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걸, 그애도 봤으면 좋았을걸
열다섯 살에, 그녀는 1년이나 돈을 모아 생애 첫 공연을 관람했고
이후로 그것은 그녀의 가장 중요한 취미가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경제력도 생기고, 더 많은 공연을 볼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함께 공연을 보러갈 친구들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녀도,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그녀가 파트너를 원치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공연을 앞두고선 함께 들떠하고,
공연이 끝난 뒤엔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을,
그녀도 원하고 있었다. 흔히 ‘애인’이라 불리는 그런 사람을.
그리고 그녀는 파트너를 만났다. 애인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그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들었다. 딱 한 가지만 빼놓는다면.
그것은 의외로 그가 공연을 보러 가는 데 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밴드잖아. 진짜 안 갈래?”
“그치만...너무 비싸잖아.. 난 그냥 CD 들을래.”
그 말은 그녀를 실망시켰다.
친구들에게 술을 사주는 데는 조금도 인색하지 않은 그가
그런 돈을 아까워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라는 인간에 대해 처음으로 의심을 품게 되었다.
이 사람이, 정말 나에게 맞는, 그 한 사람인 것일까? 하고.
결국 그녀는, 혼자 공연을 보러가는 대신 다른 파트너를 찾기로 했다.
종종 안부를 주고받던 남자선배가 관심을 보였고, 그들은 금세 뜻을 모았다.
공연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는 선배를 보며, 그녀는 잠깐 이런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이런 남자와 만난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그러나 막상 그 선배와 공연을 보게 됐을 때,
그녀는 그 데이트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연 내내 그녀가 생각한 것은
‘이 좋은 걸, 그애도 봤으면 좋았을걸...’하는 것이었으니까.
결국 공연이 끝난 뒤, 커피나 한 잔 하자는 선배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응, 끝났어!! 지금 어디야?”
당신은 더 재미있는 사람, 더 취미가 맞는 사람을
은밀히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 재미를, 바로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과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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