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가진 뿌듯함 이제 심어 뭐하나’싶겠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찬바람이 불어도 심을 수 있는 채소는 많다. 직접 키워 먹는 즐거움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법. 게다가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텃밭 만들기에 대한 궁금증
1 도대체 어디에 만들까?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보면 버려지다시피한 작은 땅에 누군가가 상추 등을 심어놓은 걸 볼 수 있다. 아파트 옥상에도 올라가봤는지. 역시 누군가 화분과 스티로폼 박스에 갖은 야채를 키우고 있다. 그러니까 텃밭이라고 해서 원래부터 큰 밭이어야 하는 건 아닌 것. 어디든 흙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남의 배밭 옆 작은 귀퉁이가 남은 것을 보고 거기에 텃밭을 가꾸었다고도 하니까. 이도저도 어렵다면 주말농장도 괜찮을 듯. 인터넷에서 ‘주말농장’을 치면 수도 없이 뜨는가 하면 서울시 농업기술 센터, 농협 농촌지원부, 각 구청에서도 자체적으로 주말농장을 분양하고 있다. 1년에 5~8만원 선.
2 베란다에 만든다면 흙은 어디서 가져올까? 아무리 생각해도 흙 한 줌 구할 데가 없다면 양재동 화훼단지나 가까운 꽃집으로 달려갈 것. A4용지만 한 봉지에 담긴 배합토를 1천원이면 살 수 있다. 스티로폼 박스 하나 정도는 채울 수 있는 30ℓ짜리도 양재동에서라면 3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 배합토만으로도 비료 한 번 주지 않고도 웬만한 채소는 키울 수 있다.
3 물만 준다고 자랄까? 물론이다. 흙이 마르지 않도록 2일에 한 번 정도씩 물만 주면 잘 자란다는 것이 중론. 상추 같은 경우엔 너무나 빨리 자라 매일매일 따 먹을 수도 있을 정도라고. 단, 너무 햇볕만 쬐도 잘 자라지 못하므로(식물도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 밤에 오랫동안 불을 켜지 않는 것도 중요.
4 모종으로 심을 것vs씨앗으로 심을 것 보통 방울 토마토, 고추처럼 잘 자라지 않는 것이나 열매가 달리는 것은 모종으로 심고, 상추나 깻잎, 쑥갓처럼 빨리 자라는 잎채소는 씨앗을 심는다. 하지만 상추나 치커리 등도 모종이 있으므로 초보자라면 모종을 사서 심어야 실패 확률이 낮다. 모종을 심자마자 해를 쬐면 시들 염려가 있으므로 하루이틀 정도는 그늘에 두었다가 창가로 옮기도록. 모종 가격은 한 포기에 50~1백50원 정도. 씨앗을 뿌려 키우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씨앗을 뿌리면 그만큼 수확량이 많은데, 자주 솎아주는 게 귀찮을 뿐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종은 구하기 힘들다. 씨앗은 한 봉지에 2천~3천원 선.
5 고추와 방울 토마토 심기 상추만큼 많이 심는 품목이 고추와 방울 토마토. 그만큼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종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열매는 나비나 바람에 의해 씨앗이 옮겨져야만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 열매를 맺고자 한다면 항상 창문을 열어두는 걸 잊지 말도록. 하지만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 경우엔 열매 식물은 실패할 확률이 많으므로 되도록 잎채소를 심는다.
