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9집 더 잘 이해하고 듣기...-인터뷰-(드팩펌)


Prologue / 주제없고 산만한 노컷 인터뷰를 기획하며




이승환과의 인터뷰 날짜가 잡혀지고 필자들의 고민이 이어졌다. 기왕 다른 싸이트에서 9집에 대한 심층 인터뷰도 있었고, 또 그렇다고 뻔한 신변잡기만을 논하는 메이저 언론과는 다른 곳이라는 측면, 그리고 바쁜 스케쥴의 와중에 짧게 잡혀졌던(사실 이 시간은 나중에 훨씬 늘어났지만) 인터뷰 시간 등등. 고민속에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대화’의 방식을 택했다. 궁금한 것을 던져놓고 물어본다는 느낌보다는 생각나는 것을 또 생각나는 것으로 채워가는 자연스러운 흐름.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에 담긴 온갖 산만한, 하지만 솔직한 이승환의 한 음절 한 음절이 담긴 노컷 끝장 인터뷰이다.




인터뷰어는 투째지, 호떡바보, 렉스 님이 참여했다.



1. 괄호안의 * 표기는 옮긴이의 주석입니다.

2. 말투나 분위기, 뉘앙스를 살려 옮겼습니다. 일부 표현은 적절한 표현으로 대치했습니다.

3. 늘 그렇듯이 업로드 이후에도 부족하거나 틀린 부분, 사진등은 하루-이틀을 사이에 두고 꾸준히 업데잇,수정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자주자주 들려서 변화과정을 눈여겨 봐주시길. (이런 무책임함이라니)



-------------




투: 활동시작하시면서 앨범을 다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환: 네. 그럼요. 오늘도 들으면서 왔어요. 차에서.




투: 좋던가요?

환: 네, 아주 좋던데요?(웃음)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 사운드가 너무 안정적이던데요. 다른 앨범에 비해서도 훨씬 안정적이고..우리가 마스터링(* 음반녹음의 마지막과정. 음반을 위해 개별적으로 녹음된 여러 음원들이 ‘믹스다운’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듣는 2채널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개별적으로 녹음된 수록곡들을 한 장의 씨디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소리가 다듬어지고 균형이 맞춰지는 작업.) 스튜디오를 이번에 Oasis로 옮겼어요. (*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을 담당한 Eddy Schreyer가 설립한 세계적인 마스터링 스튜디오) 사실, 어쩔 수 없이 그리로 옮긴건데. 뉴욕에 있는 Sterling Sound(* 8집을 녹음)같은 경우는,,개인적으로 제일 좀 깼고,, 제일 좀 안맞었어요. 그리고 Bernie Grundman Japan(* 7집을 녹음)도 괜찮았는데, 마침 또 거기 엔지니어가 한명이 병에 걸렸어요. 그래서 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고 Bernie Grandman LA(* 4,5,6집을 녹음)같은 경우는 몇 개월씩 예약이 밀려 있어서 할 수가 없었고...아무튼 막판에 그쪽에서 해낸게...결국 Oasis의 승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투: 녹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이번에 믹싱 엔지니어로 Clark Germain이 아예 드팩에 와서 작업을 했었죠. 개인적으로는 Benoit/Freeman Project의 엔지니어를 해서 기억에 남았던 사람인데.

환: 네. 사실,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거의 시간당 돈을 받아요. 이렇게 옆에 앉아만 있어도 돈을 받죠. 뭐,,제가 여기서 맛있는거 엄청 사주고, 좋은데서 재우고, 호텔에서부터 완전 확 갔죠(웃음) 그래서인지 너무 열심히 작업을 하더라구요. 우리 가야금 치는 Andy라고 있는데, 그 친구가 가이드도 해주고, 나중에는 내가 젤 좋아하는 중국집도 데려가고...그랬더니 여기로 아예 와준거에요. 뭐 작업이 완전히, 훌륭했죠. 밸런스도 좋았고.





투: Germain의 작업 스타일은 어땠어요?

환: 굉장히 꼼꼼했어요. 처음에 오면 굉장히 자기방어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사실 뭐 혼자 이렇게 와서 동양사람들 보면 걔네들이 얼마나 무섭겠어요.(웃음) 그런데도 그 사람은 아주 편하게 어울렸고 작업할 때도 우리가 제시하는 부분들에 대해 나름 수긍을 하면서도 ‘이런 방향은 어떠니’ 하는 식으로.. 다른 엔지니어들에 비해서도 보다 프로듀서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프로듀서도 직접 했던 사람이니까. 워낙에는 재즈쪽을 많이 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사실 록을 가장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구요.




투: 부크릿을 보니 앨범 전체의 믹싱을 전부 다 맡기진 않았어요. 상당부분 국내 엔지니어들이 해결을 했고.

환: 사실 타이틀도 원래는 Germain이 했다가, 사실 가요발라드니까 제대로 파악을 못하더라구요. 정서가 다르니까. 걔네는 사실, 굉장히 많이 눌러요. 사운드 자체를. 근데 우리는 누르는데 익숙하지 않아요. 마스터링 같은거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는 소리 나올정도로 뭔가 터지는,,그런식의 구성을 많이 하잖아요. 특히 타이틀같은 경우는 중간에 효과음같이 넣는 팀파니라던가...그런걸 자꾸 죽이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그렇게 해놓고 간거를 우리 엔지니어가 다시 해서 실었죠. 지금 우리 엔지니어가 국내에서는 거의 인기순위 3위 안에드는 사람이에요. 작곡가들이 좋아하는...

투: 누구 말씀하시는거죠?

환: 김한구요.

투: 아. 김한구씨.

환: 지복이(장지복)같은 경우도 거의 뭐 목소리에 관한한은....‘남편’이나 그런 곡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적어도 제 목소리에 관한한은 정말 최고로 잡아냈던것 같아요. 마스터링 가서도 클라크랑 김한구가 “야 정말 목소리에 관한한은 니가 최고다” 이럴정도였으니까요. 사실 많이 뿌듯해요. 지금 제가 이 사람들을 거의 9년째인가? 데리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언제든 제몫을 다 해내니까...




