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C세대’] 10代 사장님들
《‘1318세대(13∼18세)’는 요즘 정치 경제 사회계의 화두다. 이른바 M(모바일)세대, N(네트워크)세대, P(참여)세대, I(자기중심)세대 등으로 불리는 10∼30대 가운데 이들이 변화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태어나 ‘포스트 올림픽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개방적이고 능동적이며 모험정신이 강하다. 또 인터넷, 휴대전화 등 컴퓨터(Computerized device)를 이용한 가상(Cyber)세계에서 의사소통(Communicate)이 생활화되어 있고 개성(Characterized)이 강해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C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방학을 앞두고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세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서울여고 3학년생 김유리(18) 양은 이미 어엿한 ‘사장님’이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서는 이미 꽤 알려진 ‘S선물가게’의 공동 창업자. 친구들과 비즈공예, 십자수, 종이접기 등의 정보를 취미 삼아 공유하던 것이 누리꾼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로까지 이어져 지난해에만 수백만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장래 희망이 건축가인 김 양은 “‘진짜’ 사회에 나가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중고교생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프리벤처, 틴(teen) 소호’ 사업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감수성을 담은 상품으로 또래집단은 물론 20, 30대에까지 판매층을 넓히고 있다. 이미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서는 개인 판매자 가운데 20%가량이 10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배화여고 3학년생 정혜림(17) 양도 요즘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앞두고 그가 만들어 판매하는 ‘러브장’ 주문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 러브장은 펼쳤을 때 한 쪽 면은 시 구절이나 명언들과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다른 한 쪽은 비어 있는 일종의 그림공책이다. 일일이 손으로 꾸며야 하는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친구의 생일 등 기념일 선물로 인기다. 그가 그린 귀여운 디자인과 독특한 색감이 인기비결. 150∼200쪽 한 권에 3만 원 선. 완성하는 데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1주일도 걸린다. 정 양은 이미 연말까지 제작 가능한 물건을 다 팔았을 정도다. 정 양은 “3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던 러브장을 인터넷에서 판 것이 계기가 됐다”며 “나도 몰랐던 끼를 찾은 만큼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관련 사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부 실업계 고교는 이들의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재계 관련 단체는 이들을 위한 창업대회나 체험교육을 열기도 한다. 서울 동부여상 등 실업계 고교 6곳은 온라인 시장의 대표격인 ‘옥션’으로부터 창업 관련 교육을 받았다. 아예 학생들끼리 학교에 창업 동아리를 만들어 펀드를 모으기도 한다. 서울 디지텍고 창업 동아리 ‘ON’은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에 성공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서울지방중소기업청은 지난달 서울지역 고교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벼룩시장에서 장사를 직접 체험해 보는 ‘청소년 점포경영 체험 프로그램’을 열었다. 5일간 행사기간 중 18개 팀 가운데 한두 팀을 제외하고는 30만∼40만 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 1등 팀은 70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기도 했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아이빛 연구소 고세영(高世榮·26) 주임은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기지가 예상 밖으로 뛰어났다”며 “최근 정년이 짧아지면서 안정된 직장은 없다는 인식이 퍼져 학력보다는 경제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겼고 10대들이 실제 경제 활동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실업고 “취업고라 불러다오”▼ 최근 10대들의 창업과 관련한 관심과 인기는 실업계 고교의 지원율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 고교입시에서 7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실업계 학교가 정원을 초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 산업정보교육과 홍민표 장학사는 “인문계 고교, 대학을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학벌 중심의 사회적 성향이 점차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면서 평생교육, 전문 기술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대학 입시설명회가 아닌 고교 입시설명회에 중학생 참가자가 7만 명에 이를 정도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실업계 고교의 전문화 특성화 경향도 인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5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업체, 지방자치단체, 각 정부 부처와 연계된 특성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서울 시내에만 현재 7개 학교가 있고 전국적으로는 200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창업컨설팅협회 이형석(李亨錫·47·경기대 교수) 회장은 “전자상거래, 콘텐츠 프로바이더(제공자)로서의 가능성과 경쟁력이 매우 높은 만큼 단발성 특강이 아닌 체계적인 창업 설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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