셈이에요.
- 그렇다고 이번 음반이 아날로그로만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신: 물론이죠 거의 모든 곡이 디지털과의 병행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요즘 사람들이 아날로그로만 만들면 아마 한 사람도 귀기울이지 않
을거에요. 단, 사운드의 핵심과 중요한 줄기를 아날로그로 만들었
다면 곁가지나 효과음들은 디지털로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전자음악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신: 나중에 그 오묘한 진리를 깨닫고, 왜 그렇게 대단한가를 깨달은 사
람이 바로 반젤리스입니다. 그에게선 소리가 들었다기 보다는 개
념을 배웠다고나 할까요?
윤: 저도 처음에 개념없이 시작했다가 나중에 개념이 정립된 건 마찬가
지지요. 제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유행을 타
다가 금방 잊혀져간 그룹들을 모두 제외한다면 역시 류이치 사카모
토가 최고인것 같습니다. 아무리 전자음악이라 하더라도 음악적인
배경없이는 절대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에
서 그를 매우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애니드라는 사람이 있
는데요. 그는 신서사이저로 오케스트레이션을 할정도로 대단한 사
람이에요. 둘 다 음악적 배경이 튼튼하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자신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서사이저 기종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신: 뭐 하나에 집착하는 건 아닌데, 그 중에서도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것이라면 ProphetVS라는 기종이에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기종입니다.
윤: 저는 Prophet 시리즈 가운데서도 Prophet5를 많이 사용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Lo-Fi 16입니다. 8비트짜리를 가끔 사용하는데, Hi-Fi
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소리들이 8비트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거
든요. 8비트짜리는 한계가 분명하고, 때문에 음역대가 넓지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은 깨끗한 소리가 나올 수 있어요.
- 두분은 공히 음악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상업적으로도 많은 성공을 거두
고 있는데,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 분은 어떻게 조화를 해 나갑니까?
윤: 저는 그동안 듣지 말라고 만든 음악은 단 하나도 없어요.
특별한 예술성을 추구하거나 그것을 의도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
때 그때 기분에 따라서 음악을 만드는것 뿐이에요. 그리고 나름대
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하지요. 갈수록 제가 원하는 음악
이 많아지고 대신 대중에게서 멀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예술에
치중하는건 아니에요.
신: 저는 상당히 하고 싶은대로 하는 취향이에요. 끝까지 안들어 줄 사
람한테 아부 떨 일은 없어요. 그러나 내가 설득해서 될 사람이라면
거기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죠.
음..해철님 성격이 들여다보이는군...
by SYNTHIA......
강신조 (KCREED )
[기사] SEE 해철특집 6(인터뷰) 1997-09-27 04:59 371 line
제 목 : [기사] SEE 해철님 특집기사 VI
올린이 : yejii (김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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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는 혁명가가 아니다.**
(?) 평범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 잠깐 잠깐씩 생각하다가 금방 그만둬요. 음악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고
생각될 때. 1년에 한 번, 3초정도 잠깐. 음악이 아니면 할 일도 없어
요.
(?) 싱글 앨범에 대한 반응은 어때요?
(!) 잘 나가네요. 기존 앨범과 별로 차이가 없이 나가던데요.
(?) 기존의 넥스트의 음악과 많이 다르다고들 하던데요. 너무 발라드풍 같
지 않느냐 컨셉트를 전혀 모르겠다는 등...물론 그렇기 때문에 <World>
앨범에 수록되지 못하고 따로 이번에 싱글로 커트 되긴 했지만요.
(!) 들어보고 맘에 안들면 안 사면 그만이에요. 우리가 그 곡 작업을 하면
서 얼마나 많은 실험과 노력을 했는지는 한 백번쯤 들어봐야 할 걸요.
막연한 발라드라고 생각한다면....뭐 그게 더 편할 수도 있죠.
(?) 아 내가 정말 음악이라는 걸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 순간이 혹시 있어
요?
(!) 1991년 12월 23일이요.
(?) 1991년 12월 23일이요? 그 때면 솔로 앨범 두 개 정도 내고...군대갈
때쯤인가요?
(!) 아니요. 음악한다는 게 과연 그렇게 날짜가 정해지고 느껴지냐는 말.
이.예.요. 몰라요. 매순간 조그만 감흥들이 모여서 커지는 거지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건 아니예요. 사람들은 음악이나 예술하는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뭔가 거대한 인스피레이션이나 큰 모멘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 무한궤도 시절의 가사를 보면 이별이나 슬픔에 관한 가사가 많고 지금
가사를 보면 사회에 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가사들이 많아요.
변화를 하게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그 나이에는 나이에 많는 사고 방식이 있고 그 나이의 생활 패턴이 있
는 거예요. 그래서 그 때의 가사는 그랬던 거죠. 내 나이가 스물에서
서른 살이 되기까지 노상 사랑 타령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예요
?
(?) 사회 현상을 꼬집는 가사를 통해 스스로를 대변자의 위치에 놓으신 건
가요?
(!) 다른 가사를 쓰는 사람들이 부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사랑
노래라든가 일률적인 패턴의 가사가 나오는 게 부자연스러운 거 아닙
니까. 외국의 경우에도 사랑이 주종을 이루기는 하지만 충분히 자기 생
활 주변이라든가 사회 얘기, 그런 것들을 하고 이런 것들(사랑타령)이
믹스가 돼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시장구조 자체가 사랑 노래만 해
야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계속 그 가사를 쓰는거고....우리는 그 패턴을
따라갈 이유는 없으니까 그냥 쓰고 싶은 것을 쓸 뿐인데 거기서 어떤
별다른 이유를 발견한다는 게 제가 볼 땐 더 이상한 것 같아요. 우리가
자연스러운거고 남들이 부자연스러운거 아닌가요?
(?) 하지만 너무 심각하잖아요. 철학적인 질문들을 가사를 통해 제시한다는
게 쉽게 음악을 접하고 싶어하는 대중들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 아닌가
요? 음악은 쉽게 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가사 전달이 우선 쉬워야
하고...록의 대중성을 생각하기엔 너무 어려운 가사들이라고 생각해요.
(!) 아니요. 누구나 심각해요. 심각한 걸 언어 밖으로 끄집어내고 그것을
구체화시키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우리가 써놓은 가사 정도의 심각함을
가지고 살아요.
(?) 스스로의 삶은 심각해요?
