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자를 엮어 이 정도의 가방 모양새를 갖추었다면, 재활용이라는 것도 꽤 생산성이 있어 보인다. 재사용의 운명이 어쩔 수 없는 재료의 질적 한계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기에, 오로지 ‘솜씨’만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258-봄보 빅(258-Bombo big) / 줄자로 만든 가방
이탈리아의 모마보마(Momaboma)가 만든 이 가방은 예의 명품풍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어, 캐주얼 일색의 여타 재활용 제품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어필한다. 엮어짜기 방식으로 만든 이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정도라고.
모마보마가 재활용에 사용하는 소재는 대여섯 가지로, 일반적인 섬유 재질의 의류를 비롯하여, 종이류에 속하는 지도와 잡지, 위에서 언급한 줄자, 그리고 트럭 타이어 등이다. 그 중 가장 가공이 어려워 보이는 소재는 타이어다. 타이어를 곱게 펼쳐, 가방 전면에 타이어 무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가방을 탄생시키는 것. 언뜻 보기엔 가죽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튼실한 ‘고무의 맛’이 잘 배어있음을 알 수 있다.
307-봄보 빅(307-Bombo big) / 타이어로 만든 가방
타이어를 찾아 폐차장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
종이류 역시 흥미롭다. 50-60년대 흑백 잡지의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고, 가장자리 마감이나 스트랩은 ‘검정 타이어 고무’로 만들어 묘한 컬러와 소재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종이는 코팅 처리하여 방수기능을 더했다. 수 십 년 전 잡지에 실린 뉴스나 광고 이미지를 사용하였기에, 무르익은 빈티지 분위기마저 풍겨난다. 핸드백, 지갑 등 대부분의 디자인은 명품풍을 따르지만, 간혹 삐딱하게 실용성을 강조한 ‘L.P. 백’ 같은 것도 눈에 띈다.
308-반달(308-Halfmoon) / 매거진으로 만든 가방. 가장자리는 타이어 고무로 마감
334-L.P. bag
721-봄보 컬러(721-Bombo Color)
잡지 선별 과정
지도로 만든 가방은 매거진과 유사한 가공을 거치지만, 지도 특유의 다채로운 컬러와 매치시키기 위해 검정색 타이어 대신 갈색 톤의 패브릭을 함께 사용하였다.
317-맨해튼 리틀(317-Manhattan little) / 지도로 만든 가방
모마보마의 가방들은 버려지는 재료의 특성을 무모하게 강조하기 보다, 가공 공정과 컬러 매치에 신경을 씀으로써, 통상 취미활동처럼만 여겨지는 재활용디자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http://www.momaboma.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