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원공사 "자원사랑" 뉴스]-재활용이 패션이다!

 

[동아일보]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서 '넝마주이'를 본 적이 있는가.


거리의 고철 깡통과 각종 폐기물을 주워 살림을 꾸리던 모습. 1970년대만 해도 흔한 풍경이었다. 괜한 선입견 탓에 비하의 대상도 되기도 했지만 넝마주의는 "훌륭한 재건 요원이자 국내 재활용 산업의 선구자"(김기협 생산기술연구원장)였다.


21세기 신(新) 넝마주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다. 요즘 부쩍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로하스(Lohas)'적 발상이다. 로하스란 '건강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환경보전과 건강을 위해 당연히 선택해야 할 생활방식은 재활용이다.

 


과거 재활용이 갖고 있던 싸구려 이미지는 이젠 옛말이다. 수준 높은 패션이나 디자인과 연결돼 재활용은 세련된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해외에서는 '에코 패션'이라 불리며 고가의 명품으로 각광받는 브랜드들이 다수 출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외국보단 미미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재활용 패션과 에코 디자인의 세계를 살펴봤다.》

 


디자인으로 승부 …‘명품’으로 부활

 


○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함의 미학


현수막.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요즘도 길거리에 넘쳐난다. 도심에선 여전히 불법광고 현수막을 붙이고 떼는 전쟁이 한창이다. 수거한 현수막을 소각하느라 또 다시 비용이 발생한다.


‘에코파티 메아리’의 숄더백과 하이힐 등은 이렇게 버려지는 현수막을 재활용한 제품이다. 2003년 아름다운 가게의 제1회 재활용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현수막 가방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지금은 가방 구두 등 패션용품은 물론 매장 쇼핑봉투로도 활용된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국내에서 재활용 패션을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시킨 첫 번째 브랜드다. 생활 폐기물을 주로 이용한다. 공사장에서 건물을 가리던 천이나 헌 소파의 가죽, 과일이 담겼던 박스, 버려진 옷이 소재가 된다.


재활용품의 특성상 소재나 상태가 달라 결과물도 각양각색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이 많다. 5, 6가지 제품을 리폼해서 만들어진 의류는 독특하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다. 에코파티 메아리의 조혜원 매니저는 “재활용한다는 사회적 의미도 크지만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물건을 갖는다는 데 소비자들이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시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단골 고객이 많다.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이 주 고객이다. 올 1월 전시회에서 인연을 맺은 연예인 정선희 노영심 등도 에코파티 메아리 제품을 즐겨 사용한다.


최근 빈티지 열풍도 재활용 패션에 대한 관심을 높인 요인. 재활용 패션을 즐긴다는 회사원 이혜원(34) 씨는 “얼마 전까지도 재활용 제품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강했다”며 “요즘엔 주변 사람들도 하나의 생활문화나 패션 코드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양한 재활용 패션 브랜드가 최근 많이 선보였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신진 디자이너의 참여가 늘고 있다.

 


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있는 재료로 새것보다 더 세련되게에코디자인 생활 속으로 성큼

 


재활용 디자인 작가 그룹이라 불리는 ‘오프닝 스튜디오’. 대표적인 상품은 일명 자투리 양말이다. 양말공장 등에서 버려지는 실을 모아 양말을 짠다. “정해진 규칙이나 의도를 일부러 배제하고 모든 양말을 우연에 의한 독창적 디자인으로 만든다”(김수나 디자이너)고 한다.


‘스마일 플래닛’은 디자이너 윤정원 씨의 개인 브랜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 갤러리가 있다. 폐의류와 버튼, 버려진 소품 등을 이용해 의상과 가방을 만든다. 계원예대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재활용 작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데님이나 폐목을 재활용한 제품이 눈에 띈다.


젊은 실험정신이 뿜어내는 재기 발랄함은 기존 패션업계에서도 상당한 주목거리다.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많다.


가방브랜드 쌈지가 최근 선보인 ‘고맙습니다 by 쌈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라벨을 재활용한 파우치와 포대를 이용한 가방 등을 내놓았다. ‘little earth by 쌈지’라는 브랜드로는 자동차 번호판을 재활용한 깡통형 원통 백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에코샵’은 재활용 친환경상품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멀티숍. 해외의 유명한 재활용 브랜드도 접할 수 있다.


○ 신품보다 더 새로운 사회적 가치


문제는 재활용 패션을 값이 싸거나 질 낮은 상품으로 보는 경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 대표적 사례가 오프닝 스튜디오의 양말이다. 3500원이란 가격을 많은 소비자는 비싸다고 여긴다. 재활용 패션 관계자들은 “부가비용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주장한다.


재활용 제품은 수거와 재(再)원재료화가 쉽지 않다. 일정 경로를 통해 모인 폐기물은 재료별로 분류되고 기본 손질을 거친다. 이어 특별한 세탁과 해체 과정을 통해 원단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들어가 상품으로 재탄생한다. 하나의 상품이 나오기까지 대개 일주일에서 1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디자이너들은 “기존 원단보다 재활용 원단이 수거나 세탁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경기 양평군의 폐교를 재활용 자재를 활용해 작업장 및 연수원으로 꾸민 연정태 씨는 “해외에서는 다양한 리사이클링 과정과 디자이너의 정성을 인정해 재활용 제품을 고급 브랜드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뉴욕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명품 반열에 오른 브랜드다. 2000년대 초반 각종 빈티지숍에서 구입한 중고 의류를 리폼한 의상으로 뉴욕컬렉션에서 주목 받았다. 현지에서는 웬만한 명품 브랜드 이상으로 고가에 판매된다. 최근 한국계 환경운동가인 대니 서 씨가 파트너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타크’는 전 세계적인 재활용 패션의 열풍을 이끌었다. 1993년에 첫선을 보인 뒤 독특한 아이디어와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제작 공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물차 덮개용인 천막을 가방 몸체로, 차량용 안전벨트를 가방 끈으로 쓴다. 가장자리의 힘받이는 자전거 바퀴 튜브의 고무를 재활용했다. 99∼150유로(약 12만∼19만 원)로 싸진 않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영국의 ‘리마커블’은 1996년에 설립돼 고정 팬이 많은 팬시 브랜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재활용한 연필, 폐타이어를 원료로 한 종이 노트가 유명하다. 일본에도 ‘샘플’이나 ‘한지로’ 등 각광 받는 재활용 패션 브랜드가 많다.


강승모 한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재활용 브랜드의 활성화는 해당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라며 “‘새것보다 더 의미 있는 새로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출처 : 동아일보 20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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