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그리고 디자인

논리에 관한 교양 수업시간에 디자인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타전공, 타대 학생들은 디자인전공 학생들에게 디자인이란 것은 너무나 소비적이며 생활에 불필요한 것이 아니냐, 또한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는 역시 디자인이므로 소비자에게는 차라리 악이라는 말들을 했습니다.
솔직히 이렇다하게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더군요.
현대 디자인의 위치가 그러하니까. 그리고 소비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정말 그런 거죠.

디자이너에게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문제, 자원의 고갈로 인한 미래의 불투명 등은 자칫 잘못하면 상관없다라고 생각되기 쉬운 것들입니다.
과거 디자이너들은 이런 사회적 책임감이라는 말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미래에도 책임의 소지를 가릴만한 사회적 양심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저마다 조금씩의 책임회피가 비관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일조를 하였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의 책임을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책임도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현대 디자인은 분명 과도한 소비 풍조를 조장하며, 검소와 절약의 미덕을 멀리하게 하고, 물질로 인해 인간들을 소외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자원들이 낭비되고 환경이 오염되며, 사회적 범죄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생태를 위협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업과의 유착을 통한 형태적 폐기(Formal Obsolescence)입니다. 어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품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형태적 폐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프로그램화하는 것도 기업의 전략입니다.
이런 전략이 개선되지 않는 한 디자인은 절대로 생태에 기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헝태의 지속성(Formal continuity) 혹은 내구성(Formal durability)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쉽게 말씀드려 제품의 사용연한을 연장시킴으로써 그 기간 만큼 제품의 폐기를 유보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부품과 재료의 물리적 내구성과 더불어 형태의 내구성이 적절하게 결합해야만 디자인의 생태성이 유지되는 것이고, 그러한 형태의 조형성을 생태미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빅터 파파넥-디자인하우스 발췌, 인용)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제목의 칼럼을 두 개 연이어 연재합니다. 빅터 파파넥의 디자이너적인 측면도 하나의 칼럼으로 다뤄지게 될 것입니다.

 

 

 
유리잔과 꽃병
_영국 트랜스글라스Transglass사
_병 재활용 제품
 
 
 

눈금 자_엣지Edge사
_알루미늄 블라인드 재활용
 
 

 
제로Zero식칼_Sermour Powell
_특수 세라믹 소재, 탄소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 무디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동양에서 쓰는 전통적인 식칼의 형태와 최첨단의 소재가 결합된 이같은 제품은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다.
 
 
 
 
베오시스템 2500 오디오,
뱅앤올룹슨 사,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50년 이상의 형태적 수명을 갖는 이 같은 제품의 디자인 스타일은 대표적인 생태적 디자인으로 형태적 폐기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리안 커르츠Dorian Kurtz,
식품저장고,
냉장고를 대치할 만한 이 식품 저장고는 테라코타의 재료적 물성을 활용하여 수분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도록 고안되었다.
파슨스Frasons 맥주 공장 건물,
지중해의 말타Malta,
전기를 사용한 냉방 시설이 아니라 복사열과 대류열의 원리를 활용한 이 같은 건물은 건축에 있어서 생태적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유케틀U-kettle,
그레이트 브리티시 케틀Great British Kettle 사,
이 전기 주전자는 재료의 재활용을 위해 해체가 용이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오른쪽은 유케틀의 분해도.
수술용 가위,
독일 트로이카 뵐 앤드 시에Troika Boll & Cie 사,
한 개의 철판을 휘어 만든 것으로 제작사의 정성이 돋보인다.
퍼프PUF 쓰레기통.
영국 국영 철도British Rail,
뚜껑 부분이 형상 기억 합금으로 되어있다. 쓰레기통 안에서 화재가 났을 때 섭씨 40도가 넘으면 아래로 내려앉아 쓰레기통이 밀폐되어 불이 꺼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원상태로 형상이 복원된다. 따라서 소화기와 같은 별도의 방재 기구가 필요치 않다. 디자이너와 재료공학자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였다.
 

 

출처 : http://www.not-alo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