투: 저도 사실은 MP3를 많이 듣는 세대는 아니에요. 개인적으로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좋아하고. 처음 9집을 듣고 소리가 여느때보다도 좋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아예 6집부터 9집까지를 놓고 씨디로 쫘악 비교해서 들어봤는데요. 6집이 굉장히,뭐랄까 강하고, 댐핑한 사운드가 난다고 하면, 7집은 좋긴한데 조금 날카로운 느낌이 강했고, 8집은 약간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환: 7집은, 근데..그게 Sunny Side와 Over easy가 성향이 전혀 달라요. Sunny side up은 잘됐고, over easy는 그걸 일본에서 마스터링 했는데, 엔지니어 성향 자체가 록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투: over easy가 좀 날카로워요.

환: 예,..그게 좀 잘못잡은거에요. 사실 이번 앨범에 대해서는, 뭐, 이건 제 의견은 아니고 이번 앨범에 참여했던 우리쪽 엔지니어들 曰 “형 앨범들 중에서 제일 좋다”



투: 그럼 그 이전까지 제일 좋다고 생각한 앨범은 어떤거였어요?

환: 5집이요. Cycle. 그 앨범은 뭐...내가 그 테입을 Bernie Grundman에 세 번이나 다시 보내서 마스터링을 했어요. 뭐,,마스터링 세 번하는 놈은 처음봤다 라고...(웃음) 그 앨범은 뭐랄까 이 소리가, 그 두께자체가 정말 달라요.


투: 이번 앨범도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 5집때가 소리가 좋긴한데 뭔가 좀 딱딱한 면도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많이 유연해졌어요.

투: 질감이 좋아졌어요.

환: 예, 귀에 거슬리지 않는 그런 소리

투: 굉장히 또 명료하고 음원의 분리나 밸런스가 아주 우수한 느낌이 들어요.

환: 그 부분은 마스터링의 힘이고. 사실 믹싱때부터도 다 좋았어요. 제가 계속 그랬어요. “야,,너 많이 늘었다”(웃음) 같이 편곡하는 친구들도 와서는 ‘이야...지복이 왜 이렇게 잘해요?’ ‘한구형, 정말 최고에요’ 막 이런 분위기였고. 클라크 같은 경우는 Rewind를 처음 한국오자 마자 작업했는데 첨에는 시차도 있고 그러니까....그러다가 그걸 맨 나중에 가기전에 다시 믹싱을 했는데, 아주 잘 됐어요



투: 사실 아쉬운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씨디를 사면, 사실 요새는 그다지 많이 사진 않지만, 일단 사서는 바로 컴퓨터에 넣어서 192로 인코딩을 한단 말에요. MP3에서 들으려고(웃음) 그걸 또 아주 성능이 빈약한 이어폰으로 듣는단 말에요. 공간감은 제로죠.(웃음) 사실 이쯤 되면 씨디로 산 의미같은 건 없잖아요.

환: 하하. 네. Mp3 플레이어에 내장된 파워같은게 뻔한건데....Mid-range는 거의 죽어요. Low쪽이야 워낙 구분을 잘못하지만..근데 뭐 어쩌겠어요? 어쩌란 말이야?(웃음) 사실 이제는 대세에 따르기로 했어요.




투: 그런 의미에서 요새 자주 이야기 하시는 ‘가요계 고사’발언이나 ‘마지막 CD'같은 발언들은....뭐랄까...어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거 좀 의도적인 발언이 아니냐 라고들 해요.

환: 음. 의도적인게 맞아요.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불만이 많아요. 원래 음악홍보는, 영화쪽도 마찬가지지만 다 일단 긍정적으로 자신을 홍보해요. ‘아, 우리 정말 잘되요, 이번에 대박이에요’ 이게 정상인데, 저는 늘 ‘아 정말 안돼요. 망했어요. 망할거 같애요’ 이랬거든요. 근데,,,진짜 망했었어요. (웃음) 이번에도 이런 문제로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뭐 ‘언론사를 대하는 지침’ 이런식으로. 사람들은 저에게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거를 정말 싫어한다는거에요. 저에게서 기대하는 건 늘 ‘사람이 너무 너그러워’ ‘고생은 한번도 안해봤음’, ‘정준호같은 웃음’ (웃음) 그런걸 바란다는거에요. 저도 뭐 그래볼려고 다짐도 하고 그랬으나. 결국 또 이야기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이런 이야기 한건 한 4-5년 되었는데...근데 저 말고는 아무도 그런걸 말하지 않더라구요. 저라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거 아니에요? 정책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건데...생각해보세요. 맨날 ‘잘된다 잘된다’ 이런말만 거짓말로 하고 있으면 그게 실제로 잘되겠어요? 힘없는 내가 백날 이야기 해봤자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간 이야기 해야죠. 그래서 결국 마지막 CD라는 극약처방도 쓴거고. 이지경이 되었다. 말하고싶은거죠. 어떻게 모든 것이 진보하는 이 세상에서 음악만 이렇게 퇴보할 수가 있느냐. 그렇게 후진 음질로 음악을 듣겠다는게 말이 되냐. 엊그제 김윤아가 이야기해줘서 뭐 아주 시원하긴 했는데.....뭐 네티즌들에게 아주 몰매를 맞던데요? 왜 그 논리 있잖아요. ‘니네가 음악을 잘 만들어봐, 우리가 사줄게’ 근데 보면 잘만다는 애들부터 먼저 죽던데요? (웃음) 솔직히 살아남은건 연예인이잖아요.

투: 그런 논리를 펴면서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환: 이젠 진짜로 음악은 남의 일이잖아요. 이게 뭐 나에게 어떤 삶의 중대한 영향을 주고 그러는게 아니라. 크게 보면 문화나 이런것의 전반적인 몰락으로 이어지고 그러는건데, 어찌보면 개인사에 있어서는 아무 문제가 안되는거죠.




투: 8집부터도 그런게 좀 있긴 했지만 9집은 확실히 더 컴팩트 해졌다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것도 방금 말씀하신 면과 관련이 있는건가요?

환: 어떤 측면?

투: 그러니까, 대중들이 더 이상 음악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환: 아뇨, 뭐 꼭 그런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스물다섯곡을 일단 녹음하고, 그중에는 심각하거나 폼나는 것도 많이 있었어요.

투: 이를테면 어떤?

