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와 ECONOMIC이 만나는 지점은?

ECO와 ECONOMIC이 만나는 지점은?

우리나라처럼 핸드폰의 수명이 짧은 나라는 흔치 않다. 유행하는 디자인과 성능에 따라서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이는 바로 제품의 교체와 직결된다. 유독 디자인에 민감한, 감각적인 소비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쯤에서 매번 핸드폰을 바꿀 때마다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이 작은 핸드폰을 둘러싼 이 엄청난 패키지는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은 유독 에디터뿐 아니었나 보다. 올해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2010(reddot award : communication design 2010, 이하 레드닷 어워드)에서는 LG전자를 포장부문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그랑프리(Best of Best Grand Prix, 이하 그랑프리)’로 선정하였다. ‘재사용 친환경 포장(Reusable Eco Package)’이라는 이름 아래 패키지 내부에 ‘지구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멸종위기 동물 소개’ 등의 녹색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상자는 특유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제품이다. ‘재사용 친환경 포장’을 디자인 한 LG전자 패키지 디자인 팀의 주역들을 만나 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우선 이런 친환경 패키지를 디자인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오병진(이하 오)_ 패키지 자체를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욱 근본적인 필요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차원의 그린 커뮤니케이션 때문이었습니다. 그린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필요를 느낀 기업들은 많습니다. 각자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저희는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먼저 사내에서 친환경적인 제품 인증로고를 개발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의 필요를 느꼈어요. 단순히 사이즈만 줄이고 재활용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재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지요.

Jungle : 이번 디자인의 방향성은 어떤 것인가요?

서영석(이하 서)_ 기본 컨셉은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형태는 총 세 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무접착으로 제작하여 모두 다 펼칠 수 있게 구성했어요. 첫 번째는 필통이고 두 번째는 보관함, 세 번째는 포토프레임입니다. 시상식 때 레드닷 어워드 심사위원이 왜 그랑프리를 줬는지 설명해줬는데요, 디자인 자체는 굉장히 심플하지만 환경에 대한 생각을 디자인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고 하더군요.

Jungle : 세 분은 어떤 계기로 모였고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었습니까?

서_ 오병진 연구원님이 이번 프로젝트의 리더였습니다. 이 태스크가 생기면서 환경전략팀과 협업하게 되었고 우리가 디자인적인 아웃풋을 담당했지요. 고객리서치를 통해 전자제품 회사에서 친환경적으로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포장’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어요. 전자 제품 자체가 환경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재와 포장재의 친환경성이 많이 고려되고 있어요.

Jungle : 설문을 진행하신 이유도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어떤 견해들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서_ 윤리적 기업활동과 친환경 디자인은 많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살 때마다 자동적으로 기부를 한다든지 제품 자체에 대한 친환경성도 많이 고려되고 있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회사의 친환경적인 기업정책을 어떻게 알릴 수 있는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애플이라는 기업이 패키지 디자인이나 광고를 통해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이렇게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디자인을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오_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패키지디자인 쪽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패키지의 중요성을 회사 차원에서도 절감하고 있거든요. 사실 이 프로젝트 하면서 중심 된 이슈가 기업은 이윤을 따지는데 실질적으로 친환경 패키지라는 것이 기업에 이익이 안 될 수도 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선진국은 이런 친환경 패키지에 상당히 호의적인데 저개발국의 경우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지요. 수출을 고려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고객들에게 이런 환경적인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은아(이하 김)_ 이런 고민들을 하기 전까지 제품 자체에 대해서는 친환경적이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디딤돌이 아닌가 싶습니다.

Jungle : 진행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아깝게 여기는 B시안이 있었나요?

서_ 소형 패키지와 대형 패키지를 같이 진행했었습니다. 보통 냉장고 박스로 엄마가 아이에게 집을 만들어주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정말 집을 만들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뜯어서 의자를 만들거나 강아지 집을 만드는 시안들도 검토했고요. 그런데 안정성 부분이 걸리더라고요. 제품을 판매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디자이너들이니까 나올 수 있는 깜찍한 생각들도 많았어요. 처음에 컨셉을 잡아갈 때 재사용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방향성을 생각해봤죠.

김_ 재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많이 고민했어요. 달력 같은 상자에 적합한 내용을 택해서 진행했습니다.

Jungle : 굳이 크라프트지라는 소재를 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_ 사람들이 크라프트지를 많이 좋아해요. 유럽이나 한국 같은 경우엔 아날로그적인 느낌 때문에 각광받고 있죠. 사실 우리가 흔히 보는 건 수입지라 비싼 편인데 사실은 상당히 싼 종이에요.

김_ 크라프트지의 가장 큰 강점은 시각적으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Jungle : 디자인 10계명 중에서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심미성과 내구성을 높여서 디자인 제품 자체가 오래도록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죠.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오_ 제품과 패키지는 다릅니다. 제품은 예쁘게 만들어서 오래 쓰도록 할 수 있지만 패키지 같은 경우엔 오래 쓰기가 힘들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패키지 자체를 오래 쓰도록 하는 것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죠.

서_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패키지 디자인의 기본입니다. 사실 패키지를 두고두고 쓰긴 힘들어요. 제 생각에는 ‘재사용하게 한다’와 ‘심미적으로 아름답게 해서 재사용하게 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라고 봅니다.

Jungle : 요즘 소비자들이 많이 똑똑해졌습니다. 윤리적 기준에 따라 선택적인 소비를 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의 디자인적 방향성인 것 같은데요,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오_ 우리 회사는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와 더불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측면이 친환경성을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말이에요. 제품의 경우, 생산량의 부분을 고려해볼 때 조금 힘든 측면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패키지인 것이죠.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입니다. 프로젝트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2, 3차 패키지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서_ 패키지의 사이즈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재료를 조금 사용하면 환경을 조금 덜 파괴하는 거죠. 사이즈 축소부분도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현재 굉장히 많이 작아졌어요. 포장전문위원회에서 계속적으로 크기나 재질을 검토하고 있지요. 주어진 환경 안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Jungle : 앞으로의 목표와 디자인 작업에 있어서 개인적인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김_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버려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친환경적인 캠페인을 넣을 예정이에요. 이게 훨씬 더 인상적일 수 있다고 봐요. 많은 핸드폰 회사들이 패키지를 좀 하찮게 여기는데 절대 그렇게 쉬운 부분은 아니거든요.

서_ 친환경 디자인이라는 것은 계속적으로 실험해보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생산 단위가 크기 때문에 조금만 바뀌어도 정말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어요. 시도 자체가 의미가 큰 작업이지요. 사실 작은 요소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의 모든 부분들을 고려해야 하거든요. 변화가 지속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고 봅니다.

오_ 저는 입사한지 12년 정도 되었습니다. 입사 이후 계속 패키지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사회적 분위기나 시장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패키지를 직접 볼 수 있는 대형매장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판매를 하기 전에 패키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패키지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마인드를 가지고 변화하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어요.



2010-12-27 오후 7: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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