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클럽] 가수 더 필름, "신비감주려고 얼굴 감췄죠"

2집 '난 A형이잖아'들고 자주 찾아갈것

 신비주의를 표방하는 가수 '더 필름'이 2집 공개를 앞두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엄살을 부리며 모든 음악작업을 혼자서 진행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자신만의 농도 짙은 음악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그에게선 어느덧 프로의 냄새가 솔솔 난다.

작곡 등 모든 음악작업 혼자서 진행

음악보다 글쓰기 더 좋아해…홈피 꾸미기 취미

 -더 필름(The Film)이라고 예명(본명 황경석)을 지은 이유가 뭔가요.

 ▶'눈을 감으면 영화처럼 한 장면이 스쳐지나갈 수 있게'라는 뜻으로 지은 음악적 예명이에요.

 -이번에 2집 앨범을 발표한다던데.

 ▶네, 두 번째 앨범 타이틀 곡이 '난 A형이잖아'예요. 제목은 유치한데 애잔한 발라드 곡이죠. 1집 수록곡 '괜찮아'는 빠른 곡이었는데 이번에는 따뜻한 발라드 곡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1집과의 차이점이라면.

 ▶1집 앨범에는 밝고 예쁜 음악들이 많았는데요. 이번 앨범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차분해진 슬픈 음악들이 많아요. 제가 실연을 당한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애잔한 곡들이 많습니다.

 -2집 앨범의 특징이라면.

 ▶이번 앨범도 제가 다 만든 앨범이라는 데 의의가 있어요. 그렇게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곡은 없지만 다 제 손때들이 묻은 곡이에요. 집에서 작업하면서 코러스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그랬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데.

 ▶4년 전에 유재하 가요제에서 '이를테면'이라는 곡으로 동상을 받았는데요. 대회 나가기 일주일 전에 썼던 곡이에요. 당시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쓴 곡인데…. 그 노래가 제게 참 많은 기회를 준 것 같아요.

 -1집 활동 때 얼굴을 많이 내질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1집 때는 음악으로 먼저 보여져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비주의를 추구했어요. 그러다 궁금증이 증폭되면 언뜻언뜻 사진만 공개해서 '은근히 나쁘지 않다'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했는데 신비주의가 정말 신비하게 되어 버렸죠. 그래서 2집 때는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1집 활동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여러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가 있었는데 편하게 마시고 싶어서 제가 가수라고 밝히지 않았거든요. 그 때 술집에서 '괜찮아'가 나오니까 여자분 둘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누구 노래냐고 물었더니 성이 '더'고 이름이 '필름'이라는 거예요. 한참 웃었죠.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감동을 주고 싶었거든요. 감동을 주는 일은 주변에 참 많은데 그 중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음악이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어렸을 때예요. 한번은 할머니가 저를 재워주시면서 옆에 기차가 지나가면 '새마을호다', '통일호다', '무궁화호다' 하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후 제가 누워 있다가 기차 소리만 들리면 '어, 새마을호 지나간다'고 했었대요. 소리만 듣고 기차를 구분했던 거죠. 그런 거 보면 음악적으로 귀가 예민한 거 같아요.

 -미니홈피 일촌이 이천 명이 넘는다던데.

 ▶소문 듣고 찾아오시는 팬들과 일촌을 맺었는데 어느 날 세어 보니까 이천 명이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적어도 이천 장은 팔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취미라도 있나요.

 ▶사실 저는 음악보다 글 쓰는 걸 더 좋아해요. 홈페이지에도 글을 많이 쓰고, 습작 같은 것도 많이 만드는 편이에요. 그리고 인터넷을 좋아하다 보니까 미니홈피를 '연예인 같지 않다' 싶을 정도로 잘 꾸며요.

 -살이 쪄야 음악이 잘 된다는 괴짜 발언도 했는데.

 ▶작업할 때는 살이 좀 쪄 있어요. 살이 쪄 있어야 행복하게 곡을 쓸 수 있는 거 같아요. 예술인들은 배고파야 음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행복해야 곡이 잘 나오더라고요.

 -그럼 앨범작업 전후로 몸무게 차이가 많이 나나요.

 ▶지금은 54kg 정도인데 작업할 때는 60kg정도 나가요.

 -'더 필름'만의 음악 색깔이 있다면.

 ▶저는 기억에 남는 구절을 많이 돌리는 편이에요. 저 나름대로는 '반복의 미학이다', '기분 나쁘지 않은 세뇌다'라고 표현하죠. 타이틀곡인 '난 A형이잖아'에서 '난 A형이잖아'가 여덟 번이 나오고, '안녕'이란 곡에는 '안녕'이란 말이 서른 번도 넘게 나와요.

 -2집 수록곡 '요즘말야'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한석규 김지수씨가 출연한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 OST에 '요즘말야'가 삽입됐어요.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주시는 편이에요.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영화에 삽입되어서 마음이 편하면서도 살짝 부담도 되고 그래요.

< 최재성 기자 kk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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