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 공연 보면 인생이 달라진대.” 지난 3월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포에버 탱고’ 공연을 보고 온 방송작가가 말했다. 글쎄, 심드렁 하면서도 공연장을 찾았다. 그들의 연주 테크닉은 확실히 놀랄 만 했다. 그러나 “남미 애들이니까 다르구나” 했을 뿐,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추억은 방울방울’이란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다. 도쿄에 사는 29세 여자 회사원이 휴가를 얻어 시골여행을 하면서 어렸을 적 초심으로 돌아가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줄곧 현재 도쿄의 번듯한 직장인과, 그녀의 어렸을 적 순수한 이야기를 오가며 한 도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엉뚱하게도 ‘포에버 탱고’를 떠올렸다. 그 아르헨티나 공연팀은 몇 가지 아날로그 악기만으로 완벽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한 가지 악기에 그만큼 몰두하고, 오랫동안 연습해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악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세뱃돈을 모아 산 2만원짜리 기타가 그랬다. 그 싸구려 기타에는 꿈이 있었고 밤새 그치지 않던 이야기가 있었다. 디지털 악기들이 여럿 있고, 연주실력도 어느 정도 갖춘 지금은 어떤가. 어릴 적보다 훨씬 나태해졌고,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점점 화석화하는 느낌이다.
공연 ‘포에버 탱고’와 만화영화 ‘추억은 방울방울’은 내게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단순한, 그러나 소중한 물음을 던져줬다. 결국 그 방송작가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나는 요즘 ‘인생이 달라지는’ 느낌으로 산다.
(작곡가·MBC ‘FM음악도시’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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