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곰스크로의 여행("Die Reise nach Gomsk")
|
-작자:Fritz Ohrtman
-번역: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서강대 철학과 박사과정)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이름이 없다. 지금까지 나의 아내는 이 곳을 ‘고향’이라고 불러 왔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 아이들은 여기서서 태어났으므로 아마도 이 곳을 그렇게 부를 권리가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이 그렇게 잘못되지 않았다면, 나와 아내는 전적으로 우연히 이 마을에 오게 되었다. 때문에, 나로서는 가능한 빨리 이 곳을 떠나려는 것보다 더 절박한 소망은 없다. 참으로, 내가 여기 있는 동안 진정 나의 모든 노력은 원하지 않았던 이 마을에서의 체류를 끝내겠다는 하나의 목적만을 가질 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목표는 내게는 매우 어려운 것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의 노력에 가장 많은 불쾌한 방해를 했던 사람은-별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아내다. <@NHN@LINEBREAKER@NHN@>나는 우리의 결혼이 불행한 것이었다고, 우리 둘다 관심과 애정-서로를 위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결혼 직후 첫주의 행복한 상태는 날아가 버렸으나, 서로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서로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다는 삶의 깊고 견실한 느낌이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까. 이러한 절대적인 소속감은 우리들의 모든 불화와 화해의 근원이 되었다. 이 감정을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우리들에게 이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내가 작은 어린아이였을 때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 무릎 위에 앉아 있을 때면, 나에게 멀리있는 멋진 도시, 곰스크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자라는 동안 어느날 곰스크로 여행하게 되리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곰스크로의 여행은 나의 진정한 목표였고 목적지였다. 거기서 비로서 나의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곰스크에 대해서 바랬던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 때 곰스크로 가고자 했던 이유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에게 맞지 않았게 되었기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에 대한 나의 열망은 더 적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곰스크에 갈 수 있다는 자명한 확신은 그동안에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때때로 나는, 내 자신과 가족들에게 끊임없는 불안의 원천이 되는 이 곳을 떠나려는 소망을 마음 속에서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또한 곰스크란 하나의 낱말 이상이 아닌 여기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 가족의 생활 범위 안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나는 이런 생각들을 이겨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내가 그런 권리가 있는지를. 그렇다, 삶의 의미를 삶이 자기가 원했던 특정한 궤도를 달려가는 속에서 찾아보려는 욕구는 아마도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은 교만일 것이다.
우리가 결혼한 직후 곰스크로 여행을 떠났을 때, 아내는 나와 전적으로 생각이 같은 듯했다. 아마도 그때 그녀에게는 이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아주 비싼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 마지막 남은 돈을 지불했다. 곰스크로 가는 급행열차에는 오직 일등 칸밖에 없었다. 커다란 창문 곁에는 긴 물결을 이루며, 전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황량한, 무한해 보이는 황야 풍경이 스쳐 지나갔으며, 멀리 회녹색의 언덕 위로는 지평선이 흔들거리며 떠 있었다. 열차는 부드럽게 흔들렸다. 스쳐가는 지면의 물결과 함께 내 삶의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진다는 의식이 나를 알알한 쾌감으로 가득 채웠다. 반대로 아내는 흔들리는 열차의 요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미끄러져 지나가는 단조로운 풍경에 속에서 눈 붙일 곳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마주본 채로 좌석에 기대어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우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어요. 이 여행의 끝이 있을까요? 당신은 곰스크에 대해서 남들이 말하는 것말고 다른 것을 아는 게 있어요? 아마도 그곳은 당신이 어린 아이였을 적에 당신 아버지가 이야기하신 데와는 다른 곰스크일꺼에요.”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는 나의 손을 굳게 움켜 쥐었다. 나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평소에 부드럽고 붉던 입술이 일그러져 있는 모습이 걱정되었다. 묵묵히 미소짓는 여급들이 때마다 제공하는 식사를 그녀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마치 자기가 유리공 속에 넣어져 허공에 쏘아진 것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기에 나는 누군가가 찻간을 건너와서 기차가 곧 2시간 가량 정차하게 된다고 알려주었을 때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내가 승강장에 발을 디디자마자,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있은 붉을 빛이 돌았고 눈은 맑게 빛났다. 그녀의 걸음은 탄력 있어졌다. 우리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공터 건너편에 있는 황폐한 건물로 급히 달려갔다. 건물에는 ‘역전 여관’이라는 퇴색한 글짜가 쓰여진 간판이 달려있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유일하게 건물에서 쓸 수 있는 부분인 듯했다.
후에 우리가 들은 바로는, 수년 전에 이 마을은 제대로 된 정거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곳에 기차가 단지 일 있을 때만 정차하게 된 이후로 더 이상 아무도 이 호텔에서 묵으려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급행 열차가 불규칙적으로 정차할 때마다 이 식당에서 식사나 마실 것을 들고 열차 출발과 함께 사라지는 뜨네기 손님들만이, 50세 가량 된 과부인 건물 주인에게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가꾸지 않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식사는 괜찮았다. 그러나 나는 식사를 위해 마지막 남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아내는 굉장한 식욕을 보였다. 그녀가 기차를 탄 후 하루 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점을 보면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계산을 한 후에 나는 야외로 나가서 마을을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열렬히 찬성했다.
이 마을은 황야 한복판에 있는 길고 완만한 언던에 둘러싸인 분지 속에 놓여 있었다. 마을은 공동 묘지와 곁에 있는 목조 교회, 학교, 그리고 빽빽히 모여있는 20-30채 가량의 집과 농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철도는 마을과 여타의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바람은 끊임없이 집들 쪽으로 불고 있었다. 농장 건너편, 마을 바깥 쪽에서는 마치 바다처럼 황야의 풀들이 파도치며 출렁거렸다.
“이리 와봐요.” 아내는 말했다. “언덕 저편을 보러가요!”-“다른 언덕 말이지!” 나는 말했다. “이 곳은 눈에 보이는 곳 모두, 사방 수백 킬로미터가 황야인 곳이야!” 그녀가 양 볼을 붉히고 입을 반쯤 벌인 채로 서 있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왔다. “기차를 놓치면 안되요!” 나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숨이 차서 언덕 마루에 다달았다.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언덕들의 바다를 굽어 보았다. 지평선에는 태양이 거대한 불꽃 속에서 점점 식어가고 있었고, 그 붉은 빛은 아내의 얼굴을 붉게 불들였다. 그녀는 숨을 깊이 쉬며 풀 속에 털썩 누웠다가, 곧 다시 일어나 나를 그녀 곁으로 끌어 당겼다. 그녀의 눈에는 뜨거운 빛이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요!”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유심히 그녀를 바라보는 나에게도 그녀는 너무 아름다왔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바람은 풀잎 속에서 바람 소리를 내며 바스락거렸다. 그리고 아직도 가느다락 진홍색의 줄이 지평선 위에서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우리 뒤에서 구슬픈 기적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울려왔다. “기차다!” 라고 나는 놀라 외치며 뛰어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팔로 나를 감고 있었고, 나는 또 한번 감동적이나 불안한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그녀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나에게 달라붙었던 것이다. “가지 말아요!” 그녀는 속삭였다. “이미 너무 늦었어요!”
때때로 나는 그때 이미 그녀가 나를 이 마을에 붙잡아두려고 한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러나 아마도 그녀를 오해하는 것이리라.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잊게하여 나를 함께 그녀의 감정 속으로 잡아 당긴 것은 아마도 순간의 마술이었을 게다. 황혼이 마을로 돌아오는 우리를 맞이했다. 기차는 떠난 지 오래였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화가 났어야 한다. 그러나 아내가 너무나 좋은 기분에 싸여 있었으므로 나도 그 기분에 전염되고 말았다.