(!) 아니요. 아티스트란 삶에 있어서 다가오는 거대한 모멘트, 다가오는 순
간을 포착하는 사람이 아니고 남들은 '어, 저거 조약돌이네'라고 말하
는데 '(목메어)아! 저것은 조약돌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거
죠. 그러니까 남들과 똑같이 살지만 남들이 '재떨이'라고 얘기할 때 '
저건 빈대떡이야'라고 우기는 게 예술이고, 살면서 우리가 부딪히는 순
간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소재로 삼을 뿐이지 크게 의도적으로 '난
이런 얘기를 해야해'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창
작은 자연스러움에서 시작해야지 부자연스럽게 내가 뭐를 써야겠다라고
하면 안돼요. 제가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부자연스럽게 사회비판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글이나 부자연스럽게 사랑 노래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결국 안 좋았다고 생각해요. 감동을 주지 못했죠.
(?) 하지만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어떤 힘이라든지 끼를 가지고 있
는, 그러니까 '아! 저것은 조약돌이 아닌가?'라고 목메어 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게 예술인 아닌가요?
(!) 음악을 하는 것에는 수 천가지의 차이가 있을 거예요. 용기가 있어서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겠고 비겁해서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겠고 남들
과 너무 똑같기 문에 아티스트가 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거기에는
원리 원칙이라는 게 없어요.
(?) 무한궤도 시절의 가사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없노라고'
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는 안하세요?
(!) 살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을 똑같아요.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똑같아요. 별 다른 게 없어요. 후회하는 것도 있고 안하는 것도 있고,
하지만 후회할 짓은 안해요.
(?) 데뷔 초의 목소리는 참 낭랑하고 맑았다는 기역이 나요. 지금은 허스키
하고 많이 굵어진 느낌이 드는데 일부러 목소리를 바꾸신 건가요, 아니
면 자연스럽게 변한건가요?
(!) 옛날 목소리도 좋아요. 지금 목소리도 좋고, 그 당시에 사람들은 음정
박자도 제대로 못 맞추는, 발성 교육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내 목소
리의 풋풋함을 즐기기도 했고 나는 내가 잘하는 줄 알고 그랬고...지금
은 그 때보다도 표현해야 하는 폭이 커지고 소화해 내야하는 것도 많아
졌죠. 연습량이 많아지니 보이스 칼라가 바뀌는 건 당연한 거고. 무대
에 서는 것도 연습이니까, 10년 동안 무대에 서서 노래한 시간만 따져
됴 상당한 연습량이 된 거죠.
(?) 외강내유인가요? 겉으론 강한 척 하는 것 같은데 속은 여리디 여린..
(!) 원래 그래요.
(?) 멤버들이 자주 바뀌는 이유는 뭔가요?
(!)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그래도 이게 넥스트의 두 번째 라인업이니
까 많이 바뀐거 아니예요. 한 번 밖에 안 바뀐 거예요. 중간에 혼란기
가 있었구요. 그 땐 라인업이 픽스된 게 아니었으니까 3인조로 시작했
다가 흔들리고 중구난방으로 흔들렸었죠. 보도만 안됐을 뿐이지 멤버로
확정짓지 않고 같이 연주를 해보다가 서로 안되고 .... 그랬어요.
(?) 자기 음악에 대해 너무 깐깐해서 그런 거 아니예요?
(!) 멤버가 바뀌는 건 음악적인 게 아닌 경우가 많아요. 팀에 적합하냐 하
지 않느냐가 문제죠. 단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성격이냐 아니냐가 문제
가 돼요. 남자 여러명이 움직이게 되면 문제라는 건 헤아릴 수 없이 많
이 생기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해
요. 그러러면 인생과 자체를 자기 이익보다 밴드를 하는 데다 의의를
두지 않으면 안돼요. 외적으로 수입이 유지되고 명성을 얻는다고 해서
밴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 지금 멤버들에 대해서 만족을 하나요?
(!) 그럼요. 지금 벌서 삼 년째 되었는걸요.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들은 많
고 넘어야 할 산들도 커지긴 하지만...
(?) 넘어야 할 산이라니요?
(!) 현재 우리나라에서 밴드를 하는 건 굴욕에 가까워요. 웬만하면 음악
려치고 자동차 정비를 하고 말지 성질있는 사람은 아마 음악 안 할 거
예요.
(?) '딴따라'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음악하는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았나요? 에전에 비해 공연장도 많이 생기고 밴드들도 많이 생겨나고.
(!) 못하죠. 훨씬 못하죠. 밴드가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음악을 생각하
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사라져가죠. 시장은 천편일률화되고. 옛날
엔 사람들이 순진하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돈 버는 일에 다들 눈뜨고,
여기저기 밴드가 할 수 잇는 모든 일은 다 막아 놓죠. 그러면 대중은
자기가 뭘 해야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정부는 공연을 훼방놓죠.
(?) 능력이 된다면 해외 진출도 괜찮잖아요?
(!) 해외 진출도 물론 좋죠. 우리도 지금 어느 정도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
고 목표 중의 하나지만 결국 우리는 대한민국 출신이고 여기서 우리말
을 하는 우리 민족에게 플레이를 하는 게 먼저지 외국에서 성공해서 우
리나라 뒤도 안돌아본다. 이런 거 아니잖아요.
(?) 외국에 나가 성공해서 다른 밴드들에게 귀감이 되어 밴드들을 자극할
수도 있잖아요. 우리나라 가요판을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 그건 일개 밴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예요. 히어로가 역사를 만드는
게 아니고 역사가 어떤 인물을 선택할 대 선택된 자가 히어로가 되는
거죠. 넥스트가 아무리 커지고 공룡인체 하고 소리 한 번 치면 호랑이,
사자까지 다 도망간다고 해서 잠시 뻑 갈 수는 있지만 지구 전체가 빙
하기로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에게 남아있는 건 멸종 뿐이죠. 우리나라
밴드들은 전부 멸종해가고 있잖아요.
(?) 우리나라 밴드가 멸종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오크통의 법칙이죠. 판자쪽 열 개를 대서 물통을 만든다고 할 때 항상
짧은 쪽으로 물이 새죠. 이건 문화 전체으 문제인데 문화의 수준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력, 국민의 의식, 시대적인 상황, 이런 모든 요소
가 종합되어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고. 그 안에서 음악을 해나가
는 우리는 환경에 대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전체의 수준
이 올라가지 않는 이상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출현한
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클래식의 경우는 그게 가능했죠. 대중들
의 막대한 지지 기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일부의 탤런트가 있는 사람
들을 집중적으로 교육시켜서 외국에 유학을 보내거나 아예 국적만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만들 수도 있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우
리나라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건 없잖아요.
