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디자인이 빛난다 ①

반짝반짝, 디자인이 빛난다 ①

지금 이 순간에도 디자인은 멈추지 않는다. 매분 매초,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지속된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의 속도만큼 제품화되는 디자인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디자인을 제품화할 수 없는 영세한 환경일 것.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우수디자인(아이디어) 제품화 사업은 영세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제품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신진 디자이너 및 디자인 전문기업으로 대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2010년 현재까지 56개의 우수디자인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지원해왔다. 더불어 단순히 하나의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명 디자이너가 디자인 기업가 내지는 스타 디자이너로 발돋움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뜻 깊다. 여기, 2010년 우수디자인 제품화 사업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 북마크는 말 그대로 책의 읽던 위치를 표시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디자인 그룹 영점일비젼의 행거북은 책을 표시하는 북마크의 기능에 옷을 거는 옷걸이의 기능을 접목시켜 편리함과 더불어 디스플레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디자인 소품이다. 행거북은 책의 사이즈를 고려하여 세 단계로 분류되는데 미니북과 다이어리의 사이즈의 2, 일반소설책 사이즈의 3, 잡지책 사이즈의 4가 바로 그 것. 책의 크기에 따른 사이즈의 변화를 숫자로 표시한 감각이 눈에 띈다.

8분4초의 페이딩트리는 친환경적인 발상과 디자인이 눈에 띄는 제품이다. 나무모양의 바디에서 메모지를 뽑아 쓸 수 있도록 구성한 이 제품은 종이는 나무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 메모지를 찢어서 쓸 수 있게끔 제작한 이 제품은 반복된 사용을 통해 절약하는 행동패턴을 유도한다. 또한 제작 시 버려지는 나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메모홀더를 제작하고 남은 부분으로 연필꽂이를 제작하였다. 자주 사용하는 필기구 2~3자루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왕자의 보아뱀 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제품은 보아뱀이 자신이 삼켜버린 코끼리를 담고 있듯 물체가 또 다른 물체를 삼켜버린 형상을 띈다. 이런 아이디어는 램프를 켜기 전 안에 있는 물체를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숨바꼭질 조명은 실내에서 사용되는 무드 조명으로 디밍 센서를 적용, 은은한 빛과 함께 나타나는 물고기의 형상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 시키기에 충분하다.

비행기에 올라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구름의 바다에서 황홀함을 느껴본 일이 있는가? 김덕수의 에어프레임은 이러한 여행의 설렘을 디자인으로 담아낸 독특한 제품이다. 비행기 창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에어프레임은 실내에서 마치 비행기에 탑승한 듯한 감성적인 경험과 차별화된 분위기를 제공한다. 이 제품이 지닌 섬세함은 사용된 재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실제 비행기 창문과 최대한 유사한 재료와 크기를 적용, 가정 및 기타 장소에서도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의 느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기능적인 부분만을 강조했던 그간의 저금통에서 탈피, 색다른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엘아이엘의 코인스토리는 ‘책 속에 숨겨놓은 비상금’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의 형상을 띠고 있는 코인스토리는 기존의 저금통과 달리 책꽂이나 책상 위에 책들과 함께 놓아두거나 특정한 사용장소를 정해두고 사용함으로써 저금통의 존재를 좀 더 명확하게 사용자에게 인지시켜 줄 수 있다고. 또한 500원, 100원짜리 동전의 크기에 맞추어 동전이 최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계산, 제품의 크기를 규격화해 저금액에 맞는 저금통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화분에서 식물을 기르면서 가장 난처할 때는 바로 분갈이 시점이다. 숙달된 솜씨가 아니고서는 섬세한 식물 뿌리에 어쩔 수 없는 손상을 입힐 수밖에 없기 때문. 김현준의 반으로 나눠지는 화분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화분이 가진 고유 형태와 식물이 자랄 때의 상황을 모티브화 하여 형태적 이점을 극대화한 이 제품은 기존의 화분 분갈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책과 책 사이에 숲이 우거진 풍경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어프리의 포레스트 북엔드는 자칫 삭막해질 수도 있는 책상 위를 아름다운 숲 속 풍경으로 채워준다. 숲 속에서 동물들이 거니는 모습을 책의 사이사이에 배치, 숲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으며 책 밖으로 튀어 나온 부분은 작은 걸이로써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푸른 새싹의 형태를 띠고 있는 새싹 마그넷도 동일한 아이디어의 선상에 있다. 사진을 철제보드나 냉장고 위에 붙일 수 있는 마그넷인 이 제품은 외관적으로 새싹의 형태를 띠고 있어 메모 위에 새싹이 돋아난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방의 전반적인 디자인에는 관심을 갖지만 가방의 바닥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회의석상이나 전철, 식당 등에서 의외로 눈에 띄는 게 바로 가방의 바닥.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바닥이야 말로 가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 닷닷닷의 보톰라인은 전체적으로 모던하면서 고급스런 디자인의 서류가방이다. 하지만 바닥만은 매우 컬러풀한 인상을 준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탈부착 어깨 끈과 노트북 수납용 격벽, 다양한 내부 수납 공간 등 제품디자인 회사 특유의 기능성과 감각을 가진 제품이다.

윕 램프(Ouip Lamp)는 전구를 컨셉으로 한 플랫폼토이이다. 플랫폼토이의 특성을 조명에 대입하여 머리, 팔, 손의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제품은 플랫폼토이의 타겟인 키덜트 시장뿐 아니라 조명, 인테리어 등의 시장을 아우르는 아트 상품으로 개발되었다고. 추후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명 위에 아트웍을 추가, 다양한 디자인의 조명으로 한정생산할 예정이다.

빛은 여러모로 오묘하다. 빛을 감싸고 있는 재질이나 각도, 색깔에 따라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박기태가 디자인한 마트로시카 조명은 이러한 빛의 오묘함을 디자인적으로 응용한 작품이다.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로시카의 겹치는 형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제품은 같은 형태의 다양한 재질을 겹침으로써 새로운 빛을 만들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사용자에게 빛을 만들어내는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트북 사용자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발열과 케이블 꼬임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소품 노트북 쿨러인 '옥토퍼스'는 노트북의 뒷부분을 올려 노트북 바닥의 공기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도록 하여 발열을 줄여주는 기능과 키보드치기에 적절한 손목 각도를 만들어주는 편의적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또 부가적으로는 줄을 정리하는 기능을 넣어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한다. 새싹 역시 문어와 같은 작은 아이디어가 빛나는 상품이다. 예전, 책에 끼워두곤 하던 나뭇잎에서 착안한 이 제품은 책을 펼침과 동시에 서서히 피어나는 새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2D와 3D가 공존하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빛난다.


2011-01-12 오후 6:12:32
  




진짜 디자인이라는게 얼마나 사람을 들뜨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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