역전 여관의 문은 잠겨 있었다. 우리는 건물을 돌아가 불 켜진 창문을 두드렸다. 얼마 후에 뒷 문으로 검은 머리에 잔뜩 그루프를 감고 있는 채로 여주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우리를 놀란 표정으로 가늘게 쳐다 보았다. -“아니요, 숙박은 되지 않아요. 왜 기차를 타지 않았죠?” 나는 그녀에게 우리가 열차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난처해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혹시 윗 층에 빈 방 중 하나에 침대를 가져다 놓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머리 위에 어떻게라도 지붕만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그건 가능해요.”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갑자기 우리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물었다.
“곰스크로요.” 나는 말했다.-“그래 곰스크로...” 그녀는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실눈을 뜨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곰스크에서 뭘하려구요?”-“우리는 바로 곰스크로 가려고 합니다.” 나는 친절히 말했다. “ 침대 나르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마침내 그녀에게 내가 곰스크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됐어요. 그만두어요.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언짢은 듯 말했다. 나는 그녀가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면서 “충분히 물어볼 수도 있잖아...”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가 숙박했던 방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달은 맨 윗쪽 유리창이 부서진 카텐 없는 창문을 통하여 비치고 있었다. 나무로 된 바닥은 먼지와 자그마한 유리조각들로 덮여 있었다. 그 위로 달 빛이 반짝거렸다. 여주인은 왼 쪽 비어 있는 벽에다 침대를 세워놓았다. 침대는 약간 곰팡내가 났지만 보기에는 깨끗한 아마포로 덮여 있었다. 아내가 피곤해했기에, 우리는 자려고 같이 누웠다. 그녀는 몸을 뻗자마자 잠들어 벼렸다. 나는 그녀의 곁에 누웠고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그녀의 고요한 숨소리를 엿듣고 있었다.
이른 새벽에, 나는 귀에 익숙치 않은 말발굽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말을 탄 목동 둘이 여러 마리의 소들을 몰면서 호탤 앞 공터를 지나서 마을 왼쪽으로 사라졌다. 아내는 아직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옷을 입고 집 뒤에 있는 펌프 아래서 몸을 씻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아직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바람은 전혀 없었고 하늘도 맑고 아주 파랬다. 황야 위로는 종달새들이 부르는 노랫소리의 은색 망이 걸려 있었다. 나는 무릎 높이의 이슬 젖은 풀잎 사이로 약간 걸어 들어갔다. 태양은 높이 떠올랐고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마침내 종달새의 노랫소리가 단지 느껴지기만 할 때까지, 바람의 소근 소근 사각거리는 소리가 풀잎 사이에서 천천히 일고 있었다.
마을을 통하여 돌아오는 길에 나는 책을 팔에 끼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한 농장에서는 말에 안장을 얹고 있었고, 마을 한 복판에 있는 샛물가에서는 한 아낙네가 커다란 양철통을 씻고 있었다. 그녀는 일손을 멈추고 호기심에 차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인사를 보냈으나 그녀는 답례하지 않았다.
여주인은 여전히 따은, 검은 머리에 그루프를 하고 있는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식당에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그건 필요 없어요.” 나는 말했다.- “그럼 아무 것도 안 드실 생각이예요?” -“예, 고맙습니다.” 나는 급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아내는 빗자루로 먼지와 유리조각들을 쓸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부서진 창유리를 여주인에게 부탁하여 얻은 것이 분명한 한 장의 마분지로 대신해 놓았다. “당신 잘 자지 않았어요?” 나는 잠시 그녀를 묵묵히 쳐다 보았다. “청소할 필요 없어요.” 나는 마침내 말하고 말았다. “우리는 오늘도 계속 가야하기 때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로 드리워졌고 뺨과 이마는 붉게 물들었다.
나는 호텔 앞으로 내려 갔다. 열차가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나는 배가 고팠다. 빈 철도 위의 공간을 응시했다.
내 뒤에서 집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질질 끄는 발소리가 내 쪽으로 다가 왔다. 이제는 구루프를 푼 여주인이 내 곁에 서서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나는 그녀가 나를 보고 있음을 께달았다.
“탁자들을 씻어야 해요.” 그녀는 말했다.-“그래요?” 나는 가능한 한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나를 도와 주었으면 해요. 유감스럽게도 종업원이 없거든요.”-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곧 “그러죠. 기차가 언제 올지 누가 알아요!”하고 말해버리고 말았다.-“그래요, 누가 알겠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마치 어떤 의혹을 확인한 양 악의가 숨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무거운 떡갈 나무 식탁들을 식당에서 마당으로 나르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비눗물 한 통과 솔 하나를 가져 왔다. “청소할 꺼면,” 그녀는 말했다. “필요할 때 마다 즉시 깨끗한 물을 가져올께요.” 그녀가 내가 식탁을 닦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데 화가 났으나, 결국은 윗도리를 벗고 솔을 잡았다. 그녀는 일정한 간격으로 신선한 물을 부엌에서 날라다 주었다.
그 사이에 태양은 무척 높이 떠올랐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방울 져 떨어졌다. 얼마후 여주인이 파란색 앞치마를 가져다 주었고, 나는 말없이 그것을 허리에 둘렀다.
정오경에 그녀는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눈짓했다. “일하는 사람은 먹어야지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아내는 이미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우리가 이 곳에 온 것이 그다지 나쁜 것같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말했다.-“그렇게 생각해?” -“여주인은 나에게 당신이 자기를 도와줘서 아주 기쁘다고 했어요. 여자 혼자 이 큰 건물을 정돈할 수는 없잖아요.”-“안됐군.” 나는 말했다. “그러나 그 건 우리가 걱정할 게 아니예요. 난 단지 기차가 곧 오기 만을 바랄 뿐이야.” 식사 후에 나는 다시 뜨거운 햇볕 속으로 나가 일을 계속했다. 오후 4시 경에 빠른 속도로 급행 열차가 지나갔다. 열차는 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곰스크에서 오는 것 같았다. 증기 기관차의 날카롭게 올부짖는 듯한, 무한히 슬프게 들리는 소리는 나의 귓 속에서 오랫동안 울리고 있었다. -여주인은 기차를 전송하기 위해 문 밖으로 나갔다. “우리 열차는 언제 오지요?” 나는 물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요? 약 한 시간 후예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그 열차가 지금 여기 멈출 수도 있지요. 아니면 내일, 아니면, 모래, 아니면 다음 주에 멈출 수도 있어요.”- “정기적으로 서는 것이 아닌가요?”-나는 놀라서 물었다.-“당신은 반대편 열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어요. 내 남편이 죽은 후로는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지요.”
