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이리버 BI 리뉴얼


MP3플레이어의 세계적인 이름 ‘아이리버’. 올해 텔레비전을 통해 전에 없던 CF 시리즈부터 드라마 협찬까지 그 공격적인 행보가 유난히 눈에 뛴다.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를 80년대풍의 평면적인 픽셀 그래픽과 감각적인 배경 음악으로 담아낸 CF도 참신하지만, 정작 아이리버에 닥친 진짜 변화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빨간색 워드마크로 강렬하면서 산뜻한 인상을 남기는 아이리버의 새로운 BI. 연일 숱한 신화와 화제를 뿌리며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자의 지위를 고수해오고 있는 아이리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왼. 리뉴얼 전의 아이리버 로고. 음악이 가지고 있는 스피디한 느낌을 카레이싱 체스판 무늬로 표현한 이 로고는 남성적 성향이 강해 시장 포용력이 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가독성이 낮아 소형 위주인 아이리버 제품에 적용될 때 문제점이 있었다.
오. 디자인파크가 리뉴얼한 아이리버의 새로운 BI. 디자인파크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기존 로고의 복잡한 그래픽 요소를 제거하여 파격적인 붉은 색채와 가는 라인의 필체로 새로운 BI를 내놓았다.




세계 메이저급 전자제품회사들의 강력한 시장 공세
물론 플래시메모리타입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국내와 해외 모두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아이리버의 승승장구 노선에 이상이 있을 리 만무하다. 사실 일이 있는 곳은 아이리버가 아니라 MP3플레이어 시장. 현재 MP3플레이어는 워크맨을 대신할 차세대 휴대용 오디오 기기로 급부상하면서 일류 전자제품 회사들의 시장 진입이 매우 거세다. 특히 높은 고객 충성도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강점으로 하드디스크타입 MP3플레이어 시장을 압도하는 애플은 물론, 국제적인 가전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은 소니, 삼성,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이리버가 아무리 알토란 같은 전문 브랜드라지만 이들과의 몸싸움은 현실적으로도, 잠재적으로도 큰 위협. 더구나 시장 자체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폭넓은 계층을 흡수해야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전문기기에 민감한 젊은 남성층에 어필했던 아이리버의 기존 포지션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바로 이번 bI 리뉴얼은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따른 선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심화될 대기업들의 파상공세에 대한 방어 제스처로, 그리고 시장의 포용력을 높이기 위한 브랜드 개념의 도입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졌다. 대기업과는 다른 특화된 전문 브랜드의 가치를 강조하는 한편, 마니아층을 넘어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소비자들에게 소구될 기업 이미지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01, 03 대학로의 아이리버존 후문 외관의 간판에도 새로운 BI가 적용되었다. 내부에는 제품이 디스플레이된 것은 물론 고객들이 직접 제품의 음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02 아이리버가 제품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는 물론 고객의 휴식과 편의를 위해 마련한 신개념의 복합 문화 공간 ‘아이리버존’의 내부 모습.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대학로점으로 이번 BI 리뉴얼에 맞추어 인테리어가 디자인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이노디자인이 했다.



전문적 브랜딩으로 시장포용력 강화
아이리버는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진단을 통해 올해 초부터 브랜딩 개념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제품 개발과 판매에만 집중을 해온 아이리버였지만 브랜드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에 절대적인 우선권을 주다보니 여력이 없었을 뿐. 사실 기존 BI는 이미지 통합 작업과는 거리가 멀었고,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브랜드 관리 이상의 의의를 찾기 어려웠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스피디한 느낌을 카레이싱 체스판 무늬로 표현한 기존의 남성적인 브랜드 로고로는 시장 포용력이 약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워드마크의 낮은 가독성은 워낙 소형 위주인 아이리버 제품에 적용될 때 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사로 낙점 받은 CI 전문회사는 디자인파크였다. 디자인파크는 아이리버에 기술 집약적인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판단하고, 기존 워드마크의 문제점 보완의 수준을 넘어 좀 더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이미지 구축 전략을 제안했다. 부분적 수정보다 전면적인 개혁을 선택한 디자인파크의 컨셉트는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브랜드Global Style Frontier Brand’였다.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아이리버 로고만으로 충분히 주체 표시는 물론 보증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개발 목표였다.

