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만의 취향...
내가 자주 찾는 술집이 있다. 안주도 분위기도 그저 그런, 게다가 술값마저 싸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도 주인 아저씨를 떠올리면 그 주점으로 가게 된다.
아저씨는 항상 옛 록 음악을 틀어놓고 ‘설교’를 한다.
“비틀즈보다 롤링스톤즈가 위대해. 미국보다 영국음악이 심오하지. 그리고 말이야, 음악이란 건 사람이 해야지 컴퓨터가 하면 그건 수학이야” 하는 식이다. 지겹도록 자주 들은 그 이야기는 꼭 ‘김민기’로 끝난다.
하루는 “저도 음악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그럼 자네가 대표로 들어” 하더니 밑도 끝도 없이 “사람 냄새가 나는 음악을 하라”고 다그쳤다. 희한한 건 ‘기계 음악’을 그렇게 싫어하는 이 아저씨가 SF영화광이란 점이다. 내가 “그거 다 컴퓨터로 만든다는데요?” 하면 “영화는 다르다” 한 마디로 잡아뗀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애정이 생긴다. 음악이나 영화 뿐 아니라 커피는 에스프레소, 구두는 어떤 브랜드 하는 식으로 일상에마저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는 일이 즐겁다.
그런데 요즘 대중음악은 이런 ‘개인 취향’을 마비시킨다. ‘단조 스타일에 후렴부가 확실한 슬픈 발라드’ ‘테크노와 힙합을 섞은 반주에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댄스그룹’이 TV서 인기 끄는 대중음악의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좁은 스펙트럼에서 어떻게 취향에 맞는 음악을 골라 듣겠는가.
대중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 ‘나만의 취향’을 고집했으면 한다. 취향엔 우열도 순위도 없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를 나로 만드는 색깔이 있을 뿐이다. 오늘 저녁엔 ‘내 취향’으로 한 곡 써 볼까.
(유희열·작곡가·MBC ‘FM 음악도시’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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