5시 직전에 나는 아내를 데리러 갔고, 여행 가방을 움켜 쥐었다. “무엇하는데 여행 가방이 필요하죠?” 그녀는 물었다. “우리는 지금 열차가 정차할지 않을지도 모르고 있잖아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행 가방을 들고 묵묵히 걸어가기만 했다. 그리고 역에 도착하자 플랫폼 구석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당신은 왜 이리 성급하죠?” 아내는 화를 내며 말했다. “기차는 아직도 오지 않고 있고, 우리는 지금 멍하게 서 있을 뿐이잖아요!”- “ 하지만 기차는 곧 올 꺼예요.” 그러나 이 것은 얼마나 바보같은 소리였던가! 다섯 시가 되자 그녀는 말했다. “기차는 오래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우리가 그걸 알아채지 못한 것같군요.” -“그렇지 않아.” 나는 말했다.-“하지만 그럴 수도 있어요!”-“그럴 수 없어!” 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러다가 기차가 왔다. 맹렬한 속도로 거대한 기관차는 선로 위에 와 닿았다. 그러나 그 때 이미 열차의 앞 차량들은 우리 옆을 으르렁거리며 지나가 버렸다. 열차의 창 유리는 떨리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에 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 속하는 것 같은 낯선, 그리나 지루해진 얼굴을 알아차리는 듯이 느껴졌다. 우리는 기차가 이미 지나가 버린 플랬폼 위에 서서 점점 작아지는 점을 응시했다. “봐요.” 아내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온 세계에 웃음거리가 된 채 여행 가방을 들고 여기 서 있을 뿐이잖아요.” 나는 이런 실없는 소리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나는 여행 가방을 들어서 도로 호텔로 가졌다. 호텔에서 나는 여행 가방을 침대 위에 던져 놓고 양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그 곁에 앉았다. 아내는 말없이 침대 머리맡에 여행 가방을 세워 놓았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창가로 가서 창밖을 바라 보았다. 그녀의 목 윤곽에는 내가 방안에 있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고집 센 어떤 것이 있었다. 복도에서 나는 여주인과 맞주쳤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군요...” 여주인은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고 나를 물그러미 쳐다 보았다. “돈이 부족한 것같은데, 나를 약간 도와주면 식비와 숙박비를 벌 수 있어요. 지난 여러 해 동안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거든요...”-“다시 한 번 생각해 보죠.” 나는 짧게 대답했다.
다음날 아침에 아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났다. 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때 막 그녀는 여주인으로부터 받은 앞치마를 풀고 손을 말리고 있었다. 여주인은 우리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두 여인은 마치 오래 알아왔던 것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오전 내내 먼지 투성이의 어두컴컴한 헛간 속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옮기는 일을 했고, 정오 경에 잡친 기분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옷장이 우리가 묵고 있는 방 문을 막고 있었다.
“마침 잘왔어요!” 아내가 옷장 뒤에서 헐떡이며 말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혼자서 옷장을 문턱 너머로 옮겨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잡아요.”-“옷장으로 뭘 하려고?” 나는 화가 나서 물었다. “글쎄 어서 잡으라니까요!”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녀가 옷장을 문턱 너머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 “이쪽으로요!” 그녀는 헐떡이며 말했다. “아니, 이쪽으로! 이 벽곁으로, 그래...조금만 더요!” 그녀는 일어서서 이마의 머리카락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 나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제 이 방은 조금 더 살 만하게 되었군요.”
“이 옷장을 어디 쓰려고 하지?” 나는 물었다.- “물론 우리 짐을 풀기 위해서지요!” 그녀는 마치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이 말했다.-“우리가 여기에 마치 영원히 머무르기라도 할 것처럼 살림을 차려야 한단 말이야?” 나는 물었다. -“짐들을 여행 가방 안에 넣어 두는 것은 보관하는 데 좋지 않아요.” 아내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문지방 너머로 옷장을 옮겨 달라고 부탁한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였나요?”
그녀는 여행가방을 열어서 내용물들을 침대 위에 널어 놓았다. -“만약 오늘 오후에 기차가 온다면 어떻게 하지?” 그녀는 마치 나를 철없는 어린아이를 보듯 바라보았다. “그러면 다시 짐을 꾸리면 되잖아요!” 그녀는 말했다. “맙소사,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군!”
아마도 나는 부당했으리라. 결국은 우리가 몇 일 더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가능성이 아직 있었으므로. 저녁에 나는 매우 늦게 방으로 돌아왔다. 말없이 옷을 벗어서 여행 가방 위에 던져 놓았다.-“제발 옷장 안에 옷을 걸어놓으세요.” 아내가 말했다. 그녀는 이미 옷장 안에 그녀의 옷을 걸어 놓고 있었다. 나는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침대에 기어들어 갔고, 아내와는 반대 쪽으로 돌아 누웠다. 우리는 등을 맞대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곰스크에서 온 열차가 우연히 한 시간 동안 이 곳에 정차했다. 한 무리의 승객들이 식당을 가득 채웠다. 여주인은 나에게 하얀 연미복을 주었다. 나는 아내가 부엌에서 일하는 동안 손님들의 시중을 들었다. 손님들이 다시 돌아갔을 때, 내 주머니에는 몇 개의 동전이 짤랑거리게 되었다. 나는 여주인에게 연미복을 돌려 주었다. “아직 연미복을 가지고 있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 옷이 다시 필요하게 될 것이예요.” 내가 머리를 가로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원하건 원하지 않건간에.”
“당신 아직도 나때문에 화가 나있어요?” 저녁에 방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물었다.-“왜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당신 화난 듯이 보여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탈 기차가 서지 않았으니 말이예요.”
무더운 여름 저녁이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우리는 초원으로 나가서 언덕 중턱 위 잔디에 앉았다.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서서히 별들의 모습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풀 사이에서 바람이 사각거렸다. 우리는 고독하게, 다른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그토록 고독하게 앉아 있었다.
삼일 뒤에 바로 그 일이 일어난 순간, 나는 벽에 페인트 칠을 하기 위해 위층 한 빈 방에 있었다. 그 때 나는 동쪽에서 오는 다섯시 발 급행 열차의 사납게 돌진하는 소리와 이어서 정차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허둥지둥 우리 방으로 뛰어 갔다. “서둘러,” 나는 외쳤다. “가방을 꾸려. 난 먼저 기차에 가봐야 겠어.”-“ 우선 당신 몸이나 씻는 게 어때요?” 아내가 말했다. -나는 우물 파이프가 있는 마당으로 달려가 얼굴에 묻은 페인트를 닦았다. 그리고나서 뒤돌아 다시 한번 우리 방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었다. “서둘러!” 나는 외쳤다. “기차가 얼마나 오래 서 있을지 누가 알겠어!”
나는 빈자리를 발견할 때까지 객차 창문을 보면서 열차를 따라 달려 갔다. 승차하려고 했을 때 차장이 나를 가로 막았다. “무얼 하려 하십니까?”-“이 열차는 곰스크로 가지요?”-“곰스크로 가지요. 물론.”-“손님 표를 보여 주시겠습니까?”-“여기요!”- 그는 오랫동안 주의깊게 들여다 보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 표는 쓸 수가 없어요.” 그는 말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곳에 한번도 열차가 정차하지 않았는데도요!” -“안됐군요.” 그는 말했다. “저는 단지 규정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나는 이 촌마을에 영원히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요.! 난 이제 어떻해야 하지요?” -“새 표를 구입하세요.” 차장은 말했다. 별 수 없이 나는 여관으로 돌아 왔다.