환: 힙합같은 것도 있었고, 미디엄록 계통인데 예전에 Yes같은 그룹의 음악같은 그런것도 있었고...예전에는 그런데 이런 것들을 구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꼭 한두곡씩은 넣고 그랬었는데..이번에는 아예 뭐랄까 “가오라고 생각되는 것을 빼자, 그러면 사람들이 좋아할거 같다”




투: 결과적으로는 좋았다고 봐요. 말씀하신대로 그런 ‘가오를 뺀’ 음악이 결과적으로는 아주 이승환스러워졌다고 생각되었거든요?

환: 그러니까 그게 이제 1-4집때 팬들, 그때 음악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게는 그럴 수가 있었던거죠.

투: 그런데 보통은 힘을 뺀다던가 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러다가 정말로 ‘힘이 빠져버리는’ 수도 없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8집은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힘을 빼려다가 진짜 힘이 빠져버린.

환: 네. 그게.....이상하게 8집땐 열심히 안했어요(웃음) 빨리 집에가고 싶고(웃음) 편집증이 없어진거에요. 그래서 애들도 굉장히 편해했어요.

투: 태클도 안걸고.....

환: 그렇죠. 태클도 안걸고..(웃음) 그런데 이번같은 경우는 너무 편집증은 그렇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가자! 내가 하는 방식으로 다시 가보자 이랬죠. 다른 인터뷰에서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이를테면 성제가 편곡을 세 번 다시 해서 오면 네 번째 하면서 ‘야 미안하다 이거 다른 애한테 맡겨야겠다’(웃음) 이러고...사실 그게 힘든 부분이에요. 이바닥에서는. 그래도 오랜 신뢰관계같은게 있으니까. 자기가 작곡한 ‘울다’같은 경우도 영환이가 편곡을 했고..좀 황당했을 수는 있죠. 그래도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그랬으니까. 프로듀서로서의 자세랄까.



투: 9집은 특히 이승환의 프로듀서로서의 의지라고할까. 확실히 그런 면은 많이 느껴진다고 봐요. 컴팩트해졌다는 면에서는 집중력도 있다고 느껴졌고. 곡의 길이도 굉장히 짧아진 편이지만 그 사이에 하고 싶은 것들은 정작 촘촘히 박혀 있는 그런 곡들이 많았거든요. 타이틀곡이나 ‘소통의 오류’같은 것도 그랬고.

환: 일단 시간에 관한 부분은...굉장히 갈등이었어요. 실장님에게도 ‘이거 방송에 나올 수 있을까요’ 이러고.

투: 사실 길이는 여전히 불만이 있어요. 더 길어도 좋았을 곡들이 많아요

환: 방송에서는 그것도 힘들어 해요. 지금 길이조차도. 워낙에 컴팩트해진 추세가 되어놔서..지금 우리 곡이 4분 57초인가? 그런데 그것도 버거워해요. 그걸 우리가 생각을 안할 수는 없어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더더욱. 아쉬운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게 좀 더 오래가야 감동이 올 수 있었을텐데 너무 fade-out을 일찍 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투: 전반적으로 곡이 좀 짧아요.

환: 그런데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라이브에서 보다 긴 버전을 들을 수 있으니까. 기대하게 만드는 측면은 있는거 같아요.



투: 곡을 쓰실 때 공연에서의 모습을 어느정도 염두에 두시는 편인가요?

환: 아뇨 그렇진 않아요. 어차피 편곡자체는 공연때 다시하면 되니까. 녹음할 때 굳이 계산에 넣을 필요는 없죠. 오히려 관심사는 안해본 장르를 한번 해보고 싶은. 그런게 더 관심사죠. 오히려 예전에는 그런걸 조금은 생각했었어요. ‘너의 나라’나 ‘나의 영웅’같은 경우 이걸 공연에서 연출할때는 이런식으로 하겠다는 어느정도의 구상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것이 사실 부질없다는 걸 알게 됐죠.




투: 본인앞에서 직접 말하는게 조금 이상하긴 한데,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 하하 ^^;;;;

투: 저는 결국 나중에 지나고 나서는 타이틀곡이나 몇곡이 앨범 전체의 느낌이나 평가를 좌우하게 된다고 믿는 쪽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아주 주제부가 간결하게 잘 표현되었고. 특히 세부적으로는 보컬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우린 어떻게든....’하고 나오는 부분에서는....

환: 확~긁는거요?

투: 예, 긁는거..좀 꺽꺽댄다고 할까. (웃음)

환: 일부러 좀 긁었어요. 그건. 제가 원래 비명과 노래를 같이 부르잖아요. 그걸 없애야겠다. 천일동안 창법을... 그래서 이번앨범에서는 그런걸 많이 없앴는데..그럼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는데...제가 원래는 좀 ‘탁성(濁聲)’을 갖고 싶어했어요. 마침 그때 ‘꿈꾸는 음악회’라고 투어를 돌고 있었는데, 목상태가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좀 위태위태했죠. 그래서 때마침 그런 긁는 소리가 나온거에요. 목상태가 안좋아서. ‘이때야!!’(웃음)




투: 좋았던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환: 근데 문제가,,지금은 안나와요. 라이브때는 안나오더라구요. 녹음할때도 엔지니어에게 막 물어봤었어요. ‘이거 지금 긁는소리 들려? 나와야 하는데’ 저는 단어 하나하나에 제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데 그 북받치는 부분, 가사도 그렇고 ‘안돼요 안돼요’ 그래서 그런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타이틀곡에서 좋다고 느낀건...그게 20분도 안되서 만들었어요. TV프로를 보고 그 즉시 나온 멜로디기 때문에 진심이 담긴거죠. ‘소통의 오류’ A파트 같은 경우는 이렇게 불러보고 저렇게 불러보고 이러면 오히려 좀 안좋아지는거 같아요. 좀 불만이에요. 뒷부분은 오히려 장난같이 만들었는데..




투: 그것도 저는 이승환의 매력중 하나라고 보아지는데. 유치뽕끼라고 할까(웃음) 그게 근데 다른 완성도가 전부 별로고 단지 유치하기만 한거라면 문제가 되죠. 그런데 이승환씨가 보여줬던 이제까지의 음악들은 어떤 기술적으로나 음악의 전체완성도에서 매우 프로페셔널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그게 단지 ‘유치하다’라고 말하는건 맞지 않다라고 생각하는데.

