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스무 살.....서른 살.....마흔 살

[詩] 스무 살.....서른 살.....마흔 살

스무살
                                              곽재구

길가다 꽃보고, 꽃보다 해지고,

내나이 스무살

세상이 너무 사랑스러워

뒹구는 들눈썹 하나에도 입맞춤하였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마흔 살

                                                안도현


내가 그동안 이 세상에 한 일이 있다면
소낙비같이 허둥대며 뛰어다닌 일
그리하여 세상의 바짓가랑이에 흙탕물 튀게 한 일
씨발 세상의 입에서 욕 튀어나오게 한 일
쓰레기 봉투로도 써먹지 못하고
물 한 동아리 담을 수 없는 몸, 그 무게 불린 일

병산서원만대루 마룻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와이셔츠 단추 다섯개를 풀자,
곧바로 반성된다

때때로 울컥 가슴을 치미는 것 때문에
흐르는 강물 위에 돌을 던지던 시절은 갔다

시절은 갔다, 라고 쓸 때
그때가 바야흐로 마흔 살이다
바람이 겨드랑이 털을 가지고 놀게 내버려두고
꾸역꾸역 나한테 명함 건넨자들의 이름을 모두 삭제하고 싶다

나에게는
나에게는 이제 외로운 일 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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