여주인은 부엌에 있었다. “이제야 왔군!” 그녀는 말했다. “서둘러, 어서 식당에 가봐!” 그녀는 나에게 흰 연미복을 던져 주고는 일을 계속했다. 나는 연미복을 손에 든 체 막연히 서있었다.-“어서!” 그녀는 성이 난 듯 재촉했다. -“죄송합니다만,” 나는 말했다. “저는 반드시 이 열차를 타고 곰스크로 가야만 합니다. 불행히도 저의 표는 쓸모없게 되어버렸어요. 새 표를 살 수 있게 돈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곰스크에서 돈을 버는 즉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일하기를 멈추고는 천천히 손을 올려 옆구리에 대었다. “그러면 누가 당신을 보증해 주지요?”-“저를 믿으세요.”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내 남편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우린 어떤 여행객에서 돈을 빌려준 적이 있어요. 그러나 그 후에 우리는 그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들울 수 없었지요. 그 다음부터 내 남편은 더 이상 단 한푼의 돈도 낭비하지 않게 되었지요. -이제 그 연미복을 입고 일하도록 해요. 그런데 당신 아내는 뭐하고 있지요? 당신 아내도 기꺼이 부엌에서 나를 도와줄텐데.”
나는 천천히 우리 방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아내는 창가에 기대어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 보았다. 가방은 아직도 꾸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 “도대체 당신은 이때까지 뭘했던 거야?” 나는 화가 나서 물었다. -그녀는 묵묵히 짐들을 옷장에서 꺼내기 시작했다.-“그 동안에 기차가 떠나버렸으면 어쩔 뻔 했어!” 나는 말했다.-“기차는 아직 서 있잖아요.” 그녀는 곧 깨져버릴 것같은 평온함을 잃지 않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매우 신중한 태도로 짐들을 가방 속에 꾸려 넣기 시작했다. “바보짓 그만해!” 나는 매우 화가 나서 외쳤다. “ 아래층에 내려가서 부엌일이나 도와주도록 해!”
저녁에 여행 가방은 더 이상 침대 머리맡에 있지 않았다. 아내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행 가방을 다락에 갖다 놓았어요. 다음 번에는 그 것이 필요치 않을 꺼예요.” 창 옆 걸상에는 초원의 풀이 꽃여 있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즐겁지 않아요?” 그녀는 물었다. “이 방은 이제 좀 더 살만하게 되었어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나는 말했다. “우리가 이제 확실이 여기에 주저않게 됐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가 어떻게 차표를 구할 수 있겠어?” -“당신은 아마도 얼마간의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매우 쉽게 말을 내 뱉었다. “당신은 이미 오늘 또 약간의 팁을 벌었잖아요.”-“내가 충분한 돈을 모을 때 까지는 족히 일년은 걸릴꺼야.” 나는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다락방에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작은 탁자가 있어요. 그걸 우리 방에 가져 올까봐요.그걸 어디에 놓았으면 좋겠어요? 창문 옆? 아니, 옷장 옆이 더 나을까?” -나는 발을 쿵 굴렀다. “당신이 그 빌어먹을 탁자를 어디에 놓건 난 전혀 관심이 없어, 알아 듣겠어, 전혀 관심이 없다구!” -“나는 당신이 왜 그렇게 소리지르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나도 기차표가 쓸 수 없게 ㅤㄷㅚㅆ다는 게 견딜수 없단 말이예요!” -“ 그렇지만 당신은 그게 당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잖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고 싶지 않나 보지?” -“물론 나도 곰스크로 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흥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우리는 우선 이 곳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다면 우리 방을 좀 더 살기 좋게 정돈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고 내가 수수방관하고 있거나 울부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물론 그편이 더 낫겠어!” 나는 화가 나서 내뱉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철부지 어린애같은 소릴 하는군요!”
괴롭고도 무미건조한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일 주일에 두 세 번 기차가 서곤 했다. 나는 손님들의 시중을 들어주고는 몇 푼의 팁을 벌 수 있었다. 나는 그 돈을 저축했다. 그 중 한푼도 쓰지 않았다. 때때로 나는 그 돈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곤 했다. 돈은 조금씩 늘어가곤 했으나 차표 살 돈이 모아지기까지는 아직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아내와 여주인은 거의 하루종일을 함께 보내곤 했다. 또한 아내는 마을의 유지들과도 친분을 맺었다. 이장(里長)의 부인도 종종 수다를 떨려고 아내를 찾아오곤 했다. 그녀가 오면 나는 즉시 나가버렸다. 나는 마을 주민과의 모든 공식적인 접촉을 피했다. 오직 밤에만, 사람들이 집에 틀어 박혀 있을 때만 나는 외출을 했고, 깊은 밤까지 오랫동안 초원을 돌아다니곤 했다. 매우 먼 곳에 버려졌다는 느낌과 가장 가까운 더 큰 마을로부터도 수백 마일의 고독과 풀들로 고립되어 있다는 의식은, 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곤했다. 왜냐하면 그 것은 나의 내면 진심의 표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처 없는 방황 중에 갑자기 철로를 발견할 때면 항상 나의 심장은 매우 격렬하게 두근거리곤 했다. 마치 가위로 자른 듯이 초원을 가로질러 가는 번쩍이는 궤도는, 내가 꿈꾸어 왔고 그곳에서 나의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만 같은 도시, 곰스크와 연결된 유일한 것이었다.
아내에게도 물론 우리가 한 번은 곰스크로 여행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자명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 것은 너무나 먼 장래의 일이어서, 그에 대해서 어떤 느낌도 희망도 공포도 생각할 수 없다는 듯 이야기 했다. 그녀는 그것을 마치 젊은이가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던 것이다.
저녁이면 때때로 우리는 함께 산책을 나갔고, 나란히 앉아서 말없이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곤 했다. 때로는 함께 집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내는 창가에 앉아서 무언가를 기우곤 했고, 나는 책을 읽거나 주어진 시간을 무료하게 보냈다.
여주인은 우리에게 방 두 개를 내 주었는데, 우리는 그 중 하나를 침실로, 다른 하나는 거실로 사용하였다. 침실에는 옷장과 두 개의 침대가, 거실에는 책상과 의자 두 개, 서랍장 하나가 있었다.
언제부터였던가, 아내는 때때로 온종일 집을 비우곤 했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하다 왔는지 말하지 않았고, 나또한 묻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그녀는 내게 물었다. “소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소파? 뭣에 쓰려고?”-“우리 거실에 소파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파가 있으면 정말 안락해 보일 꺼예요. 저녁이면 당신이 예쁘고 부드러운 소파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봐요.”-“왜 내가 저녁에 소파에 앉아 있어야 하지?” 나는 물었다. “나는 의자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피곤하다면 침대에 누워버리면 그만이야.”- “우리 방엔 분위기가 없어요.” 아내가 말했다. “소파가 하나 있으면 우리 방은 훨씬 더 살만하게 될꺼예요.” 나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아내는 몇일 동안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소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불가사의한 힘으로 아내의 생각을 점령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녀는 정말로 그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나 자신에게는 사실 정말로 소파가 필요 없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하루종일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어 버리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지쳐 있는 걸 보면 내 가슴이 갈갈이 찢어져 버리는 것같아요. 고통스럽고 무거운 하루 위에 등을 기댈 수 있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파는 당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예요!” -결국 나는 그녀가 소파에 대하여 꿈꾸고 농담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 것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었으므로. -그렇기에 어느날 실제로 우리 거실에 소파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당황함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온종일 아내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내가 방안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런데 마침내 내가 저녁 산책에서 돌아 왔을 때, 소파가 거실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창문옆에 있었으므로 소파에 앉으면 공터와, 배경으로 철로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아내는 그 ㅤㅋㅕㅌ에 서서 행복하게 웃었다.나는 당황스럽게 그 가구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것은 매우 멋진 작은 소파이긴 했지만, 어느정도 유행에 뒤지고 이미 남이 쓰던 것이었다. 갈색 융단으로 된 등받이는 이미 상당히 헤져 있었다.