환: 근게 그걸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건전화합가요’도 원래는 완전 장난같이 시작한 곡이에요. ‘우리 이번에는 모든 곡을 다 섞는거야. 예전에 누가 했던것처럼(웃음), 다 섞어 다 섞어’ 그랬는데 결과적으로는 별로 웃기게 되진 않았지만.




투: 앨범에 은근히 이장르 저장르 섞인 곡들이 많은데, ‘건전화합가요’만 들어봐도 딱히 ‘크로스오버’라고 느껴질만큼의 이질감이 있지는 않아요. 뒤섞인 장르가 하나로 그냥 잘 뭉뚱그려졌다는 느낌? 이건 좀 중요한거 같아요.

환: 그건,,정말 성제의 힘인거 같아요. 제가 그 곡에서 좀 까탈스럽게 굴었던 거는,,저는 뒷부분에 나오는 록사운드나 이런것도 전부 리얼로 하고 싶어했고, 성제는 아예 드럼도 자기가 찍은(* 프로그램으로 했다는 의미) 드럼을 쓰고 싶어했어요. 결국 리얼로 하긴 했지만, 성제는 자기가 찍은 드럼이 정말 리얼드럼보다도 더 좋다고 믿고 있어요. (웃음) 그런데 정말 실제 드럼 치는 애가 와서 듣고도 ‘야 이거 누구야 드럼 잘쳤다’ 이럴정도니까. 워낙 잘 찍어주시죠. (웃음) ‘건전화합가요’는 원래 ‘환상의 커플’이라는 드라마에 주제곡으로 만든건데..코믹이더라구요 내용도...퇴짜맞았죠.




투: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잖아요. ‘변해가는 그대’...

환: M이었나? 심은하씨 나온거. 그거 쓰려고 만든 곡인데 그것도 퇴짜맞았죠. 사실 그건 드라마에 쓰려고 테마도 몇 개 뺀거였어요. 원래 더 있는건데... 뭐 그런 일이 있었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건전화합가요’가 들어갔으면 참 좋았을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투: 그러게요. 그나저나 ‘소통의 오류’, ‘남편’, ‘달빛소녀’도 그렇고, 예전에도 보면 국악기라던가 또는 그런 분위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거 같아요. 국악에 관심이 있으세요?

환: 아니에요 없구요. 사실 저는 국악이라기보단 그런 분위기? 그러니까 에스닉한거죠. 그런거에 관심이 있어요. 이번에 ‘소통의 오류’할때도 지누가 반대를 많이 했어요. ‘아니 왠 꽹가리?’ 사실 악기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직은 국악하는 분들이 그런 분위기나 리듬을 잘 못따라오고, 그래서 편집을 많이 했고.

렉: 사실 국악기와의 크로스오버같은 경우도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해철이나 넥스트도 예전에 했었지만, 근데 그쪽은 그런 악기를 썼다라는 걸 어떻게 보면 티를 내는 스타일이라고 보여지구요.



투: ‘남편’같은 곡에서의 가야금이나 장구는 아주 절묘했다고 봐요. 굉장히 위화감이 없이 섞여들어갔구요.

환: 네, 아주 절묘했죠. 남용하지 말자 주의는 있어요. 언제나 효과를 주는 정도로 하는. 있는듯 없는듯? 그런걸 유도하기도 하구요.

투: 편곡을 맡은 3rd Planet의 활약도 나름 돋보이는데, 이 분들이 누구시죠?

환: 아, 저희 밴드에 고영환이라고, 그분이 또 부인될...또 강경아라고..둘다 건반주자에요. 그래서 이번에 웃겼던게 녹음할 때 둘이 같이 있다가 고영환이 건반을 치다가 잘 안되면 강영아가 비켜~이래서 대신쳐주고.

투: 아주 편하군요(웃음)

환: 그죠. 아주 좋죠(웃음)








투: 예전 음악 이야기좀 할게요. 4,5집에 대한거는 제 책에 해주셨던 인터뷰(* ‘90년대를 빛낸 명반50’ 이승환 인터뷰 참조)에서도 이야기를 했으니까, 6집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많은 사람들이 이승환 음악이 좀 어렵다, 낯설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렉: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했었던게...만약 싸이클이 휴먼만큼의 인기를 얻었다면 과연 war in life 앨범이 나왔을까 하는 것이거든요. 좀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환: 더 이상한거 했겠죠?

렉: 그러니까요. 그런 기대도 했고....

환: 그러니까 5집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6집은 좀 쉽게 가자...라고 만든 앨범이었어요.




투: 그럼 오히려 7집에서 두장으로 나온거는 ‘그래 어려우면 sunny side up을 들어라’같은 거였나요?

환: 예 그렇죠. ‘배려’죠. 엄청 쉽잖아요. 노래들이 다. ‘엄마’가 좀 어렵나?

투: 결과적으로는 Egg가 뭐랄까. 잘 듣게 되는 음반은 아니었어요. 저역시.

환: 잘 모르겠어요. 얼마전에 9집을 준비하면서 이번에 내는 앨범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4집부터 한번 쫙 들어봤었거든요? 그랬더니 Egg가 제일 좋던데. (웃음) ‘이야. Sunny side up' 이게 왜 망했을까. 지금도 강지훈 이사님이라고 T엔터에인먼트의..그분도 자기는 7집이 너무 좋았다고 그러시던데. 완전 대박나는줄 알았다고. 안되서 너무 의아했다고. 그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호: 저희가 어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채팅방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었거든요. 그때도 나온 이야기지만 셋다 뭔가가.....7집에 대해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는 거였어요. 다 조금씩 포인트는 다르지만.

환: 흠.....그게....Sunny side up은 괜찮았고, 개인적으로 over easy는 좀 아쉬웠어요. 집중력이 좀 없었고. ‘Sunny side up만 낼껄..아니면 ‘왜’하고 ‘동지’만 넣어서 낼껄’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웃음)




투: 곡도 좀 많잖아요. 듣는 입장에서는 2CD는 좀 버거운 면이 있어요. 음악이 좋아도.

환: 그렇죠. 스물다섯곡을 정규 앨범에서 듣는건데...아마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의 시도? 정규앨범을 그렇게 낸 사람은 없을걸요. 윤상이 Cliche를 냈지만 그것도 한 장은 신곡이 아니었고.....