(?) 그래도 음악을 원하는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잖아요. 나도
저런 멋진 음악가가 되야 겠다는....
(!)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끼치죠. 정명훈, 정경화가 휘날린
다고 해서 우리나라 클래식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생각인데요.
(?) 그렇다면 신해철씨는 세상이 만들어낸 히어로라고 생각해요?
(!) 어찌됐던 간에요. 하지만 제가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죠. 시대적 상
황 안에서 제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예요. 천상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걸 수는 없거든요.
(?) 신해철씨가 세상을 상대로 하는 일이 뭔가요? 개인적인 사리사욕 채우
기? 아니면 대중음악계를 바꾸기 위한 헌신?
(!) 두 개는 분리되지도 않아요. 제가 제자리에서 음악 열심히 해서 잘 되
면 선배들도 후배들도 동료들도 좋은 거고 뭐 좋은 거겠죠.
(?) 하지만 돈도 많이 벌었잖아요. 앨범도 많이 팔리고 기획사도 차렸으니
많이 벌었겠네요?
(!) 꽤 많이 벌었죠. 쓴 게 하도 많아서 그렇지. 얼마 정도 벌었는지 계산
해 본 적은 없어요.
(?) 팀을 이끌고 가려면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카리
스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 별로 그렇게 생각 안해요. 남들이 우리가 하는 노력들을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을 때 쉽게 생각하기 위해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쓰는 거겠죠.
(?) 음악은 신해철씨 인생의 전부인가요?
(!) 전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어요. 무언가를 인생의 전부라고 생
각하는 것은 극단적인 일이예요. 일이라는 게 무조건 자기가 하고 싶다
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전투에서 이기고 싶다고 해서
전원 돌격, 앞으로 공격한다고 해서 이기는 것도 아니니까. 인생도 마
찬가지 거든요. 내가 30년 뒤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이 음악한답시고 삶
이라든가 가족이라든가 그런 요소를 제거한 채로 그냥 무작정 앞으로
치닫는다고 해서 그런 음악이 나오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내가 쓴 가
사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버지와 나'인데
내가 그걸 쓰겠다고 입산수도해서 6개월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그 가사
를 쓴 건 아니잖아요. 앉은 자리에서 10분만에 그 가사가 나올 때까지
우리 아버지와 나의 개인사, 그리고 뭐 그 안에 얽혀져 있던 이런 저런
얘기를 생각해 내는 거죠. 그게 진짜 얘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동을
하는 거구요. 그러면 '음악은 나의 전부다'라고 똥폼을 잡는다고 음악
을 만들 수는 없어요. 내가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건 설거지를 하고 있
건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건 방바닥에 드러 누워서 뒹굴거리던 그것
도 다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 살 자체가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평생 그러실 것 같아요?
(!) 그러겠죠 뭐. 남들이 안 들어준다고 해서 음악을 안할 거는 아니니까.
(?) 그래도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 음악의 가수라는 건 가슴 아프잖아요.
(!) 지금과 다른 형태로 다른 음악을 하겠죠.
(?) 예를 들면?
(!)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현재만 생각하는 것도
쓸데없는 생각 되게 많이 하는 거 아니예요?
(?) 음악하는 친구중에 가장 친한 사람은?
(!) 윤상씨 정도.
(?) 윤상씨와는 아주 잘 통한다고 들었어요.
(!) 만나면 거의 얘기도 안하고. 그냥 윤상네 집에 가면 방 안에서 뭉개다
가 우리집 오면 내 방 의자에서 뭉개다가 '나 간다' 그러고 가요. 서로
깊숙한 부분까지 이해를 하느냐가 문젠데 나도 윤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통하는 건 음악이라기 보다는 인
간적인 모습인데...나는 '거지 같으니까 부셔야 해' 하는 타입이고 윤
상은 '거지 같으니까 나 저거 안보고 나대로 살아버려' 하는 그런 차이
예요. 문제는 어떤 게 거지 같고 어떤 게 좋은 지에 대해서 의견이 비
슷하다는 거죠. 행동 양식은 완전히 틀리지만.
(?) 한국 음악계에 바라는 점은 뭔가요?
(!) 음악하는 사람들이 더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 수 있고 들어줄 사람들
이 자연스러워지고 모든 것이 다 내추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상
황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딱 하나,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나 하
는 거예요. 일개 국가에 빛나는 수준의 아티스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나라는 안 망해요. 망한 형태가 되지. 두 가지는 큰 차
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이번 정권에서는 경제가 문제지만 다음 정권이
나 차차기 정권쯤에서는 문화가 문제될 시기가 올 거라봐요. 앞에서 저
질러 놓은 것들을 다 수습하는 데 골머리를 썩겠죠.
(?) 상당히 비판적이네요.
(!) 비판적일 수밖에 없죠. 개판인걸요. 오크통의 법칙으로 예를 들자면 다
른 나머지 판자쪽들은 1미터씩 올라가 있는데 한 판자쪽만 0센티미터인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라 전체가 이 모양인데 문화가 이러는 건
당연하죠.
(?) 그러니까 신해철씨가 이 나라 문화를 바꾸면 되잖아요?
(!) 일개 아티스트는 쇠사슬을 끊고 혁명을 일으키는 게 아니예요. 쇠사슬
을 끊는 데 천만명이 매달려야 한다면 아티스트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
저 가서 먼저 붙들고 기다리는 거예요. 남들이 오는 동안에. 내가 잡고
있는 동안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다행이죠. 내가 그들
에게 이걸 잡아야만 한다고 설득할 이유는 없잖아요. 일본 문화가 개방
되고 일본 음악이 들어와서 우리 대중음악이 무참히 깨지는 걸 보고
나라의 문화가 개판이 돼서 정말 이러다가는 망한다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 근본적인 것부터 고치게 되겠죠.