“당신은 내가 요새 마을에서 종종 하루종일 무얼하다 왔는지 알지 못하죠?” 아내가 말했다. “나는 이장의 집안일을 도와주곤 했어요. 사모님이 아프셔서요. 그 대가로 소파를 받아 왔지요.”- 나는 소파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침묵했다. 마침내 그녀는 입을 열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실망으로 떨리고 있었다. “한 번 앉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눈은 무언가 친절한 말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말할 수 없이 화가 났기에 거의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마침내 나는 입을 열고는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저 것을 위해 몇 주일 동안 일을 했단 말이지.” 그녀는 당황하여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나 때문에 화 났어요?” -“나는 모든 돈을 저축했어,”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 말이야. 그런데 당신은 뭘했지? 돈을 받아 오는 대신에, 이까짓 소파를 얻으려고 일을 했단 말이야? 난 소파가 필요없어. 당신에게 충분히 애기 했을 꺼야! 나는 곰스크로 가고 싶다고, 이 빌어 먹을 마을을 떠나고 싶다고!“
그 소파는 이제 우리 방에 놓여 있게 되었다. 아내는 결코 거기에 ㅤㅇㅏㅈ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가 그 소파에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없는 듯 무시하며 지냈다. 우리는 말없이 일어나서 말없이 잠자러 갔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여주인과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 옆에 앉아서 여주인이 나에게 질문을 던질 때만 짧게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먼저 누그러지면 이러한 긴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내의 침묵에는 진정 어떠한 심술도 없었다. 그녀는 소파로 나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했을 뿐이었고, 이제 소파는 우리 방에 놓여지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긴장은 의미없고 다소 철부지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나는 화를 풀었다. 그 것은 참으로 편안한 소파였으며, 나는 거기에 앉아서 때ㅤㄸㅒㅤ로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거의 매일 저녁 소파에 앉고 아내가 내 곁에 있는 낮은 걸상에 앉아 있었어도, 우리 사이에는 오랫동안 친밀한 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나로서는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됐다는 것, 시계를 보고 이제 잠자리에 갈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살림살이는 계속해서 아내가 말하듯 ‘살만해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락방의 잡동사니들 속에서 몇 개의 그림을 찾아내서는 벽에 걸었다. 여주인에게서 오래되고 닮아빠진 융단을 얻어 내기도 했다. 꼬박 삼일 동안을 방 두 개의 벽과 천장을 담황색의 도료로 칠하는데 보내기도 했다. 또한 새로이 창문에 커텐을 해 달았다.
때때로 아내는 늙고 병든 마을의 선생님으로부터-그의 아내와 나의 아내는 친해졌는데- 약간의 책을 가져오곤 했다. 그러한 읽을거리들은 얼음같은 폭풍우 때문에 산책조차 불가능한 긴 겨울 저녁을 넘기는데 도움이 됐다.
봄이 되자 내 기분은 상당히 나아졌는데, 그것은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저축했기 때문이었다. 기차는 여름 때보다 더 자주 정차 했고,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많은 팁을 받을 수 있었다. 어느날, 곰스크로 가는 열차가 두 시간 정차하고 간 후에, 내가 그동안 모은 돈이 두 명분의 표 값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 나는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저녁에 소파에 앉아 있을 때면 느끼던 괴로움도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 아내는 내 좋은 기분에 동화되어 어느때 보다 쾌활했다. 나는 오랫동안 한 갑이나 되는 담배를 피며 철로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겼다. 바로 저 철로 위에 며칠 뒤 우리를 곰스크로 데려갈 기차가 정차할 것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나는 아직 아내에게 차표를 살만큼의 돈을 모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해야 될 때라고 느꼈음에도 그녀에게 그 것을 말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담배를 눌러 껐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 곳에 살지 않게 될꺼야.”-“왜요?” 아내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에게는 그녀의 생각이 전혀 딴 데에 있는 듯이 보였다. -“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나는 차표를 살 꺼야. 그려면 우리는 마침내 곰스크로 가게 되는 거야.” 이렇게 말하는 동안 나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오랫동안 아내는 댓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건 먼 장래의 일이예요.” 마침내 그녀는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쁨도 놀라움도 없었다. 단지 이상한 실망스러운 놀라움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날!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말했다.-“그래요.” 아내는 이렇게 대답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또 왜 그러는 거지? 당신은 기쁘지 않아?” -“물론 놀라운 일이예요.” 그녀는 말했다.-“또한 불쾌한 것이겠지!”- “내가 불쾌하다고 말하면 당신은 화를 낼꺼잖아요.”-“또, 나에게 그건 불쾌한 게 하니예요.”-“난 이해할 수 없어. 왜 당신이 곰스크로 가려고 하지 않는지.” 나는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무얼 할 수가 있지? 우리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고!”
“나도 정말 곰스크로 가고 싶어요.” 그녀는 말했다. “곰스크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그렇지만 당신은 하나도 기뻐하지 않잖아!”-“여보,” 그녀는 낮고도 목 쉰 목소리로 말하며 내 목을 감싸 안고는 뺨을 내 뺨에 갖다 대었다. “물론 나도 당신과 함께 기뻐해요.”- 그러나 나는 그녀의 빰이 축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우는거지?” 나는 물었다.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떻해요?” 그녀는 속삭였다. “당신은 여기에 있으면서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나요? 나도 당신 옆에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항상 곰스크만, 그리고 그날, 우리가 이마을-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살아 왔던 이 마을과 등지게 될 날만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쥐고는 말없이 눈물이 흐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 생애 동안 나는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말했다. “물론 나도 때로는 이 곳에서 행복감을 느끼곤 했지. 우리는 서로 다투었지만 곧 화해하곤 했어. 당신이 없었다면 이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을 꺼야.”-“정말이예요?” 아내가 물었다. “만일 당신이 혼자였다면, 지금 기다렸던 시간에 반만 기다렸어도 됐을 거에요..”-“그러나 여보!” 나는 말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속해있잖아!”- 그녀는 오랫동안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눈물 섞인 미소였다. “됐어요. 이제 됐어요. 난 기뻐요.”
우리는 오랫동안 창가에서 껴안고 있었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밖은 어두었다. 팔짱을 끼고 앉아서 우리는, 우리 바로 위에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달과 별이 있는 밤을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찾은 화해 분위기에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다음날에도 그녀를 닥달하려 하지 않았다. 정오가 되자 나는 그녀 스스로 옷장에서 옷을 꺼내 트렁크 안에 꼼꼼하게 챙겨넣는 것을 볼 수 있었다.-짐작컨데 그녀는 여주인과 임박한 우리의 출발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 같았다. “당신 아직도 결심했던 그대로예요?” 식사 후에 여주인은 내게 물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곰스크에 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누가 알아요? 여기서는 이미 아무 걱정 없는 직장이 있고 일거리도 충분하잖아요!”- 나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집안 일을 계속하는 것이 즐겁지 않나 보지요? 그렇다면 마을로 나가 보세요.마을엔 아마도 당신에게 더 적합한 일이 있을 꺼예요.” -“있다면요?” -“말해본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은 어떻게 해도 떠나 버릴텐데.”-“물론이죠.” 나는 말했다. 아마도 여주인은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정오 이후에 더 이상 일하지 않았다. 여행 가방은 꾸려진 채로 방에 놓여 있었다. 나는 초조하게 플랫홈을 오르내렸고 항상 철로 위를 걸으며, 동쪽을 감시했다- 아주 멀리서도 증기 구름이 안 보였는데도 말이다. -마침내 기차가 왔다. 날카롭고 길게 끄는 기적 소리를 내면서. 나는 손톱이 엄지 손가락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꾹 움켜 쥐었다. 열차가 지나가버리면 안되는데! 열차가 지나가 버리면 안되는데! 그러나 실제로 마치 열차는 나의 발작적으로 움켜쥔 주먹에 굴복이나 한 듯 천천히 멈추어 섰다.