투: 결과적으로는 많이 안팔렸지요?

환: 거의 패닉상태였어요. 그 당시는 뭐 50만장 60만장씩 나가던 시절인데, 이게 너무 안나가니까 저도 깜짝 놀랬고,,,그래서 급기야는 전화해서 ‘지금 속이는거죠?’ (웃음)

투: 타이틀 곡이 애매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환: 그죠.



렉: 저는 ‘잘못’도 사실은 'His ballade 2'버젼이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환: 네...그때는 사실 희열이의 조언을 좀 들어서 ‘이제는 뭔가 너무 애절한건 아니지 않아요?’ ‘좋은 사람 뜨는거 보니까 이제 사람들이 뭔가 Light한 슬픔을 좋아하는거 같애’ 그래서 ‘흐음~그래~?’ 그랬죠. (웃음) 게다가 가장 큰 문제가 뭐였냐면 그때 차은택 감독한테 앨범 나오기 8개월 전에 뮤직비디오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좋은거에요. 그래서 ‘그거 간직해라’ 이랬죠. 그래서 노래 가사도 그 뮤직비디오 내용에 맞춰 썼고. 그게 실수였을지는 모르겠어요.




호: 저는 7집에서 ‘잘못’과 ‘Song for you'가 참 좋았다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그게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 지나쳐서 듣기에 예전의 ‘천일동안’이나 ‘애원’처럼 뭔가 확 끌리는 그런게 없으니까, 약했던 면도 있는거 같아요.

환: 그죠. 근데 희열이랑 저랑 6집을 작업할 때, ‘그대는 모릅니다’를 만들고서는 저희로서는 ‘천일동안’을 이제는 뛰어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있게 냈는데,,,사람들이 외면했죠. 아예 ‘세가지 소원’을 타이틀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내가 충격을 받은거죠. 이제 나의 거대 발라드는 안먹히는가? (웃음) 그렇다면 좀 컴팩트하고 라이트하게 가자,,그래서 나온거죠.




렉: 6집 이후의 작업들에 대해 저 나름대로는 ‘소통-충돌’의 개념으로 보기도 해요. 이를테면 7집같은 경우도 이승환씨는 Sunny side up을 더 좋게 느끼고 또 팬들도 그걸 더 좋아할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오히려 ‘Over easy'가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어요.

환: 그거야 일단 취향이겠죠. 취향이고.....저 개인적으로는 Sunny side up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이 되고. 그대신 over easy같은 경우 ‘Fight'같은 음악을 하면서 좀 미흡했다 했던 부분을 더 보완하게 되었구요. ‘그래, 뭐 또 해보자 까짓거!’ 이런식으로. 그런게 결국 이번 앨범에서도 ‘No pain No gain'같은 곡으로 나오게 된거죠. 이번엔 좀 잘 나온거 같아요. 훨씬.

렉: 김진표씨랑도 벌써 세 번째시죠. 어떤 면이 편한거 같아요?

환: 다른 랩퍼들의 경우 흑인음악쪽을 하던 친구들이 많아서 랩은 잘해도 정작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근데 진표는 노바소닉을 거쳤으니까. 어떻게 하는지 뻔히 알고 있는거에요. 너무 편하고, 하면 또 제대로 나오고. 내가 좀 더 진표에게 바라는거는 사실 랩을 할때 조금 더 질러줬으면 하는 거지만 그거야 자기 스타일이니까.




투: ‘이 노래’는 좀 의외였어요. 너무 편안한 노래라고 할까? 이건.....

환: 게다가 너무 트렌디한 작곡가에....

투: 네, 그러니까요. 전해성씨죠. 작곡가 이름에서도 일단 놀랐지만, 곡 전개에서도 너무 지나치리만치 평이하다는 느낌.

환: 은근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처음에 피아노로만 된 데모를 받았는데 첨엔 저도 잘 몰랐어요. 근데 대여섯번을 들어보니까 ‘야, 이 노래가 뭐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거에요. 처음에 무슨 작곡가 모임 단체가 있었어요. 거기서 한 40곡 받았나? 대중적이어야 겠다는 의지가 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쪽 곡을 많이 받았었죠. 그중에 하나로 전해성씨 곡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고, 공연때도 다들 좋아했고. 확실히,,,근데 그런걸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근데 사실은 저도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가사를 너무 쓰고 싶었어요. 왜 전해성이 잘나가는 작곡가인가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 사람의 내공이 있구나.

투: 대중들이 좋아하는 코드도 잘 알고.

환: 그리고 사운드에 대한 개념도 있구요.

투: 리뷰를 쓰면서 반복적으로 앨범을 듣다보니까 오히려 처음 들을때보다는 평이한 느낌이 없더라구요. 자꾸 들으면서도 위화감이 없는 그런.

환: 그리고 예전엔 앨범의 첫머리에는 꼭 심각한걸 넣었죠. ‘가오’있는걸. 근데 이번에 ‘이 노래’를 처음에 넣은것 자체가 이 앨범을 편하게 들어달라는 일종의 설명이자 안내자같은거죠. ‘편하게 시작하십시오’ 옛날에는 ‘울릴거야,터질거야’였다면. 그리고는 또다시 ‘그늘’로 넘어가서 또 편하게 가죠.




투: 8집과는 대비가 되요. 8집이 편한건 있었지만 우울하면서 좀 답답한 면도 있었고. 사운드적으로도 좀 막힌 느낌이 있었고. 이번 앨범은 규모 자체는 대동소이하지만 분위기는 여유가 있었고 재미가 있어졌어요.

환: 일단 좋은 사람들을 많이 썼고,,,누가 잘해? 조시 프리즈? 그럼 계약해. 이런거였죠. 아낌없이 투자를 했구요. 그네들은 역시 딱 돈값만큼 해요. 비싸면 잘하죠. 예전에는 그래도 ‘야, 그래도 누가 좀 더 싸?’이런것도 따지고 그랬는데 이번 앨범은 그게 없어요. Josh Freeze, Ricky Lawson, Paul Jackson Jr. 뭐 다 유명한 사람들을 기용했죠.

투: 특히 드럼은 뭐. 귀에 확 남을 정도로들 잘 치더라구요.