이를 위해 우선 제품의 기술력이나 기능성 같은 아이리버의 강점이 되어온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소비자의 디지털 라이프와 감각적 경험을 강조하는 등 철저하게 고객지향적인 방향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종래 전자제품 브랜드에서 일반화된 기계적인 고딕형 글자체에서 탈피하여 친화력 있고 부드러운 느낌의 새로운 로고를 내놓았다. 새로운 로고는 곡선과 직선의 분명한 대비를 통해 멀티미디어 업체로서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파격적으로 붉은 색을 채택해 문화 리더의 감성을 상징화했다. 디자인 시스템 또한 아이리버만의 스타일을 유연하게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아이리버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웹상에서의 활용성과 로고의 제품 적용성을 고려하여 개발하였다.


아이리버의 새로운 BI가 적용된 인쇄 광고들. 현재 아이리버의 새로운 BI는 지난 4월에 국내외 아이리버 웹사이트에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텔레비전과 인쇄매체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를 80년대풍의 평면적인 픽셀 그래픽으로 담아낸 참신한 방식과 독특한 캐릭터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통합기기 브랜드로 도약하는 아이리버
현재 아이리버의 새로운 BI는 지난 4월에 국내외 아이리버 웹사이트에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텔레비전과 인쇄매체 광고에 등장하고 있으며, 7월 말부터는 제품에도 전격 적용될 예정이다. 더불어 아이리버 공식판매점 외에 판매와 애프터서비스, 고객의 휴식과 편의를 위한 신세대 복합 문화 공간인 아이리버존에서도 새로운 BI를 만나 볼 수 있다. 처음 새로운 BI가 공개되자 웹사이트에 불만을 토로하는 열혈 마니아들이 적지 않았다. 그간 이노디자인이 보여준 역동적이면서 남성적인 제품디자인 스타일과 새로운 BI의 여성적인 이미지가 어울릴성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새 BI가 적용된 광고물이 효과적으로 홍보되면서 다양한 층의 잠재 수요자에게도 편안하고 호감 있게 다가온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CI나 BI 리뉴얼을 과감하게 단행할 때는 위기 탈출이나 결정적인 돌파구 마련과 같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리버의 이번 BI 리뉴얼은 남다르다. 이미 리뉴얼 전부터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MP3플레이어 제조회사에 안주하기보다는 디지털 통합기기 회사로의 더 큰 도약을 위해 BI 리뉴얼을 택한 점이나, 기존의 브랜드 가치를 강력하게 받쳐줄 수 있는 과감한 그래픽 솔루션을 도입한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앞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장의 변화에 미리 준비하고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를 한발 앞서 모색했다는 점에서 ‘작은 글로벌 기업’ 아이리버는 선진적인 기업의 이미지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왼. 아이리버 PMP-100 시리즈. 3.5인치 TFT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음악은 물론 동영상, 사진, 게임 등 다양한 매체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이다.
오. 아이리버 N-10. 22g 중량의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단순화된 기능과 작은 크기로 휴대성을 높인 제품.



탁호 (주)레인콤 아이리버 브랜드마케팅 대리
기존 아이리버 BI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로고타입의 낮은 가독성이나 남성적 취향의 그래픽도 문제였지만 디자인 시스템 정립이 시급했다. 미래의 비전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리버가 표현해야 하는 것은 하드웨어의 측면보다 미디어계 리더로서의 마인드였다.
이번 BI는 젊은층에게 국한되었던 인지도를 확장, MP3플레이어의 대표 브랜드로 안정된 지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MP3플레이어는 물론 디지털미디어기기를 구입하는 모든 잠재 고객을 타깃으로 브랜드 중심의 집중적인 홍보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손근민 디자인파크 디자인 실장
아이리버측은 디자인파크에 많은 자율권을 주었다. BI 디자인 변경에 대한 대내외적인 이유와 미래의 기업 비전에 대해 명백하게 밝힐 뿐 특정한 디자인 스타일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한 전폭적인 신뢰가 한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고객지향적 방향으로 개발 컨셉트를 맞출 수 있었다.
디자인파크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판단, 기존 로고의 복잡한 그래픽 요소를 제거하여 파격적인 색채와 가는 라인의 필체가 인상적인 BI를 내놓았다. 전자기기의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풀어낸 워드마크가 스타일을 개척하는 아이리버의 이미지 구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는다.



 
월간 <디자인> 2004년 08월호 글 : 김의경 / 진행 : 김의경 / 사진 : 박건주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