나의 손끝에는 피가 나고 있었으나 그걸 느낄 새가 없었다. 문이 열렸다. 여행객들은 서둘러 호탤로 가고 있었다.
파란색 제복을 입은 한 사람이 플랫홈을 따라 기관차로 가고 있었다. 나느 그를 뒤좇아 뛰었다. “곰스크로 가는 차표 두 장이요!” 나는 그의 코 밑에 돈을 들이 밀며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그는 나를 놀란 눈으로 경계하듯 바라보았다. “진정하세요. 기차는 여기서 한 시간이나 정차하니까요.” -그는 미칠 것같은 침착함으로, 검댕으로 시컴해진 기관사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둘은 나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담배를 피웠다.
마침내 그 역무원은 피우던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곤 내게 몸을 돌렸다. “곰스크라고 했어요?” 그는 그것을, 내가 그 지명에서 느끼는 감정은 마우 상관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었다.-“두 사람이예요!” 나는 말했다. -그는 귀 뒤에 꽂아 놓았던 색연필을 움켜 쥐고는 가죽 가방에서 한 서식 용지를 끄집어 내었다. 그는 매우 느리게 써 나갔다. 때때로 색연필의 끝을 적시기도 하면서. 마침내 그는 내게 열차표를 주었고, 나는 그의 손에 표 값을 쥐어 주었다. “30분 안에 우리는 떠날 겁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갔다.
“서둘러, 가방을 내게 줘!” 거실의 문을 열어재친채 나는 외쳤다. “그렇게 급한가요?” 그녀가 물었다. “여주인에게도 작별인사를 해야지요!” 마침 그 순간 여주인이 방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들어오며 나를 불만스럽게 쳐다 보았다.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군요.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래요!”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초조하게 아내를 기다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마지막 순간에 마치 끝이 없을 듯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행가방을 먼저 열차에 갖다 놓겠어!” 아내를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빈자리를 찾아서 선반에 가방을 올려 놓고는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 나는 플랫홈으로 나갔다. 이미 몇 명의 여행객들이 식당에서 돌아와서 승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내가 다시 한번 우리 방으로 가 보았을 때는 이제 정말 여유가 없었다. 맙소사! 아내는 아직도 혼자 방에 있었다.
“이제야, 이제서야 왔군요!” 그녀는 말했다. “이 소파를 옮기는 걸 도와줘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녀를 쳐다 보았다. “설마 당신 진심으로 소파를 가져가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이건 우리 소파잖아요! 그러기에 우린 이 걸 가져 가야 한다구요!”-“안돼”, 나는 화가 나서 외쳤다. “나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 제발 소파를 나두고 기차로 가자구!” -“소파를 가져가지 않으면 나도 가지 않겠어요.” 아내는 말했다. “우리는 누구에게 무얼 선물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지 않아요. 누가 알겠어요, 우리가 곰스크에서 누구에겐가 다시 소파를 주게 될지.”-“나는 갈꺼야,” 나는 말했다. “소파를 움직이는 데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어.”-“그렇다면 나 혼자서라도 옮기겠어요.” 그녀는 말했다. “마음대로 해!” 나는 미친 듯이 열차로 달려갔다. 나는 주저없이 승차를 해서는 자리에 앉았다.
곧 역무원이 열차를 따라 걸으며 문을 닫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씩 주저하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굽혀 창밖을 쳐다 보았다. 아내가 빨개진 얼굴로 가쁜 쉼을 내쉬며 플랫홈 위로 소파를 질질 끌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야!” 나는 크게 외쳤다. 그녀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녀는 멈추어 서서는 얼굴을 닦았다. 동시에 기차는 출발하려했다. 나는 속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플랫홈 위로 뛰어 내렸다. “이리와! 뛰어!” 그녀에게 소리를 치며 소파를 어께에 둘러 매었다. “내가 이 빌어먹을 가구를 열차까지 가져가야 되는구나, 이 바보같은!”
막 소파를 플랫홈 위에 놓으려 할 때, 나에게 표를 팔았던 역무원이 왔다. “무얼 하고 있죠?” 그가 날카롭게 물었다. “지금 보고 있지 않소!” 나는 헐떡이며 말했다. -“거기다 놔요!” 그가 말했다. 그는 소파를 잡고서는 다시 원래대로 역계단 위에 가져다 놓았다. “소파는 화물칸에 실어야 해요. 그렇지만 서두르세요. 곧 떠날 것이니까요. 나중에 짐 값을 계산하시면 됩니다. ”-“왜 계산을 해야 하지요?” 나는 물었다. “이미 지불을 했는데!” -“그렇지만 소파에 대한 것은 안했습니다. 가구까지 운송해 주지는 않아요! 우리가 언제까지고 당신들을 기다려 줄 수는 없어요.”
“차를 타,”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도 보다시피 이건 가져갈 수 없어.” 나는 그녀를 열차 안으로 밀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반항했다. “우리 소파를 플랫홈 위에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그녀는 말했다.-“그렇게 해야해! 여행에 소파까지 들고 간다는 건 미친 생각이야!”-“당신이 소파 값을 낸게 아니니까 그런 애길 하겠죠,” 그녀는 말했다. “그렇지만 난 이 소파를 갖기 위해 일을 했어요. 난 그 때문에 지칠 때로 지쳤었구요, 나는 소파없이는 여행하지 않겠어요.”-아, 그 절망감이란! “제발 이성을 찾아요, 여보.” 나는 그녀에게 간청했다. “소파는 무엇에 쓰려고 하지?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곰스크에 가는 것이야”‘ -“내 걱정 말고 혼자 가세요.” 그녀는 말했다. “소파없이는 여행하지 않겠어요!”-“이게 당신 진심이야?”-“그게 내 진심이예요!”-“좋아,” 나는 열차에 탔다. “그럼 소파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 나는 떠나겠어.” 그녀는 뻔뻔스럽고도 창백한 얼굴로 플랫홈 위에 서있었다. -“타세요 부인, 어서 타세요!” 그 역무원이 외쳤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내게 물었다. “저 부인도 함께 갑니까?” -“아니요,” 나는 말했다. “그녀는 여기에 남을 겁니다.” 그러자 그녀는 문을 닫았다. 나도 창문을 내렸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쳐다 보았다. 나는 이 번엔 양보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나는,”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곰스크에 가면 한번 편지해 주셨으면 해요.”-“잘 모르겠어,” 나는 대답했다. “더 좋은 길은 당신이 이성을 찾고 이 열차에 타는 것이야.”-“최소한 당신 주소를 알아야겠어요.”-“무엇에 쓰려고?” 나는 물었다. “당신은 이제 소파를 갖게 되었는데.”-기적이 울리고 출발의 충격이 열차를 진동시켰다. “단지,” 아내가 외쳤다.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당신에게 편지를 띄우려구요!”-“뭐라고?”-“우리 아이요!” 그녀는 외쳤다.