환: 원래 ‘붉은 낙타’쳤던 친구(* Denny Fongheiser)를 다시 불렀어요. 그때 너무 감동을 받아서...그 아저씨가 7곡을 쳤는데, 한곡 썼어요. 근데 그 곡도 빠졌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좀 이상해졌어요. 97년에 봤을때는 아주 잘생겼었는데 사람이 좀 약간 이상해졌더라구요. 약을 하나 (웃음) 샤프하고, 멋지고 그랬는데...자기 관리에 실패한거 같더라구요. 잘했다고, 됐다고 그래서 그냥 보냈죠.




투: David Campbell은 어떻던가요? 6집 이후로는 첨이셨죠?

환: 네..뭐 완전 거물이 되어가지고...돈고 거의 두배를 받아요. (웃음)

투: 사실 잘은 모르겠어요. 두배의 값이라는 걸 생각하고 또 그때의 음악들과 지금의 음악을 비교해보면 딱히 어떤 면이 대단한가 하는 건 애매해요.

환: 근데 그게..편곡을 다 해놓고 스트링을 맡겼었기 때문에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었을 거에요.

투: 편곡자로서 참여한게 아니었죠?

환: 네 String Arranger(* 현악부분만 편곡을 담당하는 역할)였으니까요. 사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기적’을 바랬던건데.

투: 굳이 박인영씨가 아니라 데이빗 켐벨 이었을때는 그만큼의 이유나 기대치는 있었을거잖아요.

환: 그런데 데이빗 캠벨이랑 할때...이런건 있어요. 미국에는 스트링 하는 사람을 모아주고 또 계약도 해주는 String Contractor라는게 있거든요. 일본여자인데 Suzie Katayama라고 아주 유명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데이빗과 일을 많이 해요. 우리는 그여자와 직접 연락은 안닿고, 그러니까 데이빗 캠벨과 작업하면서 그런걸 또 기대하는거죠. 소리가 정말 다르거든요. 활 긁는 소리같은 것도 확확 나고...예전처럼 그냥 우리가 박인영씨를 미국에 보내서 작업을 하게 되면 일단 연주자 자체를 확신을 못하니까. 그리고 타이틀 곡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비싸지만 쓰고 대박을 터뜨리자, 이런 생각이었던거죠.



투: 결과물은 만족하셨나요?

환: 네, 만족했어요. ‘그늘’같은 경우는 조금은...........그런데 그 곡은 지찬이의 편곡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꽃’이나 ‘지금쯤 너에게’의 느낌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는 했었는데...드럼 루프나 그런게 이미 어느정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놔버려서..

투: 말씀하셨지만 전 그 계열의 편곡에서는 ‘지금쯤 너에게’를 따라올 곡이 없다고 생각해요. Human 앨범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하는 곡중 하나에요. 그 곡에 비한다면 ‘그늘’은 좀 얌전하다는 인상은 있죠.

환: ‘지금쯤 너에게’는 정말 최고였죠. 그런데 사실은 ‘그늘’의 편곡에 대해서 메일을 써서 보낼때 편하게 가달라고 부탁은 했었어요. 화려하지 않게 좀 편했으면 좋겠다...라고.

투: 멜로디가 뭔가 확 터지는 느낌이 아니잖아요.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고.

환: 그런게 있죠. 사실 데이빗의 스타일이야 훨씬 대곡이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에서 진가가 나오니까. 그런데 ‘그늘’은 정말 그 잔잔하게 밀려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데이빗에게 보내서 맡겨야겠다 하고 결심했던 곡이에요. 근데..우리 팬들에게는 별로 지지도가 높지 않아요.

투: 그래요? 의외네.

환: 네. 우리 팬들에게는 ‘손’, ‘울다’, ‘건전화합가요’, ‘Pray for me’ 이렇게 압축되는거 같애요.




투: 우리끼리는 ‘그늘’하고 ‘Rewind'같은 곡이 좋다고 하지 않았었나? (웃음)

환: 뭐 그쯤되면 대중의 귀가 아닌거죠. 저희들도 녹음하면서 ‘rewind’가 너무 좋다고 막 그랬었는데,,정작 공연해보니까 반응이 없어요. 다들 ‘울다’나 ‘이 노래’를 좋아하고. 하긴 우리야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재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건 있죠.

투: 보컬의 감수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울다’가 이승환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 안그래도 서브 타이틀로 생각중이에요. 뮤직비디오 시나리오도 맡겼구요.

투: 그렇군요. 사실 이승환씨의 목소리는 R&B는 아닌데, 오히려 스트레이트한 록보다는 조금은 끈적한 ‘울다’같은 곡에서 진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뭐랄까 조금은 슬프고 끈적이는 맛이 있거든요?

환: 또 ‘울다’가 가장 어린것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좋다...(웃음) 라는 계산도 있죠. 하하.




투: Egg이후로는 보컬상태는 최고인것 같아요.

환: 이번에는 아예 엄청나게 관리를 했죠. 8집때는 ‘Karma'같은거 막 부른 상태로 그 다음날 발라드 부르니까 상태도 안좋고 그런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처음에 약한것부터 불렀어요. 그리고 뒤에갈수록 좀 센거를 불렸죠. 목 찢어져도 되는 ’no pain no gain'같은 곡. 8집때 고생했던게 많이 도움이 되어서 이번에는 아예 철저히 스케쥴 관리를 했어요.

투: 운동하고 몸만드는게 보컬에도 도움이 되나요?

환: 아뇨 도움이 안되요. 운동을 할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요. 목을 막 긁으면서..근데 그게 목에 굉장히 안좋아요. 운동 끝나면 무조건 자요 그래서. 그리고선 다시 목풀리면 녹음하고.




투: 늘 그랬지만 9집의 가사역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있어요.

환: 뭐 언제나 신경을 쓰지만 운이 좋았나부죠 뭐. 나도 모르게 잘 나오게 되니까요. 사실 가사가 제일 고통이에요. 다른것보단. 가사는 정말....메모를 엄청나게 해놔요. 그 중에서 고르던지 하는데...정말 힘들어요.

투: 원래는 사운드 본위 잖아요. 이승환씨는. 가사라는 건 부차적인 부분 아니었나요?

