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놀이터의 생태적 디자인 사례

동네 놀이터를 디자인하려면 세탁기를 활용하라!

이 글은 빅터 파파넥 지음 '녹색위기: 디자인과 건축의 생태성과 윤리(The Green Imperative: Ecology and Ethics in Design and Architecture)'의 제9장 '구입이 아닌 공동소유(p.233~235)'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빅터 파파넥은 탐욕이 아닌 필요성에 입각하여 정신적 만족을 주는 인간적인 디자인을 개척한 현대의 탁월한 디자이너이자 이론가이며 교육자였습니다. 빅터 파파넥의 '세탁기 놀이터' 작업을 통해 생태 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은 세탁기가 설치되고 난 다음에 비로소 새로운 놀이터에 가서 놀기 시작했다. 부모들과 어린이들은 거기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 놀이터는 이 지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저자의 학생들은 중서부에 사는 저소득층의 부모와 어린이들을 함께 참여시켜 재미난 놀이터를 계획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어린이들이 와서 놀지 않는 것이다. 많은 어머니들은 자기들이 지켜볼 수 없는 곳에 아이들이 나가 노는 것을 주저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 그 동네에 사람이 불도저로 놀이터의 중앙에 조그마한 언덕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위에 조그만 온실을 지어 중고 세탁기 4대와 건조기 1대를 설치했다. 물론 이 모든 비용은 동네 사람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되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엄마들은 거기에 모여 빨래를 하면서 어린이들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놀이터는 현재까지 계속해서 사용중이며, 이웃들간에 사회적으로 매우 가치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온실은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고, 빨래를 하는 동시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바람직한 부산물이 생겨났다. 그 하나는 온실내에 마련된 게시판으로서, 사람들은 서로 교환할 물건이나 자동차 함께 타기라든지, 보모를 구한다든지, 팔 물건을 내놓을 경우 이것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린다. 이러한 사실이 최종적으로 상업성을 띠기 전까지는 근처 세탁소의 이용 빈도수가 현격히 낮아졌다.

20년이 지난 후 이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 나는 그 온실이 아직도 그곳에 있고, 또 다른 행위의 중심지가 된 것을 보고 몹시 흡족했다. 거기에는 영어회화반(이곳은 남미계 미국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임)을 모집하기 위한 공고나 무료 X-ray 촬영, 어린이를 위한 면역 주사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여러 개의 재활용 쓰레기통이 놓여 있었으며, 자유롭게 옷을 교환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온실에서 잡담을 늘어 놓던 그 엄마들은 여성들의 지위와 정체성, 어린이들의 양육 문제, 유방암, 심지어 전문 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들으려는 계획등을 논의하는 활동적인 여성집단으로 그들 스스로가 탈바꿈하였다.

 

 출처: 녹색위기, 빅터파파넥지음, 조영식옮김,1999,조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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