나는 문을 열어제치고 이미 천천히 출발하고 있는 열차에서 뛰어내렸다. 열차는 내 옆을 미끄러져 지나 갔고,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정말로 당신, 아이를 가졌어?” -아내는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아무 것도 알려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항상 철로만 응시하며 기차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않았어도 당신은 오래전에 알아차렸을 꺼예요.”
이제 이 곳에는 우리와 소파만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차는 이미 떠나버렸다. 지평선에는 하얀 증기 구름들이 천천히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당신, 아이를 가졌군.” 나는 음조 없이 말했다.
“그래서 화가 나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그녀에게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녀의 것만이 아닌 우리의 아이였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켜 세워 소파를 어께 위로 둘러 메었다. 그리고 그 걸 호텔로 다시 가지고 왔다.
“아마도 얼마동안 더 저축한다면,” 나는 말했다. “우린 소파도 가져 갈 수 있을 꺼야.”
이제와서야 나는 그 때가 이곳에서 떠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닫는다. -그때 내가 내리지 않고 견뎠다면, 아마 아내는 마지막 순간에 승차앴으리라. 그러나 아이를 가진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완벽하게 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때 그녀가 임신중이라는 사실은 외형상으로도 명확히 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래 전에 그것을 알아챘어야 했다. 내가 소파없이 떠나려고 했을 때에 나를 당황시켰던 그녀의 까다로운 행동은 임신한 여성들이 흔히 부리는 히스테리였으리라. 그녀는 그것에 대해서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몰상식함에 대해서 탓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였다면, 내가 그토록 하나의 것, 차표와 기차와 곰스크에 대해서만 집착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의 상태를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리고 아마도 여행하려는 생각을 바꿨을 것이다.
여주인은 우리가 다시 머물게 ㅤㄷㅚㅆ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도 또한 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했다. 여주인이 말하길, 그녀의 그때 상태로 오랜 여행을 참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기차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구나 곰스크에서 무슨 일이 닥칠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 여기서 그녀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작은 거주 공간과 삶의 기초적인 것들을 갖추어 놓고 있었다. 반면 곰스크에서 일어날 일이란 우리들에게는 일곱 개의 자물쇠가 달린 책과 같은 것이었다. 남편이라고 해서 임신한 여성에게 이러한 종류의 모험에 참가하라고 부당하게 요구할 권리는 없었다.
솔직히 나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기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를 갖게 된다는 곧 다가올 사건에 밤이나 낮이나 몰두해 있는 아내를 보아서 나는 실망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가 먼저 잠든 밤이면 나는 오랫동안 초조하게 초원을 배회하거나 길둑의 별빛을 받으며 앉아 있곤 했다. 나는 그날을, 마침내 정해지지 않은 먼 장래에 이 곳을 떠나게 되는 그날을 꿈꾸어 왔다. 그러나 이런 밤들을 지내며, 나는 처음으로 이 꿈이 실현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생각을 의식 깊은 곳에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평생 다른 것을 꿈꾸지 않았음에도 결코 곰스크를 보지 못했던 나의 아버지처럼 나 또한 살아 있는 동안에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임신한 몸이기에 아내에게 부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의심과 불확실로 가득찬 것들을 아이가 태어난 다음이라고 해서 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그녀가 젖먹이를 안고 낯선 거대한 도시에서의 모험에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을까? -이제부터 그녀의 최대의 근심거리는 항상 안전이 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계획에 있어서 그녀는 항상 그녀의 아이를 끌어들이곤 할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나 자신을 소외시켜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을 주민과는 안면이 없었다. 그들의 이름은 내게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어느날 아내가 이장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을 때 매우 놀랐다. “나는 그를 알지 못해. 내게서 뭘 바라는 거지?” 나는 물었다.-“곧 알게 될 꺼예요.” 아내는 비밀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장은 유쾌한 성격의 나이 든 신사였다. “당신만한 능력을 가지고 고작 여기서 집머슴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은 안된 일입니다.” 그는 말했다.-“단지 임시방편일 뿐이오.” 나는 말했다. “그런데 당신이 내 능력에 대해 뭘 알고 있단 말이오?” 나는 아내가 이 만남에 개입해 있다고 추측했다. “당신 아내가 종종 당신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지요.” 그는 말했다. 그는 방안을 둘러보고는 펼쳐져 있는 책을 가르켰다. “당신은 책 보는 걸 좋아해서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지요?” -“이 소굴에서 다른 할 일이 뭐있겠소!” 나는 말했다. “당신 아내가 그러는데 ,당신은 학자 같은 사람이라던데요.” “아내 멋대로 생각한 걸꺼요.” 나는 차갑게 내뱉었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이장은 미소를 지었다.-나는 침묵했다. 나의 침묵은 서서히 그에게 불편한 것이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말했다. “우리는 선생님이 한 분 필요합니다. 아마 당신도 우리의 늙은 선생님의 부인께서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나는 아내가 이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 생각났다. -“우리 늙은 선생님께서는,” 이장은 말했다. “고통을 이겨내기 힘드신데다가 너무 아프셔서, 아무래도 오래 사시지 못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런데 마을에서 그 분의 과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외에 아무도 없군요.” -“저는 전혀 교육을 받지 않았는 걸요.” 나는 말했다.-“그 늙은 선생님도 역시 전혀 교육 받지 않았습니다. ” 이장은 말했다. “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 그리고 셈하기를 가르치면 됩니다. 그게 전부지요.” 그는 대화에 끼여들지 않고 있던 내 아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말했다.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일주일 후에 다시 오지요.” 그는 모자를 집어들었다. “당신이 맡는다고 한다면, 부활절에는 학교 관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정원이 있는 예쁜 집이지요. 지금의 당신 집보다는 훨씬 쾌적할 겁니다. 늙은 선생님께 다락방만 남겨드린다면, 그분도 만족하실 겁니다. ” 그가 사라졌을 때, 나는 아내가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잠시동안 뒷짐을 지고 방안을 서성거렸다. 마침내 나는 그녀가 불안하고 호기심에 찬 눈 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힘을 주어 그대로 서 있었다. “제발,” 그녀는 간청하듯이 말했다. “제발 그렇게 하세요!”- 나는 침묵했다. “황야 한 복판 마을에서 선생 노릇이라니!” 마침내 나는 괴롭게 말했다. “그렇게 나의 삶이 끝나야만 하다니......” -“우리는 전적으로 우리들 만을 위한 집을 갖게 될 꺼예요!” 아내는 말했다. “그리고 꽃들과 과일 나무들과 잔디밭이 있는 정원을요.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당신은 단지 아이만 생각하는군.”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나에 대해 당신은 더 이상 전혀 생각해 주지 않아. 만약 일단 한번 내가 선생님이 되고 당신이 꽃들과 과일나무들이 있는 예쁜 집에 앉아 있게 된다면, 그리고 우리의 많은 아이들이 잔디 위를 뛰어다니고 바지를 더럽히게 된다면- 말 수십 마리도 당신을 여기서 끌어내지 못할 꺼야. 당신에게는 나의 삶이 망쳐지든 아니든 상관이 없겠지!”-“나는 당신이 왜 꼭 곰스크로 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아내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행복하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나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행복해 질 수는 없어!” 나는 외쳤다. “나의 전생애 동안 나는 어느날 곰스크로 여행하는 것을 꿈꿔왔어!” 아내는 침묵했다. “당신은 마치 고집 센 어린 아이같이 말하는 군요.” 마침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왜 당신은 결코 어른이 되려 하지 않지요? 왜 당신은 당신의 삶이 의미로와 지는지 망쳐버리게 되는지가 전적으로 당신 혼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지요?”