환: 네..그렇긴한데. 내가 사람들에게 결국 보람을 찾는건 결국 가사인거 같아요. 왜냐하면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줬는데 누군가가 공감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면 그게 저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거든요. 멜로디와 달리 가사는 생각을 움직이는거니까요. 물론 더 큰 보람은 ‘사운드 너무 좋았어요’ 이거지만..

투: 거의 못듣죠?(웃음)

환: 거의 못들어요. 내가 막 강요해서 ‘사운드 너무 좋지 않아요?’ 그러면 그때서야...(웃음)




투: 이건 다른 이야긴데, 제가 90년대 중반쯤에 처음 음악평론을 시작할 때 아마 리뷰에 ‘녹음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거의 처음했던 것 같아요. ‘가사’나 ‘사회성’같은건 이야기를 많이 해도 ‘녹음’이나 ‘믹싱’, ‘엔지니어링’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그걸 잘난척 한다고 그랬어요. ‘니가 좀 녹음실 좀 들락날락한거야?’ ‘너 좀 음악 좀 아나봐?’ 이런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많았고. 근데 지금 10년 지났잖아요. 근데 더 황당한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예 몰라요.

환: 하하, 아예 모르죠. 맞아요. 요새 사람들은 MR과 라이브도 구분을 잘 못하는데 뭐.

투: ‘7집과 9집의 녹음 차이를 정말 넌 느껴?’ 이렇게 반문하기도 하죠. 그리고는 이런 댓글도 많잖아요. ‘사람은 192와 320 인코딩의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렇게. (웃음)

환: 하하하. 맞아요. 그런거 꼭 있어. 왜 우리같이 편집증 있는 사람들은 선 하나만 바뀌어도 음이 분명 바뀌는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뭐...PC스피커로 들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투: 그런 의미로라면 그런데 들이시는 막대한 비용같은건 안들이셔도 되는 비용인 셈이죠.

환: 그렇죠. 차라리 그 돈으로 자켓에 신경을 썼으면 (웃음) 아니면 홍보를 많이 하던지. 저는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녹음에 투자를 하자..이런 주의였는데, 그게 어떤 나의 윤택한 미래의 삶을 사는데는...그야말로 ‘쥐약’이었던거 같아요. 하하하. 어른들의 삶으로 풍덩 뛰어들었어야 했는데...(웃음) 근데 후회는 안해요. 드팩같은 경우도 우리 스튜디오가 우리나라에선 녹음실 업그레이드를 가장 먼저 해요. 최신장비고 음도 좋고. 근데 그걸 아무도 안알아주니까. 그래도 할 수 없죠.




렉: 얼마전에 쇼케이스를 하셨는데..제가 직접 가보진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어요. 근데 나중에 갔다온 사람 이야기를 듣고는 ‘이게 무슨 쇼케이스야! 콘서트지!!’ 이랬다니까요. 하여간 뭐 그런면에 관해서라면.......

환: 가오죠 가오. (웃음) 뭐 전부 가오에요. 제목도 그렇고. 그 hwantastic 9도 글자만 5백만원이 들어간거에요.

투: 제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굳이 뭐 제목으로 앨범의 성격을 구분지을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어떤 면에선 제목도 근래 들어 가장 심플한 느낌이잖아요.

환: 가장 라이트하죠. 옛날 제목들이야 뭐 다 가오죠. 삶의 고비, 윤회, 업보......에그도 사실 가오죠.



투: 어제 우리끼리 장난삼아 이승환씨가 이런 어떤 윤회와 업보에 대한 아주 심오있는 불교에 관한 어떤.........

환: 불교신자니까요.

투: 그러니까 깊이 어떤 생각을 하시고.......

환: 깊이 생각 안해요.

투: -_-

환: 그런건 많이 생각해요. 진실과 허상이라던지 선과 악이라던지. 내가 알고 있는게 진실인가 하는 부분.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부분들.

렉: 7집의 ‘물어본다’같은 경우는 ‘붉은낙타’의 속편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환: 네 그러니까 늘 한곡씩은 내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곡을 쓰고 싶어요. 그리도 또 가스펠적인 요소도 넣고 싶고. 하하. 기독교신자도 아니면서.




투: 이승환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은 결국 드림팩토리와 함께 해 온 측면이 크고, 어떻게 보면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된것도 드림팩토리라는 공간 안에서였잖아요.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이제껏 많은 장르의 음악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실험을 해오면서도 그것이 결국 드림팩토리라는 색깔과 틀 안에 머물고 또 규정되어진 측면이 있다는거죠. 그게 장점일수도 있고 또 단점일수도 있구요.

환: 예전에는 분명 그랬어요. 외모도 그렇고 너무 바뀌거나 너무 달라지는건 싫고. 그건 지금도 그래요. 그런데 아무래도 육체와 정신이 같이 간다는게...육체적인게 바뀌다 보니까 성격도 많이 바뀌더라구요. ‘뭐, 그냥 확~ 그냥?’이런 식이죠. 얼마전에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정체를 숨기고 인디밴드를 해보고 싶다,,,이런 말도 같은 맥락이에요. 그게 예전같으면 생각지도 못하던거였겠지만.



투: 무언가 새로운 것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과감히 던진다던지 하는것도 있을 수 있고.

환: 드림팩토리라는 울타리안에서 당연히 제한이 있죠. 우리는 뭘 못해. 공연을 하면 적자가 나야 드팩이고, 음반도 저번에 번걸 다 투자해야하고 그래야 드팩이고. (웃음) 그런데 그게 결국 이승한이라는 이름으로도 똑같애요. 제 이름을 걸고는 못해요. 이승환이란 사람은 대중적이면 안돼...그런데 새로운 것을 어떻게 돈이 없이 하겠어요? 생각은 몇 개 하고 있어요. 랩도 배워서 레드핫칠리페퍼스같은 스타일도 해보고 싶고. 그쪽으로 잘 치는 기타리스트도 구해놨어요. 완전 천잰데...그런데 제가 어떤 계획을 품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는거 같아요. 아마 하게 되지 않을까.




투: 어차피 불황이고, 또 성공을 해도 크지 않으니까 그런 새로운 시도도 오히려 가능할 수도 있죠.

환: 그런데 이제 그런게 이승환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이 알게 되었을때, 그 반감도 대단할거 같아요. 또 기존의 팬들은 역시 발라드를 원하고 좋아해요. 80-90프로는 그래요.