3모작까지 한 베란다 스티로폼 박스 텃밭
기자가 스트로폼 박스 2개로 작은 텃밭을 만들게 된 건 순전히 두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자 집 안에서 식물을 모조리 없앤 것을 본 친정엄마가 삭막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일수록 ‘초록 식물’을 보고 자라야 한다며 뭐라도 키우라고 하신 것. 생각해보니 TV를 보여주는 것보다 나을 것 같기도 하고, 큰아이가 공원에라도 가면 풀을 보고 좋아하던 것이 떠올라 아이들을 위해 심어보기로 결심. 하지만 초등학교때 관찰일기용 완두콩과 나팔꽃만 심어봤던 경험만으로는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스티로폼 박스와 흙을 구하는 것부터도 고민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조그만 박스 2개에서 상추, 무순, 고추, 깻잎을 키워냈다. 맛도 맛이지만 직접 키운 거라 먹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스티로폼 박스에 키우니 별로 손갈 일도 없고, 사실 이제 23개월인 큰아이도 미리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상추와 깻잎을 기르는 내내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다. 오히려 친정엄마의 말대로 싹이 날 때마다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엄마가 물 주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등 자연친화적인 아이가 된 것. 그뿐인가. 그것도 식물이라고, 그 덕에 공기도 깨끗해진 것 같아 공기청정기도 없앴다.
텃밭을 갖기까지
5월 3일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베란다 텃밭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긴 했는데, 쉽지 않다. 특히 스트로폼 박스를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 도대체 이런 걸 어디서 구한담. 결국 동네 슈퍼에서 딸기가 담겨져 있던 박스를 발견하고는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2개를 얻었다. 5월 5일 스티로폼 박스를 구하고 나니 이제는 흙이 문제. 온통 시멘트로 뒤덮인 곳에서 흙을 구할 데가 없다. 죽은 화분을 처리할 때는 흙 버릴 데가 없더니 이젠 흙을 구할 수가 없다. 가장 만만한 꽃가게로 달려갔더니 세상에 흙을 다 판다. 배합토를 하나 구입. 하지만 이걸로는 식물이 자랄 것 같지 않아 고민 중. 5월 11일 흙을 어디서 구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남편이랑 교외로 놀러갔다가 남의 밭에서 비닐 봉지에 흙을 퍼 가지고 왔다. 이 흙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고 위에 배합토를 뿌렸다. 박스와 흙을 구하고 나니 이젠 고민 거리가 없다. 5월 13일 모종이나 씨앗은 근처 꽃가게(농협에서도 구할 수 있더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모종이 생각보다 무지 싸고, 고추 모종은 매운 고추와 안 매운 고추로 나뉘고, 상추도 붉은색이 나는 것과 초록색만 나는 것 등 종류가 여러 가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상추 모종을 몇 개 샀다. 사실 지금 따 먹어도 될 정도. 5월 16일 상추는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벌써 잎사귀를 따서 먹기 시작했다. 사는 것과 달리 얼마나 연하고 맛있는지 남편은 아침상에서조차 상추쌈을 달라고 할 정도. 6월 2일 아무리 먹어도 상추는 계속 자랐다. 다 뽑아버리고 이젠 무 씨앗을 사다가 심었다. 다른 하나에는 고추 모종을 심음. 무순은 물에 키운 것보다 조금 더 억세고 향도 진하고 더 씁쓸하다. 나는 마트에서 구입한 간장 드레싱을 뿌려 샐러드로 먹고, 남편은 밥에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었다. 6월 20일 모두 뽑아버리고 꽃집에서 배합토 한 봉지를 더 사다가 이전의 흙과 섞은 다음 깻잎 씨앗을 뿌렸다. 그냥 깻잎을 한 번 키워보고 싶어서. 7월 13일 깻잎의 성장 속도도 무지 빠르다. 아주 조금 뿌렸는데 많이 나는 것 같다. 새싹이었을 땐 정말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했을 정도. 지금 이렇게 자란 상태인데도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따먹지 못하고 있다. 깻잎을 건드리면 깻잎 향이 은은히 퍼지는데 허브 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다.
스티로폼 박스 하나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거라 비닐을 밑에 깔았다. 스티로폼 박스도 화분만큼이나 예뻐서 그대로 두어도 집 안이 너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화분보다 더 예쁘다는 생각이. 화분 대신으로도 너무 좋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건물 옆 화단을 텃밭으로
건물에 딸린 화단이라 높이가 허리까지 온다. 그래서 풀을 뽑거나 야채를 수확할 때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어 더 편하다. 밖에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물을 주거나 특별한 관리가 더 필요하지 않은 듯. 비가 오고 난 다음이면 훨씬 무성하게 잘 자라 있다. 얼마 전에는 고구마에도 도전.