(?) 표절이나 립싱크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전 개인적으로 립싱크를 반대
하지는 않아요. 댄스 음악 가수 같은 경우에 춤추면서 노래하려면 얼마
나 힘들겠어요. 숨헉헉 거리면서 부르는 노래 듣느니 차라리 립싱크를
하면서 멋진 쇼맨십을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 표절 문제는 근본적인 것을 외면하고 있는 데 있어요. 표절을 하는 원
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원인을 막아야 하는데...이얘기를 하자면 또
다시 전체의 얘기가 되어 버려요. 지금 표절 작곡가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 처음에는 나름대로 음악을 시도해 보다가 대중들에게 철저하게 외
면당하고 무시받자, 생존을 위해서 야비한 길을 택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거든요. 그들 초창기에 나왔던 음악 들어보면 좋은 것 많아요. 악순
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죠. 밴드에 남아서 훌륭한 밴드를 건설할 만한
일꾼들은 일찌감치 세션맨이나 작곡자의 길로 다 빠져 나가고 괜찮은
음악을 할 사람들은 일순간에 표절 음악가로 변하고...저는 표절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표절을 하는 뮤지션들에 대해서는 연민밖
에 없어요. 나같은 경우에는 운도 많이 따랐으니까 내가 원하는 음악을
발표할 수 있었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가능했조. 안 그랬다면...
그리고 무슨 짓을 하든 되고 보면 그만이라는 사고 방식은 음악계 뿐만
아니라 전 국가에 팽배하는 사고 방식 아니예요? 사회 각계 각층에 다
반칙이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뮤지션들만 페어플레이를 하겠어요. 반
칙을 할 수밖에 없죠. 난 TV에 립싱크라고 표기하는 현상에 대해 이해
가 안가요. 립싱크는 당연한 거예요. 마돈나도 마이클 잭슨도 립싱크를
해요. 그리고 공연 때 어느 정도 립싱크 하는 거 뻔히 알고 있지만 누
구나 볼 때 수긍이 가요. 적절한 부분에 적절한 분량 만큼을 배치했다
는 밸런스 감각에 대해서 감탄을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라이브를 해
야 할 때는 라이브를 보여줘요. 립싱크라는 것도 그게 생긴 이유가 있
을 거 아니예요? 쓸모가 있으니까 생겨난 거예요. 쓸모의 정도를 넘어
서서 립싱크가 과다하게 사용되도록 만든 구조 문제는 생각을 안하는
거예요. 원인 제공자는 누구예요? TV란 말예요. 그런데 자기네가 립싱
크라고 써요? 그게 뭐하는 짓이예요? 그건 시청자를 다시 한 번 모욕하
는 거예요.
(?) 고등학생의 방송 출연을 찬성하는 이유가 뭔가요? 실력있는 뮤지션이라
면 어릴 때부터 재능을 키워주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 가요계엔 한탕주
의 , 반짝 스타가 난무하잖아요. 한창 인기를 맛보고 세상이 다 자기
것이냥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인기가 떨어지고...그러고 나서 망쳐지는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해요?
(!)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결정할 일이예요. 그건 자기네가 인생을 망쳐도
본인들이 결정할 일이고.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들어야 겠다는 10대들
은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있다구요. 우리나라의 문제는 뭐냐면 미성년자
는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십대들이 그들의 우상으로 선택한
것은 존중을 해야해요. 그들이 보고싶어하면 보여줘야해요. 외국에도 1
0대 뮤지션은 얼마든지 있어요. 조디 포스트는 아역 배우로 시작했지만
예일대도 나왔단 말이예요. 그렇게 해서 자기 인생의 길을 가건 사회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문제가 되건, 그건 공권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
니라구요. 제일 위험한 발상이 문화를 공권력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공윤 만들어 놓고 대중음악에 대해서 심의를 하
던 만큼의 거대한 공권력의 횡포고 인권에 대한 압살이예요. 10대들의
방송을 금지시키고 그들을 공부시키려고 한다거나 뭐 그런 건 말이 안
된다고 봐요. 이 나라가 미개국가라는 것을 세계 만방에 선포하는 거지
그런 제한이 있는 나라가 어딨어요.매컬리 컬킨이 아역 배우로 돈 엄청
나게 많이 벌었을 때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렸어요? 미성년자니까 그
재산에 대한 것을 부모가 관리하되 어느 정도 이상은 터치할 수 없도록
하는 거였죠. 그러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H.O.T를 출연 금지 시키는
것이 아니라 H.O.T의 수입을, 제작자가 그들이 미성년자라고 해서 떼어
먹고 있지 않은지 부모들이 그들의 부모라는 이유로 그 수입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법에서 지정해서 그들을 보호해주고 성인이 되었을 때
자기 발로 설 수 잇을 만한 보호를 해주는 거예요. 근데 그들 보고 이
제 와서 학교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하라고요? 넌센스 아니에요? 상식적
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죠. 십대 애들이 한창 꿈을 가지고 음악 시작
한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꿈을 짓밟는 거지.
그러니까 문제의 원인을 놔둔 채로 말초에 대한 부분들을 가지고 집중
적인 논의를 하잖아요. 콘서트 문화가 없기 때문에 TV앞에 앉아있는 사
람들은 자기네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TV시청자들은 립싱크
나 라이브에 대해서는 일개의 발언권을 가질 수 없는 초라한 외부인들
이에요. TV에서 보여주면 보여주는 대로 보고 좋다 싫다 외부인들이 결
정할 수 있는 것은 본다 안본다의 시청률이라는 수단으로 압력을 가해
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방법밖에 없다구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떤가요? 예전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무대에서만
넥스트를 볼 수 있는 건가요?
(!) 4월에 서울에서 '넥스트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가질 거예요.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구성한 넥스트의 히트곡들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공연
실황 앨범도 만들 거구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TV출연을 할
겁니다. TV출연의 이유는 다른 멤버들을 대중에게 알린다는 것과 이번
싱글을 홍보한다는 두 가지가 있어요. 단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무대에
서요. 그리고...올 여름이나 가을 쯤에 넥스트의 새 일범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글 : 이애경 사진 : 황진수
강신조 (KCREED )
[기사] 넥스트 인터뷰 몰아부침 !! 1997-03-06 18:11 499 line
[FAME]지 3월호에 실린 넥스트 커버스토리입니다. 분량이 너무 많음에도 불구
하고 다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넥스트사진이 아주 많군요. 구입해서 보시길....
