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MBC 수목 미니시리즈 ‘메리대구공방전’이 이제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7월 5일이 마지막 방송. 청춘백수의 삶을 밝게 그린 이 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마니아 팬을 형성할 정도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 메리역을 맡아 한껏 발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하나를 만나기 위해 지난 23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촬영현장을 찾았다. 이하나는 하루 25시간으로도 부족할 만큼 바쁜 일정이지만, 흔쾌히 쉬는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했다.
“니가 내 마음 속에서 없어지질 않아. 너무 보고 싶었어. 니가 너무 좋아.”
지난 21일 12회 방송에서 이렇게 울먹거리며 어렵사리 대구(지현우)에게 진심을 고백했던 메리(이하나)가 이제는 하늘로 날아갈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23일 오후 효창공원을 찾았을 때, 이하나는 13회 촬영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구와 정식으로 사귀게 된 메리가 달리는 자전거 뒷좌석에서 대구의 넓은 등에 얼굴을 묻고 행복을 만끽하는 장면. 고동선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자전거를 이끌고 언덕받이를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지만, 두 배우는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첫 주연 맡아서 힘든 점이요? 분량이 늘어나서 잠이 줄어든 거요. 밤을 꼬박 새우거나 2∼3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많죠.”
하지만 처음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메리역을 맡았을 때 수첩에 ‘이하나는 없고 메리는 있다.’는 말을 적어 넣었을 만큼, 단단한 각오로 시작한 작품이었다. 지금은 벌써부터 종방 후유증이 걱정될 만큼 메리와 이하나는 하나의 인물에 다름 없다. 슬픈 감정을 연기할 때도 정든 스태프와 헤어지는 장면을 떠올리면 금방 눈물이 흐른단다.
“저와 메리가 닮은 점은 실수가 잦다는 거예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의욕이 넘치다 보니 창피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되죠. 다른 점은 제가 메리보다 ‘덜’ 낙천적라는 거예요. 늘 긍정적인 메리를 통해 제가 많이 배웠어요.”
메리가 자신에게는 참 감사한 존재라고 이하나는 말한다. 엄마와 싸워 펑펑 울음을 쏟다가도 “괜찮아. 하드 하나 사먹고 기운차리면 돼.”라고 말하는 메리의 모습이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인양 보이지만, 실제의 그는 사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
“옛날에는 무대공포증이 있었어요. 남경읍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대에 서는 연습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지만, 처음에는 학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단국대 생활음악학과 2001학번인 이하나는 5년전 그때의 일을 아직 잊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시련을 뛰어넘으면 인생에 작은 꽃이 피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하나. 지금의 메리도 어쩌면 그때의 이하나가 피워낸 꽃망울인지도 모른다. 가수 오디션에서 숱하게 떨어졌던 그가 지난해 ‘연애시대’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뒤 3번째 작품만에 주역을 꿰차게 된 것도 이런 내공 덕분이었을 것이다.
25일 낮 남산 황제슈퍼 앞에서 이하나는 신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메리의 모습을 열연하고 있었다. 촬영 중간중간 함께 사진을 찍자는 팬들의 요구에도 선뜻선뜻 응하는 그의 모습은 전날 새벽 5시까지 강행군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생기있어 보였다.
“‘코미디의 왕’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은 목표지만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고 저도 꼭 닮고 싶어요.”
앞으로 코미디든 멜로든 진한 감동을 안겨 주는 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는 그.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하나에게 마지막으로 꿈을 물어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말이 많지 않아도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웃음)”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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