처음에 배합토와 비료를 섞어서 땅을 고른 이후로는 비료 한 번 준 적 없이 야채를 키웠다. 배합토는 30ℓ가 3천원, 비료는 5천원. 양재동에서 구입.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 선생님이 텃밭을 만든 건 지난 4월 초. 쌈밥 촬영을 위해 텃밭이 필요했는데 강남구 신사동 도심 한복판에 텃밭을 만들 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어디에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곳이 바로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에 붙은 틈새 화단. 원래 이곳은 향나무가 있던 화단이었지만 관리 소홀로 나무들이 거의 죽어 있었다. 폭은 70cm도 채 되지 않았지만 건물폭만큼 길게 붙어 있어 크기도 적당했다. 무엇보다 건물 바로 옆이라 관리하기도 쉬울 듯했다. 다행히 건물주에게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승낙(건물주는 같은 건물에서 아로마테라피 숍을 하고 있는데, 허브도 심겠다고 하니 순순히 허락해줬다고).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보니 구색 맞추기식으로 꾸며놓은 화단인지라 흙 상태가 나빴다. 그래서 양재동에서 배합토와 비료를 사다가 기존의 흙과 섞어주는 일부터 시작. 그러고나서 꽃상추, 잎상추, 치커리, 셀러리 등의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하루에 한 번 물만 주었을 뿐인데도 아주 잘 자랐다. 얼마나 잘 자랐는지 점심에 얼른 따서 먹기도 하고, 직접 기른 쌈으로 20명을 초대해 쌈파티까지 열었을 정도. 직접 재배한 거라 아주 연해서 요리하지 않고 그냥 씹어 먹어도 너무 맛있다. 한켠에 심은 허브는 요리 촬영할 때마다 너무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중. 촬영을 위해 만든 텃밭이지만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어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심어볼 생각.
학원에서 분양한 5만원짜리 텃밭
밭을 보면 재밌다.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상추, 치커리, 방울 토마토를 심는 것. 더 진보한 사람들은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가지까지도 심는다.
땅은 작아도 여기서 거둬들이는 수확물의 양은 네 식구가 먹고도 남을 정도. 친구들이 놀러오면 무공해 야채라며 싸주기도 하고, 텃밭이 없는 동네 사람들에게도 준다. 이것이 사람 사는 재미라는 생각.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밭’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러나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 없는 터라 땅이 있더라도 관심도 없을뿐더러 거기에 뭘 심는다는 건 더더욱 엄두도 나지 않는 일. 남양주에 사는 이미정 씨도 처음엔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다니고 있던 학원에서 공터에 있는 땅을 주말농장처럼 학원생들에게 분양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가 조르기에 한 고랑을 분양받게 된 것. 길게 잘라준 한 고랑은 3평 정도로 1년에 5만원. 바로 집 앞에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들를 수 있어 좋다. 처음엔 남들 하는 것처럼 상추와 치커리, 아이를 위해 방울 토마토를 심었다. 밖에 있기도 하고 키우는 데 아는 것도 없어서 특별히 물을 주러 간다거나 거름을 준 일이 없는데도 아주 잘 자랐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이 텃밭에는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러 온 사람들과 밭을 일구려고 온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그들에게 노하우를 익히는 편. 작은 텃밭을 가지면서 동네 사람들과 안면도 트게 된 것이다. 지나다보면 아이들도 자기밭인 것을 알아서인지 혼자 나와 물을 주거나 토마토를 따 먹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밭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기만 하다. 그뿐 아니라 텃밭을 갖고 나서 야채가 풍성해지는 여름이면 실제로 식비가 줄어든다. 이번에는 남들처럼 8월 말이 되면 김장용 배추 몇 포기도 심어볼 예정.
============================================ 이런거 너무 좋다 >.< 하루빨리 내 집을 가져서 식물을 키울거다. 꼭!+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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