***Special Interview With N.EX.T
N.EX.T. 그 이름에 상당한 중량감이 느껴진다. 영원히 고갈되지 않을 듯한 창
의력과 새롭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놀랄 만한 추진력으로 N.EX.T 외에는 도무지
엄두도 내지 못할 역작들을 만들어 내며 한국 대중음악의 진일보를 일구어 낸
N.EX.T. 그들의 작업은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동경의 대상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런 넥스트가 국내 음반 유통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싱글을 발매해
초미의 관심사로 주목되고 있다. N.EX.T싱글을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아타스트
정신을 들추어 본 Special Interview With N.EX.T. .....
글: 김영걸/ 사진: 조남주
[프롤로그]
N.EX.T와의 인터뷰는 지난 2월 11일 진행되었다. 장소는 마장동 유니버셜 스
튜디오. 시간은 오후 9시였다. FAME팀은 일찌감치 인터뷰 장소로 출발했으나
초행길이라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
으려니 생각했던 탓에 매니저의 연락처를 사무실에 놓고 와 도무지 연락할 길이
없었다. 결국 1시간 이상을 마장동에서 소비하는 황당한(?) 일을 치르고 겨우겨
우 약속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은 10시10분 . 이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앞이 깜깜했다. 스튜디오를 들어서자 매니저는 몹시 불쾌한 표정이었고
신해철은 약속이 있다며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기자에게 삐삐를 여러 번 쳤
다는 말을 듣고 확인해 보니 때마침 수신지역이 지방으로 설정되어 단 하나의
호출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사정 설명을 한 뒤 신해철에게 연락을 취하
고 그가 다시 스튜디오 문을 들어 선 시각이 10시 30분. 호사다마였을까?
N.EX.T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한 바탕소동을 치르고서야 시작되었다. 속으로 죄
없는 삐삐만 계속 탓하면서 말이다.
---왠 잡담이 이리 많담 싱경질나네잉~~~
@질문에 대해 멤버들이 고루 대답해 주었지만 표기는 편의상 넥스트의 이니셜
N으로 표기함.
F: 본의 아니게 약속시간에 늦었고 미리 연락도 못 취해 미안하다. 정식으로 사
과한다. 늦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각설하고,
본작에 수록된 <Here I Stand For You>는 전작 'The World'에 수록하려 했
다가 컨셉 형식의 앨범성격과 곡이 매칭되지 않는 것 같아 누락된 곡이라고 들
었다. 거렇다면 이곡 외에도 미발표 곡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인가.
N: 줄잡아 스케치 이상 만들어 놓은 곡이 3, 40곡정도 되고 스케치만 대강 해
놓은 곡은 무수히 많다. 연주, 녹음까지 끝낸 곡은 별로 없다. 발매해야 할 곡
들도 작업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곡들은 대충 해 놓고 끝낸다.
F: 본작을 일본에서 녹음할 때, 그쪽 음악관계자들이 넥스트의 음악에 호감을 갖
고 발매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하던데...
N: 해외에서 앨범을 발매하려는 것은 이미 몇 해전부터 추진해 왔던 일이다. 하
지만 그쪽에서 제의했다고 해서 섣불리 덤빌수는 없다. 무역으로 치자면 역조
니까 괜히 움직였다가 그쪽에서 합법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F: 일본 외에 동남아 쪽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N: 동남아? 홍콩이나 대만 쪽은 화교권이라 "띵땅띵땅"하는 음악이 대부분이고
록 음악은 별로인 것같아 관심 없다. 일본은 그런대로 괜찮고 동남아보다는 차
라리 영국이나 미국 쪽이 더 좋을 것 같다.
F: 앞서 간단히 언급되었지만 본작은 일본에서 녹음이 진행되었다. 또한 전작은
외국 엔지니어가 초빙되어 녹음이 진행됐는데 비단 넥스트 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들도 해외에서 앨범 작업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추세다. 해외작업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어떤 것인가. 엔지니어의 함량미달, 장비나 시스템의 미
비등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N: 일단,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이 서양에서 시작된 음악이라 그쪽이 노하우 면
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것들은 책보고 알 수 있는것이 아니라 직
접 부딪쳐 봐야 터득되는 것이다. 해외작업이 안된다면 외국 엔지니어를 초빙
하는 것도 좋다.
일본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은 스텝들의 조직력, 기
획력이 뛰어나서 그런 점들을 보고 싶었다. 우리도 분업화 단계에 있지만 일본
은 아티스트가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거기에 맞게 스텝진을 짠다. 본작은 UFO,
핑크 플로이드, 플랭크 자파 등의 작업으로 유명하며 우리와는 'The World'앨
범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믹 글로삽이라는 엔지니어가 영국에서 일본으로 날아
왔고 JAKE라는 유명 색소포니스트가 필리핀에서 오는 등 다국적 작업이었기
때문에 문제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세한 부분까
지 일사불란하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그런 모습들이 궁금했고 보고 싶었다. 앞
으로 넥스트의 작업이 점점 방대해 질텐데 넥스트 멤버들만으로는 역부족이고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스텝진들이 필요하다. 핑크 플로이드처럼...
물질적 지원이나 악기, 그 외 필요한 것들이 우리와는 너무 비교되는 것을 많
이 느낀다. 우리나라는 노하우가 있어도 장비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장비가 있어도 활용범위가 좁아 아쉬운 적이 많았다. 일본에서의 작업은
이런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
"서양음악에 국악악기 하나 썼다고 해서 마치 새로운 이슈꺼리인양 와하고 떠들
어대지 말았으면"
F: 또 다른 점들이 있다면...
N: 녹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다. 의심하지 않고 부탁할 수 있어 편했
고 처음부터 배우는 자세로 작업에 임했다.
우리와는 일하는 자세, 풍토부터가 틀리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쪽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 풍토에서 녹음시 귀찮은 작업, 정신병자쯤
으로 매도하는 작업들, 그 이상의 지랄(?)을 하면서까지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
고 노력한다. 의견제시를 하면 귀찮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아티스트가 황
당한 제시를 해도 어떻게 해서든지 실행에 옮겨보려고하는 그 자세에 감동 받
았다. 기본적인 것만 요구해도 왜 그런 것을 하느냐고 몰아붙이는 우리와는 생
각 자체가 틀리다. 앞으로 우리도 개선되리라고 본다. 한밴드만 제대로 해도 정
보교환이 빠르기 때문이다. 노하우보다는 프로근성을 많이 배웠다. 자기가 맡은
일은 실수 없이 완벽하게 책임감 갖고 일하는 것이 소름끼칠 정도다. 그런 작
은 점들이 모여 나중에는 큰차이를 나타낸다.
