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미리 가르쳐주겠다 - 배틀 로얄(Battle Royale)

 

♬G선상의 아리아 - <배틀 로얄> OST(소지로 Ver.)

 

흔히들 ‘경쟁’은 발전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시대를 ‘경쟁사회’라고 긍정적인 의미로 규정하고 자의든 타의든 ‘경쟁에서 무조건 살아남아’라는 무언의 강요를 받으며 산다. 경쟁이 발전을 동반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해야 한다. 왜냐면 이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또 우리가 바라는 성공은 늘 소수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사치스러운 성공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쟁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경쟁이란 ‘다툼의 씨앗’이다. 그리고 그것의 이면에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물질적인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 지금의 인간이란 종족에겐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경쟁은 - 현재로서는 - 큰 의미가 없고 대부분 성공을 향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든 사회적으로든 경쟁을 정당화해 나간다. 그러나 그처럼 남들보다 좀 더 잘살기 위한 개인 간의 경쟁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몸을 다치거나 심지어는 죽기도 했다. 또 국가 간의 경쟁이란 명목 하에 강대국에 의한 수많은 악행들이 자행돼왔고 때로는 전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경쟁의 최종 목적이란 언제나 똑같았다. 그것은 바로 단 1명의 승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단 한명... 세상은 그 단 1명의 승자를 위해 항상 존재해왔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 실업자 1천 만명, 등교 거부 학생 80만명, 교내 폭력으로 순직한 교사 1200명. 실업자가 양산되고, 학생들은 학교를 파괴한다. 자신감을 잃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두려워해 강력한 법률 하나를 제정하는데 이름 하여 ‘신세기 교육 개혁법 배틀로얄’. BR법이라고도 하는 이 법률은 전국의 중학교 3학년 학급 중 무작위로 한 학급을 선발, 3일간 무인도에서 친구들끼리 실제로 서로를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 최후의 생존자만이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끔찍한 법률이다. 이번 배틀 로얄의 대상으로 선정된 3학년 B반의 42명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길에 무인도로 납치되고 어리둥절한 학생들 앞에 예전의 담임선생님이었던 기타노(키타노 다케시)가 등장해 BR법과 전투 규칙을 설명하면서 죽음의 게임은 시작된다.(참조:네이버 영화해설)

이 영화 <배틀 로얄>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갈수록 심해져가는 학교 폭력과 관련해 폭력의 잔혹성을 통해 그에 대한 역설적인 해석으로 다가서는 관점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로 폭력보다는 ‘경쟁’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자화상을 보여주기도 한다.(물론 일본 훈남ㆍ훈녀들에 대해 열광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눈이 갔는데 그런 시각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이 영화는 마치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앞으로 경험할 세상을 미리 보여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그것이 설령 친구이든 상대방과 싸워 이겨야지만 내가 살 수 있는 그런 세상.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BR법은 국회 통과만 안됐을 뿐이지 지금 전 세계 어디에든 존재하면서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아마도 내 또래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느끼겠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필자 역시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아니 쉽지 않다기 보다는 그다지 편하지가 않다.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더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불편한 것은 바로 서로 간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만나면 겉으로는 서로 웃으면서 술 한 잔 하게 되지만 마음속으로는 서로 간의 처지를 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필자는 그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그들을 만날 때면 주로 어릴 적 기억들을 많이 꺼내는 편인데 그런 얘기를 하면 또 과거에 집착한다느니 하면서 마치 내가 그 때 이후로 전혀 자라지 않은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확실히 시간이라는 건 관계를 새로 창조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관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필자는 내 자신이나 그들에게 큰 잘못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릴 적 흙장난을 하면서 놀았던 시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서로 ‘즐거움’이란 가치를 좇아 하나가 될 수 있었지만 서서히 성장해가면서 우리들 모두는 어릴 적 그 ‘즐거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명예’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면서 마치 이 영화 <배틀 로얄>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상대방을 죽이지(이기지) 못하면 내가 죽는(우울해지는) 잔혹한 경쟁의 무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하나가 각자로 흩어지는 과정이었고 거기에는 어떠한 이유도 원인도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한 아이들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내몰렸고, 거기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 행복해지기 위해  - 과거에 아무리 친한 친구였다 하더라도 경쟁상대로 봐야 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친구들 간에 ‘명함’을 건내는 것을 참 싫어한다. 특히 동창회를 하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명함을 먼저 건내는 친구의 행동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니 친한 친구들에게 내 명함을 준적도 거의 없을뿐더러 그들(친구들)에게서 받은 명함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서랍에 처박아 두거나 아무렇게나 간직하다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참 많다.

사실 명함이라는 건 무기다. 그것은 곧 내가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내가 이 정도의 힘이 있다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행위와 같다. 마치 이 영화 <배틀 로얄>에서 아이들 모두에게 각자 다른 무기를 쥐어준 후 그것을 상대방에게 사용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친구가 아닌 사회에서 업무 상 만나는 사람과 건내는 명함이란 상대방에 대한 인식의 수단이 되지만 친구들끼리 건내는 명함이란 이처럼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과 같다. 사실 굳이 명함을 주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친구의 성격이나 취미, 많이 친할 경우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른이 되면 우리는 친구 간에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런 것들보다 친구가 돈을 얼마나 벌었고 얼마나 성공했는지에만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 역시 먹고 사는데 바쁘다 보니 생기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 영화 <배틀 로얄>과 관련해 ‘폭력’보다는 ‘경쟁’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쓰고 있지만 필자 역시 자신도 없고 잘 모르겠다.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똑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같은 우리 인간들에겐 신(神)이 선물한 이성이란 것도 있기 때문에 적이 아닌 동지로서 경쟁보다는 서로 도와가며 보다 아름답게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발전이란 것도 사실 빨라질수록 인간은 더욱 오만해지고 멸망 역시 더욱 빨라지게 돼 결론적으로는 좋지도 않다 - 그게 왜 안 되는 지를. 물론 그것은 60억이 넘는 인류 모두에게 각자의 삶과 우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마음속으로는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가기에 잔인한 세상의 모습에 더욱 개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나하라와 노리코를 모두 구한 카와다는 죽으면서 세상으로 나가게 될 그들에게 ‘정말 힘든 건 오히려 지금부터야’라고 충고한다. 어른들의 세상을 미리 알고 싶은 학생들은 이 영화를 반드시 보길 바란다. 그리고 어떤 이는 자살을 하고 또 어떤 이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가운데에서도 모두가 살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몇몇  아이들처럼 BR법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만든 어른들을 용서하고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해주길 바란다.

 

 

"정말 힘든 건 오히려 지금부터야" - 카와다 쇼고

 

「앞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중에 하나는 바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 훈남ㆍ훈녀에게 열광하며 보는 것이랍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면서 복잡구리한 생각을 좀 하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멋진 모습이더군요. 특히 전학생들. 이 두 놈 들은 활약도 멋지지만 외모에서 뿜어 나오는 포스는 가히 ‘절대 매력’이란 말이 충분히 어울릴 만하더군요.(글쎄. 가슴이 뛰더군요. 젠장. 뭐야. H끼가 있는거야~!) 그래서 그 두 놈 들을 포함해 등장하는 아이들 사진 몇 장 올려드립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거지.」

 






 


 

 
















 
 
"나카가와. 어른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기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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