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3.20 고별사
급하고 강한 바람 같았던 3년이었습니다. 작고한 어느 시성이 자신을 키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제게 있어서 예손교회는 8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5할쯤의 바람이 아니었나 합니다. 저희 부부는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선교사로 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의 주인되시는 하나님께서 는 마치 연필을 깍듯이 저희 가정을 서서히 깍으시며 세워가고 계십니다. 저희는 벌써부터 나중에 나올 잘 깍인 연필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3년전 저희 가정에 하나님으로부터 온 첫 선물, 그러니까 지금의 유준이 보다 먼저 왔던 아기가 아내의 뱃속에서 8개월만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하늘로 갔고 우리 부부는 큰 슬픔에 빠졌었습니다. 저보다도 아내의 슬픔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것이었습니다. 남편인 제가 느끼는 고통은 아내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제게도 제법 힘든 시련이었습니다. 우리 가정에 웃음이 사라졌고 늘 말할 수 없는 묘한 긴장과 시련이 우리를, 특히 아내를 괴롭혔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를 위해서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제게 중요한 것은 아내의 정신적,육적 회복이었기에 교회와 직장에 각각 휴가를 내고 허니문을 다녀온 필리핀 보라카이로 1주일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보라카이는 가히 파라다이스라 부를 만 했습니다. 마치 베이비파우더처럼 보드라운 백사장,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그대로 담은 쪽빛 바다... 정말이지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섬을 즐겼습니다. 해양스포츠도 했고 맛난 음식도 먹었으며 노을이 질 때면 해변을 산책했습니다. 밤에는 손잡고 숙소에서 하나님께 우리의 상한 마음을 치유해 달라는 기도도 했습니다. 며칠만에 아내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행과 휴식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허니문보다 빠른 4박 5일이 그렇게 지났습니다. 섬을 떠나기 하루 전 우리는 한가지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했는데 그것은 관광객들이 전혀 없는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가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면 그것은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10달러에 오토바이를 빌려서 뒤에 아내를 태우고 우리는 한참을 달려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야팍Yapak이라는 마을이었는데 놀란 것은 리조트가 몰려있는 다운타운과는 달리 너무도 열악한 모습이더 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은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원두막같은 집 아래에는 돼지와 닭이 함께 살고 있었으며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고 있었습니다. '질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낯선 이방인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다소 경계의 눈빛이었는데 몹시도 남루한 옷차림에 몸집들이 작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70년대의 모습 이었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마침 행사가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부모님들을 모셔놓고 노래와 춤을 선보였 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해맑고 예쁠수가 없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저는 아내에게 '내년에 청년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단기선교를 오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말하는 제 자신이 생각해도 꿈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왠지 그 꿈이 그리스도안에서의 꿈이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dream come true 라고 했던가요? 우리 최강 예손교회 청년부는 그 곳에 두 번에 걸친 단기선교를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의 단기선교는 저를 장기선교사로 결심케 하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가정에 있었던 시련과 고난은 우리 부부 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 교훈은 결코 돈을 주고서도, 혹은 누군가에게 배울 수도 없는 특별하고 놀라운 하나님으로부터의 깨달음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죽어가는 영혼을 바라보는 우리 하나님의 마음이 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복음을 듣지 못하여 어려서부터 약물에 중독되고 돈이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해서 부모에 의해 구걸하러 거리에 내몰리는 많은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가난 때문에 너무 어려서부터 절망과 비관에 익숙하여 유리방황하는, 혹은 질병과 배고픔으로 방치되어 영적으로 육적으로 죽어가는 많은 어린이들을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깨달음은 '아 우리는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아기 하나를 잃고도 이렇게 마음이 아파 슬퍼하는데 이곳에서 영적으로, 육적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 영혼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실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첫 생명을 거두어 가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첫 생명은 그렇게 큰 교훈으로 부모를 가르치고 떠났습니다. 그렇게 얼추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예손교회에서의 시간은 선교사로서의 부르심을 더욱 확고히 다지고 강화시키는 뜻깊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오늘 우리의 소명이 있기까지 성도 여러분의 도움이 컸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애정과 충고가 아니었다면 오늘 우리 가정은 없었을 겁니다. 사랑하는 예손교회 성도여러분, 저희는 이제 선교지로 떠납니다.한달 전만 해도 사직을 생각할 때 '뭐 조금 서운하겠지...'하는 그런 저런 마음이었는데 아이쿠 맙소사....이렇게 마음이 우울,심란,훌쩍할 줄은 정말이지 몰랐습니다. 예손교회 성도 여러분 한분 한분이 저희에게 있어서 빛나는 별입니다. 저희들 마음속에 깊이 박혀서 저희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우리를 밝혀줄 별입니다.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기도가 없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중국선교의 아버지 허드슨 테일러가 말했듯이 이제 저희 가정은 감히 죽어 가는 영혼을 구하러 강으로 뛰어듭니다. 부탁하기는 배 위에 있는 여러분은 제 허리에 매여있는 밧줄을 꼭 붙들어 주십시오. 피곤해도 힘들어도 결코 놓치 마시고 붙들어 주십시오. 여러분이 그 줄을 놓는다면 우리의 선교도 힘을 잃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이야말로 저희 선교의 가장 큰 힘임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저희 가정을 다함없는 사랑으로 용납해 주셔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정승원 목사님의 사랑과 배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사람을 언제나 길이 참아주시고 지도해 주신 점 잊지 않겠습니다. 큐티반 여러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한 분도 빼놓지 않고 성실하게 신앙의 진보를 이루는 모습은 저에게 큰 기쁨이자 소망이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청년부 여러분은 따로 편지했으니 략하구요, 브아의 벗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직분상 가르치는 사역자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많은 순간 여러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가게 되었습 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진정한 성도의 교제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부족한 저희 가정을 마치 자식처럼 총애하셨던 할머니 권사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그분들은 제가 무얼 해도 예쁘게만 봐주시니 마치 어머니 같기만 합니다. 바라기는 건강히 오래 오래 사시면서 우리를 위해서 계속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담에 안식년으로 들렀을 때 혹시 그때 몇 분 안 계시면 어쩌나 하는 방정맞은(?)생각도 듭니다만 건강 하시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뮤지컬 가스펠팀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3개월이 제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모르실 겁니다. 과연 앞으로도 그 같은 꿈결같은 날들이 또 올까 생각해 봅니다. 출연자와 스탭 한 분 한 분이 제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지하게 보고싶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이 모든 은혜가 그 분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또 그 분을 향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찹니다. 바라기는 예손교회와 여러 성도님들 가정 위에 우리의 대장 되시고 푯대가 되시는 예수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길 멀리서나마 기도하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와 함께 하고 나의 사랑이 그리스도 예수의 안에서 너희 무리와 함께 할지어다 -고전16:2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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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Min 2005/04/28 | |||||||||
그랬구나~~!! 쩝... 정말 너무나 완벽한 계획을 갖고 계신 하나님...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어... 에구구...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는 바...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계획들.... 이 글을 보면서 되게 부끄러워진다. 좋았겠고...아쉽겠다~~!! 열심히 중보하면 여러모로 아낌없는 후원해봐~~!! ^^ | |||||||||
나요 2006/01/04 | |||||||||
애기 표정이 장난이 아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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