우리는 장비 운용 면에서도 약하다. 스튜디오는 우선 건물을 정교하게 건립하
고 그 다음 기계를 들여놔야 하는데 우린 건물은 둘 ㎖고 장비만 가득하다. 외
국은 스튜디오 내에 장비가 별로 없다. 필요한 장비들은 그때그때 랜탈회사에
연락해 쓰고 있다. 스튜디오와 랜탈회사에 협력체제가 확실하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그리고 추가 주문 시에는 정확한 날짜에 잭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작
업할 수 있는 장비가 완벽히 세팅된다. 우린 랜탈 회사가 없기 때문에 필요하
면 사서 쓰거나 포기하는 것 둘 중엽 하나다.
F: 본작에 수록된 <아리랑>은 무주에서 열린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폐막식
음악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리랑'의 멜로디에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연주와 넥스트 식의 곡 해석이 복잡다양한 구도를 보이며 완벽하게 조화되어
있던데 이런 시도는 김수철이나 그 외 몇몇 밴드들이 이미 선보인 바 있으며
넥스트도 전작 <코메리칸 브루스>에서 선보였던 시도였다. 앞으로도 우리음악
과 서양음악의 접근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펼쳐 보일 생각인가. 그리고 우리음
악에 대한 넥스트의 견해는....
N: 어디를 가든 민속음악을 재창출하는 것은 자국내에서 진부한 평가를 받기 마
련이다. 이런 음악들은 국내 대중들에게 들려지기 위해 만든 곡들이 아니라 외
국인의 청각에 어떻게 들려질까에 기준을 둔 작품들이다. 한국인의 민속음악과
한국인의 록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철저히 계산하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문화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고 단지 우리 음악과 서양음악을 함께 연주한다
는 차원이 아닌, 서로 다른 문화개념이 충돌해 하나의 모습으로 분출되는 것으
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방대해 질 수밖에 없다.
서양음악에 국악악기 하나 썼다고 해서 마치 새로운 이슈꺼리인양 매스컴에서
와하고 떠들어대는데 제발 그런 것 좀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꾸준한 관심을 보
여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내 기억으로는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서편제'이후 한때 붐처럼 부각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
냐는 식 아닌가.
우린 서양의 록을 연주하는 음악인들이다. 우리 앨범에 사물놀이 연주가 들어
간다해도 셔양음악을 주체로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지 국악의 붐을 이루자는 것
과는 완전 별개다. 차후에도 이와 흡사한 시도는 계속 할 것이며 해외에 선보
일 계획도 갖고 있다.
********팬에 대한 고마움은 무시함으로 표현******************************
F: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신해철 씨가 솔로 활동으로 분주하던 때에 어느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기사내용 중 '밴드 음악이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 라
고 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멤버들도 넥스트 이외의 여러 활동으로 분주하지만
N.EX.T라는 구심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밴드의 결속력을 갖게 하는 밴드만의 분명한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점들인가...
N: 어느나라나 솔로, 듀엣, 밴드의 역할이 틀리고 밴드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
다. 밴드는 기본적인 마인드부터가 틀리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되짚어 봐도 음
악의 진보를 일구어 냈던 것은 밴드였다. 밴드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었던 가능
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밴드는 멤버들의 개인적 취향과 능력이 밴드의 음악
적 성격을 규정짓고 창작에서부터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가수들과의 차이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등 소규모로 이루어진 악단이지만 완벽한 집합체인 것이다.
아무리 초특급 세션을 사용해 녹음하고 공연을 한다 해도 초특급 세션맨을 사
용해 녹음하고 공연을 한다 해도 초특급 세션맨들이 B급 프로젝트 팀을 이겼
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이긴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F: 멤버들이 함께 있는 시간은 대락 어느 정도인가...
N: 나는(이수용) 김영석 씨와 한달에 25일 정도, 그러니까 거의 같이 있다. 연습
할때도 혼자서 하는 것과 베이스가 있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른 멤버들이 오면 합주도 하고 곡도 만들어 보곤 한다. 연습만 하
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당구도 치고 얘기도 하고 오락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한
다.
넥스트 스케줄이 없는 시간은 보통 개인시간에 충실하려고 한다. 각자 일도
많고 먹고살기 바빠서 일이 없는 시간에는 거의 안 본다. 너무 바쁜 척 했나?
(김영석)
F: 말이 서로 맞지 않는 것 아닌가...
N: 그게 밴드다.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경우는 별로 없었다.(웃음)
F: 연습장소는 어디인가. 넥스트 전용 연습실이 있는가...
N: 5, 6개월 전에 성수동에 자체 연습실은 마련했다. 합주하고 가녹음 정도 하기
에는 충분한 장소다. 아마 국내 최고일거다. 그런데 현금은 없다(웃음).
F: 넥스트 팬들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N: 팬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팬은 음악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
주기 때문에 무척 고맙지만 그 고마움을 무시함으로써 표현해야 한다. 왜냐하
면 팬의 구미에 맞추다 보면 몇 년 후 음악한다고 남아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
을 것이기 ㎖문이다. 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에 곡이라도 더 쓰고 연습하는것
이 훨씬 낫다.
************싱글의 필요성과 실태***************************************
F: 다시 앨범얘기로 돌려보자. 본작의 제작기간은 어느정도 소요 낮나...
N: 음악의 골격을 잡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로 커뮤니케이션만 통하면
알아서 살이 붙는 거니까. 정확한 기간은 잘 모르겠다. 알면 밴드가 아니다. 사
실 지금이 몇 월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정도는 괜찮다. 선배들은 몇
년도인지도 헛갈리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대략 1달 정도 소요된것 같다.
