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cyworld.com/mightbe 필름님의 '소년의 라디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당신은 숨을 쉴 수가 있습니까
황경석 2005.06.03 08:35 33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적이 있습니까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 하늘에 없다면
당신은 살아갈 자신이 있습니까
숨을 쉬며,
밥을 먹고,
잠을 잘 수가 있습니까
여기,
한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자는 한 대학의 음대생이였습니다.
그는 신랑 측 친구로 결혼식에 갔다가
신부측 친구로 온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리게 되죠.
그 후 스토리는 어땠을까요
남자는
온갖 정성을 들여 구애를 했고
감동한 여자는
결국 그의 마음을 받아주었답니다.
둘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죠
하지만 여기서
스토리가 끝난다면 재미가 없겠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
그녀의 아버지는 가진 것 없고
앞길도 불투명한 음대생과의 교제를
심하게 반대했답니다.
힘들대로 힘들어진 두 사람,
결국 이별을 하죠
하지만 헤어져 있는 건 쉬울까요.
떨어져 있는건 교제하는 동안 반대에 부닥치는 것 보다
더 힘들더랍니다.
결국 여자는 돌아왔답니다.
가진 것 없는 남자는
여자에게 한 편의 노래를 써줬죠.
그 노래를 듣던 날 여자는
한참을 울었답니다.
둘은 비온뒤 땅이 굳듯,
더욱 굳게 사랑을 맹세했고
결국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답니다
그들의 앞길엔 푸른 빛 축복 뿐이였죠
어느새 남자의 형편은 나아져서
밴드에서 건반을 연주 하기도 했고
운좋게 몇몇 가수들 앨범 귀퉁이에
자신의 곡도 싣게 되었고,
마침내 자신이 쓴 곡들로
작은 앨범도 내게 되었답니다.
앨범을 내던 날 그녀는
자신의 일처럼 좋아했답니다.
앨범 자켓엔 큼지막하게
그녀에게 주었던 곡의 제목이 찍혀있었어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몇 달후
그는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떠납니다
사랑하는 마음까지 가지고, 훌쩍.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차츰 생길 무렵, 훌쩍.
무슨 영화속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게 훌쩍.
다른 하늘로 떠났습니다
여자는 두 번째로 울었습니다
당신이란 작자는 무언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엉엉 울더랍니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겠다고
노래를 불러주더니
이렇게 혼자가는게 어딨느냐고
사는 동안 흘릴 눈물을 다 흘리더랍니다
남자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답니다
남자는 세상을 떠나고 작은 명성을 얻었습니다
생전엔 그리 찾지 않던 그의 앨범은
비로소 그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한겁니다
야속한 사람들,
그제서야 알아본 겁니다.
왜 그제서야.
그의 이름은
조금씩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들은 아니였습니다.
사랑하던 남자의 흔적을 지우기도 벅찬데
그 사람의 음악이 지나가는 레코드사마다 나오고,
그의 음성이 타는 버스마다 흐르고
방 안 작은 라디오에 마저 흘러나오는
한국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던 그녀는
멀리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흔적이 없는 곳,
그런 곳, 어느 한적한 유럽으로.
아마 그녀는 숨쉬기 조차 힘들었을거에요
세월이 흐르고
남자가 드리운 그리움도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된 어느날
여느때처럼 그녀는
읽을 책들을 몇가지 들고
산책을 하다 어느 고풍스런 찻집을 찾았답니다
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여자는
다시 숨이 가빠오기 시작합니다
숨을 쉴수가 없고
밥을 먹을 수가 없고
눈을 감을 수 없는 바로 그 느낌
아련하게 카운터쪽에서 부터
여자의 귓가로 들려오는 그 음성은
분명 그 남자의 것이였습니다
그는 주인장을 불러 어찌 된일인지를 물었습니다
동양에서 놀러온 학생이 이 곳에 묵을 때
자주 틀어달라곤 하던 레코드판인데
깜빡하고 판을 놓고 갔다는 겁니다
듣기에도 좋고 편안한게
손님들도 좋아하길래
가끔 튼다는 말까지 듣다,
그 여자는 울컥
다시는 흘리지 않기로 한
세 번째 눈물을 또 한 번
펑펑 흘려버리고 맙니다
나쁜 남자.
남자는
하늘로 떠나고도
그의 흔적을 여자가 잊는게
몹시 싫었나 봅니다
머나먼 이국 아침 햇살의 공기를 타고
그렇게 여자의 귓가에까지 날아간 걸 보면 말이죠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살아갈 자신이 있습니까
숨을 쉬며,
밥을 먹고,
잠을 잘 수가 있습니까
아마 나는
그러지 못할겁니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은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지난 추억을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
내 모든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故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2005. 6. 2 Written By The Film
http://www.thefilmmusic.com
++++
잊혀진 기억,
잊혀진 노래들에 대해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따뜻함이 있는
라디오를 좋아하는지라
소년의 라디오라 이름하였습니다
내가 그 허름한 남자의 학교를 나와
그를 추모하는 가요제를 통해
이렇게 곡을 쓰고 노래를 하고
앨범을 내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도 그의 흔적 안에 있습니다.
언제나 그에게 감사합니다
한동안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좀 틀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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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글 넘 잘쓰셔 ㅜㅜ
그저 좋다고 듣고 부르고 감동하기나 했는데,
'사랑하던 남자의 흔적을 지우기도 벅찬' 사람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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