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graphy ????





그림인가 글씨인가

그리스 어로 kallos는 ‘아름다움’을, graphy는 ‘서풍, 서법’을 뜻한다. 캘리그라피( Calligraphy )는 이 둘을 합친 말로 ‘손으로 쓴 아름다운 글씨, 서법’을 뜻한다. 서체는 글씨 자체에 중점을 두는데 반해 캘리그라피는 글씨를 ‘아름답게 도형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캘리그라피를 하는 사람은 서체를 개발하는 펜맨(penman)과 구분해 캘리그라퍼(Calligrapher) 또는 캘리그라피스트(Calligraphist)라고 부른다. 캘리그라피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6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는 영화 포스터나 광고 등 상업적인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80년대에는 서체가 많이 개발되지 않아 영화의 느낌을 표현할 글씨를 손으로 직접 쓰는 경우가 많았다. 90년대 들어와서 서체는 많이 개발되었지만 영화의 느낌을 드러내주는 글자 모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영화 포스터에 손으로 직접 쓰는 캘리그라피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11월 4일 개봉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영화 오프닝에서 제목을 정우성이 직접 캘리그라피 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도 캘리그래퍼인 박종건씨가 붓으로 쓴 것이다. 박종건씨는 서예를 전공한 후 디자인 공부를 해 캘리그래퍼가 되었다. 동아일보 문화면 기사 <손글씨의 美學’ 캘리그래피의 세계>에서 그는 “컴퓨터로는 표현에 한계가 있는 사람의 감성이나 손느낌... 그런 것들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쓰세요

캘리그라피가 다양한 분야에 쓰이면서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6월에는 제2회 <캘리그라피디자인전>이 열리기도 했다. 디자인 전에서는 여러 캘리그라퍼들이 참여해 작품을 전시했다. 전통 서예에서부터 광고와 포스터, 캘리그라피가 쓰인 생활용품까지 전시 내용은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99년에 문을 연 아트센터 <필묵>에서는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고 있다. 15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약 2달 반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1기에 15명씩 15기가 배출되었다. 15번의 강의 중 처음 6번은 주로 붓과 먹, 종이를 다루는 법을 배운다. 간단한 물고기나 꽃 등의 그림을 연습한 후 습작에 들어간다. 캘리그라퍼 나은주(24)씨는 “수강생들이 생각한 대로 붓이 안 움직이는 데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붓이 손에 익지 않으면 생각한 이미지가 잘 안 나오거든요”라고 말했다.

글과 그림의 조화

김혜진씨는 캘리그라피는 ‘내용에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영화 포스터나 드라마 캘리그라피를 쓸 때는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모두 읽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나 느낌을 이입해 캘리그라피를 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뿐 아니라 광고도 미리 보고 작업을 한다. 김혜진 실장 책상에는 이번에 작업할 라네즈 광고 비디오 테이프가 놓여있었다. “글자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도 결정해요. 영화 <중독>도 글자 배치를 똑바로 할 수도 있었지만 느낌을 주기 위해 어긋나게 배치했습니다.”

캘리그라피에 붓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면봉을 사용하기도 하고 풀뿌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나무 끝을 잘게 갈라 붓처럼 만들기도 한다. <필묵>의 김종건씨가 작업한 영화 <연인>의 한자도 이 대나무 붓으로 써 끝 획이 거칠게 갈라져 있다. 김혜진씨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포스터 글자를 딱딱하게 표현하려고 젓가락을 부러뜨려 사용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붓펜으로 쓴 글씨다. 붓펜도 다양한 종류를 사용한다. 깃털펜, 플러스펜, 4B연필 등 쓰는 도구 뿐 아니라 휴지, 화선지, 복사지 등 쓰는 곳도 제한이 없다.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활용 가능하다.

단 하나뿐인 글씨

캘리그라피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게간판이나 제품 곳곳에서 캘리그라피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포스터와 광고를 벗어나 더욱 많은 곳에 캘리그라피가 사용될 전망이다. 김태영(22, 대학생)씨는 캘리그라피에서는 인간적인 느낌이 난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손으로 써서 그런지 폰트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키보드 하나만 누르면 만들어지는 컴퓨터 글씨와 달리 희소성이 있는 글씨.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다.

 

캘리그래피 관련 사이트

 

www.philmuk.co.kr
www.callidesign.co.kr

www.soolt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