F: 본작은 싱글로 발매했는데 아직 싱글은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국내에서 보편
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싱글은 어떤 형식의 음반이며 왜 필요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
N: 애초에 Disk는 도너스 판(도너스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튼 이름, 작고
둥근 디스크를 말한다)이라고 하는 싱글이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곡 수를 길게
녹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LP(지금은 CD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린 레코드판)가 나오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싱글이 기본이고 LP가 선택 사
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싱글 없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음악계 종사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누구나 싱글의 필요성
을 역설하지만 손을 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시장구조가 경직되어 있어 싱글은 힘들다. 시장 다원화도 불편하
고... 앨범이 1, 2개월에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너무 쉽게 만들고 있다. 넥스트
는 1, 2년에 한 장씩 앨범을 발표하는 데 그것이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한 애들로 취급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용돈을 가지고 한 번에 앨범을 두 세 장 씩 구이할 수 있는 나라
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앨범 값이 턱없이 싸다. 앨범은 값을 올려야 되
고 그 대신 훨씬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한다. 싱글 가격은 앨범의 4분의 1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넥스트 싱글 가격은 레코드회사와 적정 선에서 합의해 6,500
원에 결정되었는데 지방에서는 소매상에서 임의대로 10,000원에도 판매되고 있
다고 한다. 불공정 거래로 물의를 빚을 수 있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두고보기만 하는 것이 아쉽다. 소매상에서 자제를 해야 몇 년 후에라도
레코드 숍에 싱글 음반들이 쭉 진열되어 있는 시스템이 될텐데 지금은 잘 나가
는 것 하나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조금 지나면 또 썰렁해지고... 싱글이
보편화되면 안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볼만한 단계가 아니다.
싱글은 뮤지션 입장에서는 손쉽게, 경제적 부담 없이 대중들에 알릴 수 있어
더 없이 좋은 PR루트다. 싱글 4, 5개가 히트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제작자
들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앨범 대신 싱글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신인 가수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성 가수들이 새로운 것
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우리도 정신 안 차리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시장
구조가 바람직하게 바뀌어야 우리도 편하다. 앞으로 1, 2년 음악하고 그만 둘
것도 아니고 넥스트가 경제적 상황이 좋을 것이라고 짐작들 하지만 사실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함부로 앨봄을 만들지 않는다. 특히 신인 가수의 경우에는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우선 싱글을 만들고 그것이 반응이 좋으면 앨범을 만드는 게
보통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편한 상황에서 여유 있게 음악 한다고들 하는데 그런
얘그를 들으면 귀싸대기를 날려 주고 싶다**********************
F: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함께 모여서 활동하기 때문에 부딪치는 어
려움이 있을 것 같다.
N: 음악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집과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부딪치는 점은 당
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선배 밴드들이 멤버들간의 불화로 와해되어 왔
고 결국 후배들이 설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그런 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기 때문에 서로 조심한다.
곡 작업 할 때 누가 곡을 만들었든지간에 컨셉 자체가 마음에 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밴드로 활동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든 주어지기 마련인
데 다들 10년 이상 밴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선을 넘으면 팀이 깨진다
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거품 물고 고집부리는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 준다.
그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도 있고.... 그런 선에서 조율한다. 무명 밴드는
제작가가 나타나지 않고 여러 경제적인 이유들로 해산되는데 적어도 넥스트는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지 않고 음악적인 부분에 주력할 수 있어서 행복하
다.
불만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편한 상황에서 여유 있게 음
악 한다고들 하는데 그런얘기를 들으면 귀싸대기를 날려 주고 싶다. 정말 편안
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진흙 구덩이 속에서 뒹구는 우리를 보고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저규모로 편성된 시장구조에 음악인들의 공간은 없고 음악 받아 들
이는 사람들의 입장은 지극히 편협하다. 그런 상황속에서 발버둥 친다고 해도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지하게 대우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충분
히 모용 받을 만큼 받았다. 그 수가 적든 많든 진심으로 음악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과 공연하고 싶고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정말 음악을 좋아한다면 TV앞에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뭐 저러냐"고만 하
지 말고 음악을 찾아 들어야 한다. TV는 시청료만 내면 보는 것인데 거기에
뭘 더 바라는지 모르겠다. 립 싱크니 어쩌니 신경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음악
한 곡이라도 더 들었으면 한다.
F: N.EX.T의 앨범의 보통 1년이나 2년 정도의 팀을 두고 발매된다. 외국에서는
10년만에 발매되는 앨범도 당연한듯 인식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지 않
은가. N.EX.T의 앨범작업이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N: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잘 안된다. 빨리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게 아니다. 한
국적인 시스템에 맞는 음악, 다시 말해 멜로디는 따라 부르기 쉽고 연주는 반
주 정도에 그치고 반주와 노래가 따로 노는 음악을 만든다면 1년에 12장 정도
의 앨범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작업들과는 다르다. 사운드가
궁금하면 외국 음악인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따라해 보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시행착오 겪었던 작업들을 되짚어 하느라 기간이 길고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들국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음악, 그 당시
필에 따라 연주하는 연주자들... 그러면 당연히 좋은 음악이 나온다. 그런 밴드
가 있는 반면 테크닉에 대해 연구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밴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업들을 우리 스스로가 재밌어 하기도 하지만 우리 아니면 또
누가 할까라는 생각에서도 힘든 작업을 감행한다.
*********음악, 그 본질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쉬움....************************
F: 그렇게 완벽에 가깝도록 치밀하게 작업을 해도 매 앨범마다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작업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N: 상황이 다 틀리다. 1집 발매 후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생각했
었는데 몇 개월 후에 드디어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적이 있다. 악이 받
칠 대로 받쳤다. 기술적인 면은 엔지니어만 빵빵하면 되고 음악적인 부분만 아
티스트가 신경쓰면 되는데 예를 들어 하우스 뮤직을 만들어 엔지니어에게 보여
줬더니 하우스 뮤직이 뭐냐고 물으니까 이것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음악을 듣고 전문서적을 뒤적여 가며 나름
대로 가수로서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미비한 점
들이 많았다. 그러다 군대가고 이것저것 하면서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3집 앨
범이 되는 'The World'앨범에서부터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구체화시키기 시
작했다. 테크닉적인면에도 많은 신경을 썼고 드럼 사운드 잡는 데에만 몇 주간
을 소비하기도 했다. 기타 솔로 8마디를 1주일간 반복해서 친적도 있다. 지금
다시 그런 일을 해보라면 모두 기겁을 하겠지만...어쨌든 그런 작업들을 하다
보니까 컨셉 느낌이 떨어지고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The World'앨범은 오랜
기간 내용을 준비했으나 사실, 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부분
에 신경 쓰다 보니 솔직히 표현할 여력이 없었다. 넥스트 해외 작업때 외국 엔
지니어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기타리스트가 마이크 놓는 위치나 음향학적인
것, 기계 커넥션까지 알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입장
이었다고 설명하면 불쌍한 듯한 눈으로 바라본다. 좋게 말하면 그럴 수밖에 없
었던 시간들이 우리를 단련 시킬 수 있었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음악 본
질에 충실하기보다는 외적인 것들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기에 아쉬움으로 남는
다.
