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남자는 헤어진 뒤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



[노컷인터뷰] 9집 '환타스틱' 발표한 가수 이승환

뮤지션의 '현재'를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기쁨 혹은 아픔이 담긴 노래는 뮤지션의 창작 의도와 상관없이 듣는 이에게 쉽게 속마음을 들키기도 한다.

이승환의 새 음반도 그렇다. 이승환과 판타스틱의 합성어 '환타스틱((Hwantastic)'이란 이름의 9집은 제목처럼 마냥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들었다는 타이틀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창작 배경과는 별개로 '마지막 사람일거라 확인하며 또 확신했는데 욕심이었나 봐요, 나는 그댈 갖기에도 놓아주기에도 모자라요'란 가사에서 이승환의 '속'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뮤지션에게 부여되는 대중의 오해일 수도 있고, 창작자의 숨은 의도일 수도 있다.

이승환은 "별 수 없다"고 했다.

"'천일동안'도 그렇고 지금고 그렇고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있는 그대로만 할 뿐이다. 누군가는 내게 '넌 왜 분노가 없니, 넌 왜 표출하지 않니'라고 묻는다. 남자는 헤어지고 나면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는 말이 내게 적용된다. 옛말을 믿는다."

"내 음악은 획일적이지 않은 이미지로"

9집에는 80곡을 모아 25곡을 녹음하고 간추려 13곡을 담았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란 중의적 제목의 타이틀곡을 두고 이승환은 "나무라는 것일 수도 있고 의문스러움, 경의로움의 표현 일수도 있다"며 "여러 어감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음악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 해석하지 않는다. 누군가 '이거다' 이미지를 주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내 음악만은 획일적이지 않은 이미지이길 바란다."

'주입식 이미지'를 거부한 이승환의 새 음반에는 보디빌더를 위한 노래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 : 김진표 피처링)'과 삶을 돌이키는 '프레이 포 미(pray for me)', 웃기려고 만들었지만 완성하니 웃기지 않은 '건전힙합가요(45RPM 피처링)' 등 13곡이 담겼다.


그 중 제목이 노래의 반을 말해주는 '소통의 오류'는 이승환의 작은 의문에서 출발한 곡이다.

"난 '집돌이'다. 내가 좋은게 좋은거니까, 압구정동도 1년에 한 두번 가는 게 전부다. 영화도 DVD로 집에서 본다. 그래서 남의 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하는 말의 대부분을 사람들이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 내 마음을 50%라도 이해할까, 늘 의문이다. 이해의 모든 앞은 오해다."

9집, CD로 발매하는 마지막 음반

이승환은 이번 음반에서도 어김없이 녹음에 세심한 공을 들였다. '천일동안'에서 호흡을 맞췄던 미국 명 프로듀서 데이비드 캠벨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전곡을 녹음했다. 지난 1995년 4억원을 들여 미국에서 녹음하기 시작하면서 벌써 10년째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좋은 소리를 위해 녹음에 배의 정성을 쏟고 있지만, CD 시장의 불황은 아쉽기만 하다. 때문에 9집 이후 정규음반에는 CD 발매를 하지 않을 작정이다.

"CD가 아니라면 mp3보다 wave파일처럼 좋은 음질로 다운로드 받게끔 할 생각이다. 디지털 음악 시장이 음반 시장을 확대했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10대 음악 시장만 커졌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Idol) 그룹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가장 크게 간과하는 문제는 20~40대가 음악을 찾아서 즐길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이승환은 "3~4년 전부터 가요계가 힘들어 질 것이라는 강성 발언을 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웃음과 달리 계속되는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음반은 자기 만족이니까 (내가) 다른 식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10명 뿐이라도 1만명으로 느껴진다. 그게 음악인의 사명이고, 그래서 음악에서 소리가 간과돼서는 안된다."

"몸짱 변신? 팬들이 몸을 만져 공연에선 긴 티셔츠만 입을 생각"

9집을 계기로 이승환에게 닥친 가장 큰 변화는 '몸의 변화'다. 지난 4월 시작해 꾸준히 실행 중인 운동 덕분에 이전 보다 탄탄한 몸매를 갖게 됐다. '이승환 몸짱 변신', '이승환 몸짱스타 대열 합류' 등의 기사들고 잇따라 등장하는 중이다. 운동이 갖고 온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클럽 공연을 하는데, 팬들이 그 틈에 몸을 마구 만지더라(웃음). 깜짝 놀랐다. 이제 공연에서는 긴 티셔츠만 입어야겠다. 1년을 작정하고 운동하고 있다. 집에서 아령과 역기, 스미스머신을 두고 운동한다. 호르몬 때문인지 동그랗던 얼굴도 약간 각이 졌고 데뷔 후 체중이 54kg로 변함 없었는데 근육량이 늘어 61kg이다. 남성스러워지는 것 같다."


사실 이승환이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여는 단독 공연 '무적 2006'을 위해서다.

지난 1999년 '무적'이란 이름으로 벌인 첫 회 공연 뒤 스스로 "국내 공연 틀과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영향을 미친 콘서트"란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관객에게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다.

3일을 위해 1년동안 몸을 만들 정도로 '콘서트'에서는 지기 싫어하는 이승환은 1년이면 몇 차례나 계속되는 공연에 빠지지 않고 동참하는 팬들을 향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외쳤다.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승환은 최근 바꾼 이 좌우명에 힘입어 오랫동안 미뤄왔던 스쿠터를 구입해 한창 타고 있다.

"먼 훗날 대중들이 '좋은 가수가 있었다"고 스치듯 기억해주길 바랄 뿐"

1년 전, 라이브 음반 '반란(反亂)'을 발표한 이승환을 만났을 때 그는 유난히 '진퇴양난'과 '사면초가'란 단어를 자주 꺼냈다. 꾸려가는 사업과 음악적 변화를 모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1년이 지난 뒤 당시의 기억을 꺼내며 '진퇴양난'과 '사면초가'를 다시 물었다.

"벗어났다. 먼 훗날 대중들이 '좋은 가수가 있었다'고만 스치듯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기억으로만 남아주면 된다. 난 한 번도 1등을 꿈꾼 적이 없다. 다만 누군가 좋은 소리를 위해 노력한 것을 기억해 '좋았다'고 생각해 준다면…. 난 소리를 지키고 싶고 음악의 진정성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니까. '승환형에게 영향 받았어요'란 말, 솔직히 듣고 싶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 기자 dlgof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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