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점 반

 

넉점 반
    - am.10:33:58 Tuesday, February 15th 2005 -

인생은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길을 가라고 재촉하지만,
우리에게는 멈추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멈추어 서서 삶을 되돌아볼 만큼 여유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예를 들어 갑자기 병이 찾아왔거나
어려움이 닥쳐왔을때,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인생이라는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된다.

-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그대 만난 뒤 삶에 눈떴네》중에서 -


요즘따라 상당히 자주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시라는것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에게도 가장 좋아하는 시가 두개^^; 있는데,
하나는 고등학교때 읽었던 '낙화' 그리고 또 하나는 초등학교때 외웠던 '넉점반' 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그때 우리 선생님은 정말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줬던 분이었다.
그분덕에 잠시 선생님의 꿈을 가졌던 적도 있었는데...
그 여러가지 중에 하나인 '시 외우기' 는 늘 하기싫어서 억지로 억지로 했던 기억이 있다.
일주일에 한개였나 그랬던거 같은데, 여기저기 책을 뒤져서 제일 짧은 시로, 외우기 쉬운 시로 골라서 - 그것도 너무 짧은건 티나니까 적당한걸로-_-; - 외워갔었는데
하루는 집에 있던 책을 보다가 '넉점반'이라는 시를 발견했다.
그 시를 본순간 너무 맘에 들어서 꽤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밌게 외웠었다.


넉점반 - 윤석중.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
"할아버지 할아버지
엄마가 지금 몇 시냐구요."

"넉점 반이다. "

"넉점 반 넉점 반. "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니나니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점 반이래."


작년에 책이 새로 나왔나보다. 검색창에 넉점반을 치니까 여기저기 추천도서에 나와있었다.
추천도서 될만 하지.
물론 그때는 그저 너무 웃기고, 귀여운 시라고 생각했지만 - 특히 분꽃 따물고 니나니니나니 정말 귀엽다 >.< -
지금 나는, 이렇게 살고싶다.
길가다 하늘보고, 꽃보고, 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그런 삶.
좀더 빨리, 어서어서, 그저 앞만보면서 달려가는 사람들이 솔직히 이해가 가면서도 안간다 -_-

그게 지금 내 게으름을 정당화 하려는 생각일런지 몰라도,
난 삶에서 중요한건, 그때그때 느낄 수 있는건 최대한 느끼는거라고 생각한다.
전엔 나도 쿨한게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괜히 쿨한척하며 살다가 더 중요한걸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것 처럼 바보같은건 없다.

"엄마
시방 넉점 반이래."

 

 

 

넉점반으로 이미지를 함 찾아봤더니 요런게 있네. 아~ 너무 귀엽다. 딱 그 시 스럽고. 완전귀여워~~~ >_<

 

 

 

 

 

 

진짜 귀엽지 이아이 >_<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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