단적인 예로 N.EX.T가 컴퓨터를 음악에 쓴다고 하면 우선 컴퓨터를 사서 소
뒷걸음치다 쥐잡는 식으로 이렇게 저렇게 계속 작동해 보고 하나씩 익혀 나간
다. 맥켄토시 애플 컴퓨터를 음악에 처음 사용한 팀은 'Yes'라는 팀인데 '예스'
가 컴퓨터를 쓴다고 하면 맥켄토시 회사에서 컴퓨터와 그 외 필요한 모든 장비
를 조달해 주고 셋업까지 완벽하게 해준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스텝이 구성되
어 컴퓨터를 운용하게 되고 '예스'멤버들은 그 시간에 멜로디나 리듬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예스'가 창작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에 컴퓨터 오퍼레이팅을 하
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는 기초적인 코스를 배웠으니까 앞으로는 녹음도 좀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이고 내용에 더 집착할 수 있게 되었다.
꼭 가사 쓰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책들을 봐야 하고 주위 사람들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악기를 연주하려면 최소한의 연습시간과
이론을 공부할 시간이 있어야 하며 다른 음악들은 어떤 추세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건반 악기를 사면 전화번호부 만한 두꺼운 책을 읽어야 하고 녹음 진행
을 알려면 괴상한 원서를 해석해 가며 봐야 한다. 또 밴드이니까 멤버들에게도
최소한의 신경을 써야 한다.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언제
곡 만들고 곡 구상을 할 수 있을 지 황당한 경우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 음악
을 들으면 10분간 오케스트레이션이 나오다 갑자기 기타 연주가 나오기도 하고
공연에서는 1개 대대의 인원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런 것은 로저 워터스 개인
이 하는 게 아니다. U2도 작은 규모의 밴드였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대형 밴드로 변모해 갔다. 밴드가 해야 하는 일은 가능한 유능한 인적 자원을
구성하는 일이다. 경제적으로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지만 넥스트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돈이 있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참 비열하
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있어서 장비를 살 수 있다는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
장비 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N.EX.T나 팬들이나 할 만큼 했다*******************************
F: 넥스트의 창작 스타일은 어떤가...
N: 어떤 식으로 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것은 없다. 한 명이 다 하는 경우도 있고
다함께 작업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당시 하고자 하는 것에 일단 합의를 보면
방법은 다양하게 있다. 골격이 잡히면 각 파트에서 자연스럽게 살이 붙는 것이
다. 의견충돌이 있을 경우에는 앞서 말했지만 거품무는 사람의 의견을 따라간
다. 밴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멤버들간의 의견차이는 고통스럽
다.
파트 1은 내가(신해철) 청사진을 제시하고 멤버들이 거기에 충실하게 맞춘 것
이며 파트2는 멤버들이 토론을 거듭해 만들어진 것이다. 99.9%가 아닌 100%를
만들기 위해서는 팀내 민주화를 원하는 팬들의 의견은 무시해야 한다. 그런 것
들은 정치하는 분들에게 해주었으면 한다. 팬들은 많은 부분 착각하고 있다. 밴
드의 창작 방법까지 터치하고 밴드는 이래야 한다고 규정 짓는데 관심과 성원
은 고맙지만 그 생각할 시간에 음악이나 한번 더 듣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밴드를 만들던가. 우리 팬들은 1주일간 음악을 몰입해서 듣는
예가 거의 없는것같다. 한두번 들어보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못마땅한 게 있
으면 이건 안된다라고 밴드의 갈 길을 제시하지 말고 왜 이렇게 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라고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아마 그런 팬들이 있으면 음악
인들은 분명 감동할 것이다.
PC통신도 마찬가지다. 팬들이 평론가나 아티스트의 역할을 하려고 하고 있고
정작 팬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
F: 우리나라에서 밴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을텐데 N.EX.T
는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N: 우리 팬들은 할 만큼 했다. 건방지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넥스트도 할 만큼
했다. 하지만 시대나 장소가 더이상은 안된다. 우리 공연은 초대권을 뿌리지 않
고 유료 관객만 1만여명 이상 끌어 모은다. 공연의 질 말고 팬들이 공연장에
와서 즐기는 것도 최근 넥스트 팬들이 10년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
데 서울 외에는 그런 장소가 없다. 공연을 시골 장터에서부터 할수는 없잖은가.
정부에서 TV말고도 대중문화가 발전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은 경제가 우선순위로 부각되어 있지만 다음 정권에서는 문화적인 부분이 강하
게 제기될 것이다. 일본 문화가 턱 밑까지 와 있는데 무슨 배짱으로 내버려 두
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TV를 통해 편하게 정보를 얻는 자세
에 굳어진 대중들은 공연장이 10개 더 생긴다고 해서 공연장을 찾을리 만무하
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들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프곡선이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는 획기적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록 밴드는 분명 하향세다. 그래서 춥다. 넥스트는 빙하기의 공룡이다. 어쩌다
한번 어흥하고 고함을 칠 수는 있겠지만 빙하기라 얼어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이다. 이런 것들은 문화, 사회적인 문제라 어느 실타래 하나 푼다고 해서 해결
되는 게 아니다.
역량있는 밴드는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것처럼 나오는 것이 아닌데 선배
들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면 열심히 하고자 애쓰는 친구들도 세션으로 돌리거
나 아니면 기타를 버리고 츄리닝에 운동화 신고 춤연습하게 된다. 우리 학창시
절만 해도 기타 들고 다니면 멋있게 보였었는데 지금은 춤추는 친구들을 멋있
게 보고 기타 들고 다니면 미친놈 보듯 하지 않은가.
밴드들이 텔레비젼을 할 수밖에 없다. 밴드의 매력이 뭔지. 공연의 매력이 뭔
지 모르고 있는 대중들을 TV라는 매체를 통해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TV는 그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넥스트가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고는 하
지만 예전에 TV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 지금 넥스트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
었다고 본다. 록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매니어들이다. 밴드는 이래야 되고, TV
는 절대 안되고... 밴드의 정의에 대해 규범을 만들어 놓은 팬들은 전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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