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만들기 ^^

무게 441g, 둘레 69cm, 14개의 가죽 조각, 황금빛…. 푸른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의 실체다. 월드컵을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구는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처음 등장한 뒤 36년 동안 아홉 차례 진화를 거쳤다. 그 뒤에는 수학이 숨어 있다. 축구공에 숨은 수학을 풀어 본다.

◆ 팀가이스트의 특징="축구공이 야구공처럼 꿈틀대며 움직인다." 축구 전문가들은 팀가이스트가 야구공으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독일 월드컵 기간에 중거리슛 풍년도 예고했다.

그럼 과거 공인구와 팀가이스트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축구공은 1960년 아디다스사가 12개의 정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 가죽을 서로 끼워 만든 32면체 형태가 기본형이다. 그런데 32면체 축구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인구(피버노바)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2006년 월드컵부터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겉으로 보면 피버노바는 32개 조각(패널)으로 이뤄져 있고, 팀가이스트는 14면이다. 팀가이스트에선 또 과거 축구공과 달리 정오각형과 정육각형 모양을 찾을 수 없다. 팀가이스트는 다각형을 이어 붙이지 않고 첨단 기술을 이용해 월드컵 트로피를 둥글게 단순화한 모양의 조각 6개, 삼각 부메랑 모양의 조각 8개로 만들어 접합점의 수와 조각들 사이의 접합선 길이를 크게 줄였다.

◆ 32면체에서 14면체로 바뀐 이유=축구공은 구 형태에 가깝게 만들수록 마찰이 적어 공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또 정확도가 높아져 선수가 찬 공이 균형을 잘 유지해 날아가는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축구공은 왜 32면체로 만들까? 다각형으로 최대한 구 모양에 가깝게 만든 기하학적 조합인 '오일러의 공식'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오일러의 공식은 구멍이 없는 볼록 다면체에서 '꼭짓점 수+면 수=모서리 수+2'라는 등식이 성립함을 뜻한다. 즉, 32면체 축구공은 면이 32개이고, 꼭짓점이 60개[한 꼭짓점에 3개의 가죽이 모이므로 꼭짓점의 수는 180{(5×12)+(6×20)}을 3으로 나눈 값]이므로 둘의 합은 92다. 이는 모서리 수 90[두 가죽을 서로 맞대 축구공을 만들므로 모서리 수는 180{(5×12)+(6×20)}을 2로 나눈 값]에 2를 더한 값과 같다. 이렇게 만든 축구공은 구 모양에 최대한 가깝긴 하지만, 여러 장의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들기 때문에 이음새 부분이 많아져 완벽한 구 형태를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 공을 찰 때 조각의 어떤 부분을 맞추느냐에 따라 날아가는 공 방향의 변화가 심했다.

따라서 팀가이스트는 오일러의 공식을 깨고, 공을 구성하는 패널 수를 14개로 대폭 줄여 이런 단점을 해결했다. 패널 수를 줄임으로써 면과 면이 만나 이루는 모서리 수도 줄게 돼 구형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이 바람에 공의 공기 저항이 줄어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컨트롤 능력도 대폭 향상됐다. 또 3개의 패널이 만나는 부분(스리 패널 터치 포인트)의 양은 60%가 줄어든 대신 각 면의 면적은 넓어져 어떤 충격에도 일정하게 반응한다. 면과 면의 이음새 부분도 최소화돼 한 경기에 2000번 정도 공을 차더라도 경기 시작 전이나 마쳤을 때의 상태가 거의 같다고 한다.

◆ 14면체의 역사=14면체 축구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사용된 산티아고도 14개의 가죽을 연결하고 공기를 넣어 팽팽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축구공 모양의 다면체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년)가 그린 14면체 그림을 들 수 있다. 이 그림은 정사각형 모양 6개, 정육각형 모양 8개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통일신라 시대에 14면체 모양의 주사위가 있었다. 1975년 경주 안압지 발굴 당시 연못 바닥에서 발견된 목제 주령구인데, 정사각형 6개와 육각형 8개로 만들어졌다. 이 주령구는 나무로 만든 높이 4.8cm의 14개 면에'스스로 노래 부르고 마시기''한 번에 술 석잔 마시기'등 벌칙이 쓰여 있어 귀족들이 술좌석 등의 놀이에서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이태종 NIE 전문기자

※도움말 주신 분=전국수학교사모임 수리논술팀(동대부속여고 김경하, 저동고 김선숙, 숭문고 김호경, 광신고 김흥규, 대평고 박미진, 경성고 이기백, 송내고 장성훈), 신혜인(배움과 닮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