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하나로 텔레콤 CI 리뉴얼

project  하나로텔레콤 CI 리뉴얼
속도경쟁 속에서 놓친 브랜드 가치를 되찾았다

 

 


지금처럼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이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혁신해가야만 하는 시대에는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CI도 끊임없이 진화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시각적 형태들의 단순한 얼굴 바꾸기가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과 핵심 가치를 제대로 표현해주고 기업의 미래에 대한 견인차 역할을 해주는 상징물로서의 CI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큰 자산이자 그야말로 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하나로텔레콤의 새로운 심벌과 로고는 이러한 기대 수준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 성공적인 CI 리뉴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1일 하나로텔레콤은 새로운 CI 선포식을 통해 기존의 제2 시내전화사업자 및 초고속통신사업자의 이미지를 넘어서 시외전화, 005 국제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는 명실공히 종합통탯말瑛?면모를 갖추게 되었음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하나로통신이라는 회사명을‘하나로텔레콤(영문명은 hanarotelecom)’으로 바꾸고 허밍버드(벌새)를 형상화한 새로운 심벌 ‘하나버드hanabird’를 발표했다.


 

기술 이미지보다 고객 친화적 이미지 전략 모색

 

기존 CI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꾼 하나로텔레콤의 새로운 CI는 지난해 처음 한국에 진출해 현대카드 CI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던 네덜란드 디자인업체인 토탈 아이덴티티에 의해 개발되었다. 하나로텔레콤은 우선 CI 개편에 앞서 지난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일반인 750명과 임직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기업 이미지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하나로텔레콤은 통신 6개사 중 기업 이미지 대비 CI 인지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T 대비 경쟁우위 이미지는 성장성, 혁신성, 활동성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CI의 이미지는 오히려 이러한 평가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하나로텔레콤은 새로운 CI의 이미지를 경쟁사인 KT와 확실하게 차별화시켜 작지만 강력한 2위 기업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토탈 아이덴티티는 기술, 속도만을 강조해온 기존의 이미지 전략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서의 글로벌한 이미지를 지향했다. 이에 따라 색감, 형상, 서체 리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허밍버드, 도화선, 버추얼리티Virtuality, DNA, 불꽃 등의 다양한 후보안들을 제시했는데, 그중 허밍버드를 주제로 한 안이 4월경 최종 확정되었다.


                          1. 하나로텔레콤 CI가 적용된 깃발    2. 하나로텔레콤 시청본사 앞 사인물.

허밍버드와 통신사는 무슨 관계?

 

허밍버드는 작지만 시속 25마일의 빠른 속도로 날아 다니는 새로, 초당 50회의 날갯짓으로 새 중에서 유일하게 공중에서 정지, 상하좌우 이동, 전후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민첩성과 고효율(High Performance)로 유명하다. 특히 허밍버드가 공중에서 꽃 또는 나무에 부리를 대고 수액을 빨아먹는 모습은 초고속 인터넷 망에 접속하여 각종 정보를 공급받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토탈 아이덴티티는 이 허밍버드를 주제로 한 새로운 심벌을 통해 ‘예술성’, ‘능동성’, ‘철학이 있는 선도기업’, ‘잠재력’, ‘혁신’ 등 5개의 핵심 가치를 상징화하였으며, 가장 적절하고 완벽한 허밍버드 심벌 이미지를 위해 5백여 장이 넘는 스케치 안을 클라이언트 측에 제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타이포그래피의 성공적인 접목

 

그동안 심벌마크는 ‘HTI’였으며, 회사명은 국문 ‘하나로통신’과 영문 ‘하나로텔레콤’을 함께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못했다. 이에 회사명을 ‘하나로텔레콤hanarotelecom’으로 단일화함으로써 새로운 로고 타입이 통일된 이미지를 살릴 수 있게 되었다. 탄탄한 네덜란드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적 정통을 기반으로 하는 토탈 아이덴티티에 의해 특별히 창안된 로고 타입은 서체 리듬이 부드러운 소문자로만 구성되었으며, 허밍버드의 부리에 자연스럽게 접촉됨으로써, 고객과 하나로텔레콤이 늘 함께 접속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CI의 주 색상은 국내 통신사 10여 개 회사의 CI 색상을 분석한 결과 고유한 색 영역으로 남겨져 있던 마젠타 레드margenta red를 채택하였다. 변화와 대비를 지향하는 기업 풍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마젠타 레드와 함께 주도적인 IT 선도 사업자의 신뢰와 방향성을 상징하는 맑은 푸른색을 사용해 단일 색상 위주의 평면적인 여타 CI에 비해 활용도를크게 확장하였다. 현재 70% 정도 진행된 하나로텔레콤 CI의 어플리케이션은 토탈 아이덴티티가 마련한 엄격한 적용 규칙안에 따라 국내 업체인 디자인포커스가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카드 CI 리뉴얼 작업을 통해 토탈 아이덴티티를 국내에 소개하고, 이번 하나로텔레콤 CI 작업에서 중간 역할을 담당했던 오영식 토탈 아이덴티티 서울 지사장은 국내에 잘 알려진 외국계 CI 업체인 랜도나 인터브랜드, 메타디자인 등이 대형 커뮤니케이션 그룹에 소속되어 독창적 성향보다는 글로벌한 성향이 부각되어 있는 반면, 타이포그래피 전통이 강한 유럽의 CI 업체는 독립 디자인업체로서 각각 고유성과 개성, 인본적이면서 합리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1. 하나로텔레콤 유니폼  2. 하나로텔레콤 쇼핑백  3. 하나로텔레콤 서식류.

하나로텔레콤의 새로운 CI는 과감한 자기혁신과 도약을 다짐하는 하나로텔레콤의 현재와 미래의 비전을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시키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리고 현대카드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수행한 토탈 아이덴티티 역시 한국 클라이언트에게 기업의 얼굴을 책임져줄 믿을만한 사업 파트너로 강하게 떠오르게 되었다.

designer interview l 엘리 브래싱 토탈 아이덴티티 프로젝트 매니저

 

유럽 회사로서 한국 클라이언트와의 작업은 거리로나 언어 소통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유럽의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와 비교해 크게 힘든 점이나 다른 점은 없었다.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은 모든 제안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그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한번 결정이 나면 어떤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 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또한 스케치와 제안물 또는 코퍼레이트 디자인과 코퍼레이트 아이덴티티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비판적 시각 속에서도 결코 일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자세를 포기하지 않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며 디자이너로서 함께 작업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토탈 아이덴티티

 

1963년에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토탈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근대 아방가르드 그래픽 디자인의 전통이 강한 네덜란드에서 40년 동안 디자인 선도업체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토탈 아이덴티티는 약 90명의 직원과 네덜란드 4개 도시 이외에 독일, 벨기에, 한국에 각각 해외지사를 두고 있다. 2000년, 디자인 프로세스에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보강한 통합적인 아이덴티티 시나리오를 강조하게 됨에 따라 ‘토탈 아이덴티티’라고 새롭게 회사명을 바꾸고 유행과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며,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화하고 발전시킨다는 디자인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월간<디자인>2004년11월호, 글 : 김현지 / 진행 : 박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