작지만 규칙적인 봉급에 대한, 그리고 나의 능력에 어느 정도 더 적합한 일에 대한 전망은, 바람 속에 놓아버리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주일 후에야 최종적으로 확답을 해주었다. 물론, 내가 언제든지 사직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서 선생직을 맡았다. 우리는 소파 이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사하는데는 거의 어려움이 없었다. 늙은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의 가구들을 쓰도록 허락했다. 그는 자기가 작은 다락방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그것들은 더이상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놀랍게도 꽤 유쾌한 상태가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의 연구실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보잘 것 없으나 잘 정선된 늙은 선생님의 도서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부활절 이후에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의 선임자가 나를 도와 주었고 여러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몇주 후부터는 벌써 그의 도움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수는 기껏해야 열둘을 넘지 못했다. 나에게는, 읽고 작은 정원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 출산일이 임박한 아내를 도울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늙은 선생님은 번쩍거리는 두꺼운 안경알 때문에 매우 크게 보이는 선량한 눈을 가진 가슴이 좁은 사람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항상 약간 슬픈 기운이 돌고 있었다. 때때로 저녁이면 나는 그의 다락방 문을 두드렸다. 그는 파자마 바람으로 책 앞에 앉아 있곤 했다. 그는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매우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밤에 전혀 잠을 자지 않았다.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다.
아내가 분만하기 전 마지막 몇 주는 정말로 어수선했다. 세 번이나 산파를 데려왔다가 허탕을 쳤다. 그리고 나서야 마침내 아기가 나왔다. 그 것은 어리고 작은,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는 청적색의 괴물이었다. 후에 아기가 사람다운 모습을 하게 되었을 때, 때때로 나는 아기를 정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거기서 아기는 덮개로 씌워진 채 잔디 위에 눕혀져서 손발을 바둥거렸고, 배고픔 때문에, 때로는 기쁨 때문에 교대로 날카롭게 울어 댔다.
아내는 아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해서, 다른 어떤 것도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내가 그녀와 무엇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건 항상 그녀는, 그녀가 표면적으로 내 말에 동의를 할 때면, 그녀가 전혀 내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고 그릇된 억측을 하게 하는, 그런 바보같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우리들은 더 이상 곰스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지금까지도 나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왜 우리 사이의 이렇게 좋은 기분을 망쳐야 하겠는가?
늙은 선생님은 점점 더 쇠약해졌다. 그는 더 이상 전혀 잠을 자지 못했다. 나의 아내도 그가 식사를 하도록 권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는 다락방의 열려진 창문 곁에 안락의자에 앉아 있곤 했다. 내가 굽낮은 실내화를 신고 방문을 두드리고 나서 다락방에 들어설 때면, 대게 그는 멍하게 열린 눈으로 꿈꾸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럼에도 어떤 날에는 다시 맑게 께어 있어서 조금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날에는 이른 새벽녘까지 그와 대화를 하곤 했다.
나는 아직도 정말로 하나의, 사실같지 않은 대화를 생생히 기억한다. 밖은 이미 다시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고, 열려진 창문을 통하여 새들의 노랫소리와 멀리 황야의 풀들이 살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말을 믿으세요.”, 그는 음울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나도 예전에는 이 곳을 떠나서 계속 여행하려고 굳게 결심했었지요.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두꺼운 안경알을 통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눈빛으로, 반은 음울하게, 반은 미소지으며, 마치 그가 지금 그의 앞에 보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 젊은 시절의 그 자신을 보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마도 그 것도 좋은 것이었어요. 아마 우리는 다른 삶을 원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이런 삶을 원했던 겁니다.” 그의 말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내 스스로 그 것을 생각했던 것처럼 확신을 주며 울렸다. “아시겠어요,” 그는 계속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고, 그 운명이란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당신은 예전에 곰스크로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요. 그러나 지금 당신은 아내와 아이와 작은 집을 갖고 여기 이 작은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바로 지금의 생활을 원했던 것입니다. 당신이 이를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여기 정차했을 때 하차하지 않았겠고, 또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때, 바로 그 순간에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묵묵히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았다. 차갑고 명료한 개똥지바퀴의 노랫 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울렸다. -“이건 잘못된 삶이 아닙니다.” 그는 말했다. “의미없는 삶도 아니지요. 아직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이 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저항하려고 하겠지요. 마찬가지로 나도 오랜 시간동안 이런 생각에 저항했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알아요, 나는 내가 원했던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이 것을 인정한 다음부터 나의 삶은 아주 만족스러운 것이 되었지요.” 그가 우리 두 사람의 운명을 그토록 뒤섞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항상 내가 곰스크로 여행하게 될 때 생활의 근거를 갖기 위해서 저축했다. 아이가 좀더 나이를 먹을 한 두해 후까지는 생활 근거가 마련될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2-3개월 동안 굶주리지 않고, 나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며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돈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늙은 선생님이 죽은 후에는 누구와도 이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하지 않았다.
우리의 두 번째 아이인 여자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의 계획은 더 먼 곳으로 옮겨졌다. 또한 나는 서서히 마을에서의 나의 직업에 익숙해 졌다. 나는 내 학생들의 부모들을 알게 되었다. 종종 이장이 우리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더 이상 마을의 어느 누구도, 내가 외지에서 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나는 전임자만큼 늙을 때까지, 그리고 보다 젊은 사람이 내 자리를 대신할 때까지 이 곳에 머무르며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물론 오늘날까지도 그것은 나를 움켜 잡는다. 그리고 곰스크로 가는 급행 열차가 명렬히 지나가는 것을 들을 때면, 그리고 날카롭고 슬픈 기적 소리가 황야를 가로지르며 울리다가 서서히 사라질 때면, 갑작스럽게 내 속에 있는 어떤 것이 달려나가다가 고통스럽게 웅크러든다. 그리고 잠깐동안 위안이 없는 듯한 심연의 가장거리에 서게 된다.
그리고 나서 우리의 작은 집으로 돌아올때면, 나는 말없이 아내와 아이들 앞을 지나서 전임자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다락방으로 기어 올라가서, 문을 안에서 걸어잠그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나머지 하루 동안 누구하고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출전:Linde Klier und Uwe Martin,"Deutsche Erzahlungen,Zweiter Band"
출처: http://www.chungdong.or.kr/cwb-bin/CrazyWWWBoard.exe?db=timas6
...Linde Klier und Uwe Martin,"Deutsche Erzählungen,Zweiter Band"에 실린 F.Ohrtzman의 "곰스크로의 여행( Die Reise nach Gomsk)"을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서강대 철학과 박사과정)이 번역한 것입니다.
내용및 이미지출처: http://blog.empas.com/lucky200/
*곰스크는 구러시아의 어느도시의 지명이엇다고 한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생일에 무슨의미가? ⊙_⊙ (0) | 2010.10.03 |
---|---|
What does love mean? (0) | 2010.10.03 |
정곡을 찌르는 지혜 (0) | 2010.10.03 |
우정은.. (0) | 2010.10.03 |
[詩] 스무 살.....서른 살.....마흔 살 (0) | 2010.10.03 |
[펌] 매직아이 (0) | 2010.09.29 |
[펌] 나는 사슴이다 , 2번째 이야기 (1) | 2010.09.29 |
[펌] 나는 사슴이다 Ⅲ (1) | 2010.09.29 |
[펌] 나는 사슴이다 (0) | 2010.09.29 |
[펌] 나는 사슴이다... (0) | 2010.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