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패션' 에코파티 메아리

'재활용 패션' 에코파티 메아리
국내 첫 재활용패션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 디자이너들
"환경과 패션의 행복한 공존 어때요 우리 멋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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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쇼핑광들에게는 ‘궁상’이고 레드카펫 위의 할리우드 스타들에겐 ‘굴욕’이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희망의 밥상’인 이것은?

 

답: 재활용 패션.

 

재활용 패션이 브랜드화에 나섰다. 국내 첫 사례다. 아름다운가게가 기획하고 네 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재주를 모아 내놓은 브랜드는 ‘에코파티 메아리’.

 

1일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첫 단독 직영매장을 낸 데 이어 이 달 말에는 패션 메카인 압구정동에도 매장을 연다. 옷은 물론 머플러 가방 인형 문구류 까지 토탈패션을 추구하는 이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중고옷과 재활용패션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 옷을 수선해 파는 것이 아니라 헌 옷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패션의 진수성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옷이나 과일상자, 폐기된 공사장 가림막 한 장도 버리는 부분 없이 말끔하게 요리해낸다’는 그들, 환경과 패션의 행복한 공존을 꿈꾼다.

 

싼 값에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폐해가 신문지상을 오르내린 1월 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옆 한 매장은 꿈꾸는 자들의 분신이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전면 유리창에 흰 페인트로 ‘Recycling’이라고 쓰인 매장에서 한 여성은 머플러를 사들고 ‘너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목을 두세번은 족히 감을 길이의 니트 머플러는 색면회화 작품처럼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니트를 패치워크한 작품. 알고 보면 헌 옷의 소매 부분만 떼어내 이어 만든 재활용 패션이다.

 

국내 첫 재활용패션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이하 메아리)의 주역들은 윤진선(35ㆍ의상디자이너) 채수경(35ㆍ그래픽디자이너) 홍선영(26ㆍ의상디자이너) 김동환(28ㆍ산업디자이너) 등 4인이다. ‘소모적인 제도권 패션문화에 염증을 느껴’ 각자 잘 나가던 직장을 뛰쳐나왔다. 윤씨는 논노 이신우 제일모직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채씨는 제품디자인 업체 러시에서 활동했다. 홍씨는 한승수 디자인실에서 일했고 김씨는 쌈지길 아트디렉터 출신이다.

 

‘꼼지락 꼼지락 뭔가 만들기를 좋아하고 의미 없이 소비되는 기성품에 거부반응을 갖고있는’ 공통점이 이들을 묶었다. 윤씨와 채씨는 문제청소년들을 위한 직업학교 하자센터에서 강사로 인연을 맺었고 김씨와는 홍대앞 젊은 예술가들의 발표무대인 희망시장 출품작가로 안면을 텄으며 김씨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홍씨가 의기투합, 마침내 지난해 5월 재활용 패션 브랜드화를 추진하던 아름다운가게와 손을 잡게 됐다.

 

에코파티 메아리의 모든 제품은 폐기처분된 소비재로부터 나온다. 옷은 아름다운가게에 기증된 중고의류중 도저히 팔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을 원단으로 사용한다. 가방이나 필통 명함집 등 소품 재료는 종로구청과 동대문구청에서 수거한 현수막과 가림막, 수도권의 쇼파 천갈이 업체들에서 받아오는 헤진 가죽 등이다. 문구류와 조립식 액자는 롯데마트 청과물코너에서 보내주는 바나나 상자를 이용한다. 한마디로 쓰레기를 꽃으로 피워내는 작업. 그만큼 보람도 크다.

 

'쓰레기를 양산하는 옷 소비문화는 이제 그만!'- 환경과 패션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국내 첫 재활용 패션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 디자이너들의 모토다. 왼쪽부터 윤진선 채수경 김동환씨. 홍선영씨는 몸이 아파 촬영에 불참했다./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김씨는 “폐기처분된 재료들을 갖고 작업을 한다는 게 솔직히 디자인이 아니라 ‘발명’에 가깝다”며 “그래도 낡고 못쓰게 된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데서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김씨는 정식 이름보다 ‘환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

윤씨는 헌 옷에 담긴 세월의 흔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헌 소재를 만지면 비록 얼굴은 몰라도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가 느껴지는 기분”이라며 “그런 애틋하고 따뜻한 느낌을 옷을 입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재 값이 안들었으니 가격은 싸겠지 생각하기 쉽지만 오산이다. 재킷류는 17만원대, 카디건 7만원, 치마류 5만~10만원대, 가죽소품 1만원대, 창살감옥 상자에 갖혀 ‘집에 데려가 달라’고 코믹하게 호소하는 고릴라인형은 1만5,000원 등으로 꽤 나간다. DIY액자는 2,500원이다. 재료를 수거해서 분류하고 세탁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버려진 재료를 이용해야 하니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폐기물 재료라는 것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옷’이라는 장점을 낳기도 하지만, 반면 대량생산이나 반복생산이 불가능해서 브랜드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채씨는 “같은 재질이나 색상의 헌 옷을 여러 벌 이어서 원단을 만든 뒤 디자인하는 등 두개의 직영매장에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단독매장 오픈을 앞두고 시장성 테스트를 위해 지난달 22일까지 약 보름에 걸쳐 신사동 아티즌빌딩 1층 전시장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반응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신선하다’ ‘발상의 전환이 뭔지를 보여준다’ 등 찬사가 이어졌다. 노영심 이재은 등 연예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개그우먼 정선희는 ‘맛있는 TV’ ‘불만제로’ 등 방송에 이브랜드 옷을 입고 출연하기도 했다. 소비만능 세태의 대척점에서 환경까지 보듬는 작업을 해보자고 똘똘 뭉친 사총사는 꿈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스위스나 일본 등 문화선진국에는 다 유명 재활용 브랜드가 있어요. 우리도 이제 멋진 재활용 브랜드를 가질 때가 됐어요. 목표요? 멋지게 성공해서 ‘에코패션’의 이정표를 세우는 거죠, 하하.”


사진 류효진 jsknight@hk.co.kr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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