투: 아직도 ‘이승환이 왠 록이야’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건 놀라운 부분이에요

환: ‘그게 록이야?’ 라고도 하죠. 좀 웃긴게, 록을 무슨 스래쉬나 그런걸로 규정지어서 괴기르럽게 해야만 하는거...그게 좀 안타까워요.

투: 매니아들의 답답함도 있죠. 팝이면 인정하는데 이승환은 인정하기 싫다는 폐쇄성....

환: 그렇죠. 사실 진짜로 하고 싶은 음악은 코지 타마키(* 일본 최고의 발라드 가수이자 프로듀서. 그룹 안전지대의 리더)의 ‘레드 와인’인가? 하는 그 앨범처럼 보컬이 다른것을 다 누르는 음악, 그런게 하고 싶어요.




투: 그 말씀 하시니까 코지 타마키와 이승환씨도 공통점이 많다는 느낌이에요. 라이브때의 화려함이나 박력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환: 우리나라 발라드 음악 하는 사람중에 타마키 음악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아마 없을걸요? 안그래도 코지마타키 내한공연을 계속 추진하고는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면이나 전체적인 느낌은 희열이하고 닮은 점이 많은 사람 같아요.

투: 예전에 작업을 같이 했던 분들, 유희열이나 정석원씨와는 작업을 같이 안하시는거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환: 음악이 많이 달라진거죠. 희열이같은 경우는 처음엔 나랑 같이 많이 했지만 태호(오태호)랑 그랬듯이 이제 서로 음악들이 많이 달라져서 자연스레 같이 안하게 된거고, 석원이같은 경우는 원래 저랑은 음악색깔이 많이 달라요. 그리고 일단 또 저를 좀 구박해요. 무섭고. (웃음) 사실 희열이는 이번에 한곡의 편곡을 해주기로 되어있었어요. 근데 나중에 그거 안하게 되어서 말했더니 좋아하던데요? (웃음)




투: 유희열씨와도 인터뷰때 느꼈지만 이제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오히려 음악적인 걸 돌아보고 근본적인 고민들을 하게 되는거 같더라구요.

환: 가정도 생기구요. 나이도 먹어가니까. 또 삶이 너무 안정적이라는 것에 대해 음악하는 사람들은 고민을 하게 마련이구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바라는 것도 그거잖아요. 결국엔 ‘슬픔’인데.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요. ‘그래 내 고통이 숙주로 당신들을 기쁘게 해준다면 고통을 잉태하리라. 아픔속에서 살겠다’ 늘 소재가 그런것에서 얻었고, 이제도 크게 어쩔 수 없을거 같아요.

투: 발라드가 이승환씨의 음악에 벽으로 느껴지실때는 없어요?

환: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제가 그런쪽에 정말 잘 맞는구나 느껴져요. 그러니까 억지로 그걸 벗어나려고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투: 목소리에 그런 감성이 배어 있죠. 그리고 그런 감성이 단순히 지르고, 애절한 노래들에서 발산되는게 아니라 ‘그늘’이나 ‘꽃’같은 곡에서 자연스레 느껴져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에서도 뒷부분의 내지르는 보컬에서보다는 도입부나 중간의 멜로디에서 설득력 있게 다가오구요.




호: 저는 이승환씨의 5집과 6집을 상당히 좋아해요. 그 이유가 저는 이승환씨가 록에 상당히 잘 맞다고 생각하고 특히 5,6집의 모던록 풍의 음악을 들었을때 분명히 영미권의 모던록과는 다른 그런 면들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거든요. 크로스오버적이면서도 재밌는. 그런 부분이 그런데 국내 매니아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투: 늘 그런거 있잖아요. 유희열이나 정석원, 이승환은 평론가에는 인기가 없잖아요. 키취라서 유치하다 이러면서.

환: 엄숙주의에 빠져서 그렇죠. 사실 그 키취라는게 얼마나 우리의 정서를 지배했던 가장 중요한 코드인데...블랙 사바스만 들었나? 왜 그래? (웃음) 근데 우리도 처음 음악하고 밴드 시작할 때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우리가 최고야’라면서 우리 빼고는 유명한 밴드도 맨날 욕하고 그랬으니까. ‘저게 록이야? 잘하는거 맞어? 이러면서’ (웃음)




렉: 예전에 어디서 읽었는데, 이승환씨는 남 노래는 잘 안들으신다고.

환: 아뇨. 많이 듣는데,,,듣는거만 들어요. 어떤거는 1년 내내 듣기도 하구요.

투: 요새 들으시는거는...

환: 요새는...Jason Mraz를 들었는데..어, 역시 John Mayer가 한 수 위구나. (웃음) 사실 음악 잘 안듣는다는 거는 와전된거에요.

투: AV는 워낙 매니아시잖아요.

환: 근데 그것도 요새는 시들해요. 새로 엄청 비싼걸 들여놨는데 또 조금있다가 더 지원되는 뭐가 나오고 또 뭐가.....이런식으로 하다보면 ‘아, 이거 내가 왜 지르고있지?’ (웃음)




.

.

.

.

그리고..........





Epilogue / 나도 운동좀 해야겠다.



이야기는 주제를 바꿔가며, 또 화제를 섞어가며 숨가쁘게 이어졌다. 밥을 먹고, 물잔을 연신 비우고, 사실 얘기의 끝이라고 할만한 뻔한 클로징 멘트하나 없을정도로 그냥 그렇게 편한 인터뷰는 어느새 끝이 났다. BC 603때의 공연을 기억한다는 투째지, 군대에서 고참이 듣지 말라고 했던 Cycle의 추억과 더클래식 공연장에서의 웃지못할 해프닝을 이야기하던 호떡바보, 그리고 씨디에 기념싸인을 받다가 본명을 보고서는 예전에 썼던 글을 기억하던 이승환의 모습에 감격을 하던 렉스까지. 모두 음악 리뷰어나 인터뷰어, 그리고 평론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음악팬으로써 아주 솔직하고 담백했던 자리였다는 느낌을 가지고 또 그렇게 헤어지고 있었다. 언제 또 좋은 자리가 마련될지 모르겠지만, 음악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가진, 그리고 30대의 몸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던 이승환, 부디 건투하시길!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