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 외국에선 마니아층 형성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 외국에선 마니아층 형성
'재활용 패션' 성숙한 사회의 척도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브랜드 ‘프라이탁’은 화물차 덮개나 자전거 튜브 등 폐품을 이용해 만들지만 대담한 디자인과 환경에 대한 공헌으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고있다. 프라이탁의 다양한 가방들. 왼쪽은 일본의 재활용 브랜드 ‘샘플’ 제품.
지금은 뉴욕 패션계의 유명 브랜드로 고가의 드레스를 내놓고있는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도 워낙은 재활용 패션으로 시작했다.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타라 섭코프는 2000년대 초반 각종 빈티지숍에서 구입한 중고의류를 리폼한 의상으로 뉴욕컬렉션 무대에 등장,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한국계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대니 서를 동료로 맞아들여 에코패션 브랜드로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성공에서 엿볼 수 있듯 해외에서는 재활용 패션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재활용 브랜드가 속속 등장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환경보존운동에 대한 지지층이 폭 넓게 형성되면서 용도폐기된 물건들을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을 추구하는 작업들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품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발한 아이디어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차별성은 재활용 브랜드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스위스 가방브랜드 ‘프라이탁’(www.freitag.ch)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재활용 브랜드이다. 1993년에 첫 선을 보인 이래 독특한 컨셉트와 고객참여형 제작 공정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제품은 화물차 덮개용으로 쓰다가 폐품 처리된 두꺼운 천막을 가방 몸체로, 자전거 바퀴의 튜브로 쓰이던 고무를 가장자리 힘받이로, 차량용 안전벨트를 가방끈으로 재활용해 만든다.싼 것이 99유로(약 12만원), 비싼 배낭형은 149유로(18만원대)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폐품을 재료로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같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고 전제품이 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일부 제품은 고객이 직접 디자인한 것을 제작해주는 형태로 판매한다. 고객은 이를 통해 환경보호운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현재는 지갑과 축구공, 샌드백 등으로 제품도 다양해졌다.

영국의 팬시문구 브랜드 ‘리마커블’(www.remarkable.co.uk)도 두툼한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1996년 영국의 에드워드 D. 밀러에 의해 설립됐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재활용해서 멋진 연필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폐타이어를 원료로 한 재활용 종이노트에는 이를 상징하는 재미있는 그래픽 문양을 넣어 흥미를 유발한다.

일본의 ‘샘플’(sample)은 하나밖에 없는 옷을 제작한다는 의미를 담은 재활용 패션 브랜드다. 다양한 중고의류를 리폼하거나 원단으로 재탄생시켜 옷을 만든다. 에코파티 메아리와 비슷한 컨셉트. 키치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지로’(www.hanjiro.co.jp)도 일본이 자랑하는 재활용 패션 숍 브랜드다. 재활용 의상은 물론 구제와 빈티지 의류 등을 다 함께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내에 체인을 9개나 갖고있을 정도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제품도 옷에서 머플러와 모자 등 각종 소품, 구두와 핸드백 등 제화류로 다양하다.

재활용 브랜드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한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보여준다. ‘의미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의 에코파티 메아리 사업부 조혜원 팀장은 “재활용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새 것 보다 더 새로운,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작업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국내 첫 재활용 브랜드에 큰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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