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전자드럼 DD-602 구입하다


요놈을 사고 싶었으나...

 

교회가 좁아 어쿠스틱 드럼은 너무 덩치도 커서 놓을 자리도 없고, 좁은 곳에서 소리는 또 너무 커서 성도들이 감당을 못하는 관계로 지하실로 쳐박힌지 오래이다. 교회음악을 활성화시키기는 커녕 이렇게 후퇴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심끝에 결국 이러한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교회들이 많을 것이다.

 

 "전자드럼을 사자"

 

오호라 전자드럼. elec. percussion. 사나이의 로망이 아닌가. 볼륨조절도 되지, 장르에 따라 소리를 바꿀 수도 있지, 공간도 적게 차지하지, 접어두기도 편하지. 만만찮게 뽀대도 일반 드럼 이상이지. 연습할 때 조용하지, 모든 면에서 꿈의 악기라 할 수 있다. but, 그러나 현실이 이토록 이상적이랴. 한 500만원대 V-Drum Session kit 이라도 사지 않는한 전자드럼이 단돈 50만원짜리 어쿠스틱 드럼만이라도 할까. 그 이하로 보심이 적절하다. 말도 안되게 떨어지는 가격대 성능비에, 무감각한 트리거의 센스와 고무판 때리는 답답한 감각, 반박자 늦게 나오는듯한 레이턴시. 겉보기에 은근히 뽀대나는 데 비해 연주자들에게 있어서는 갑갑함 그 자체일 것이다.

 

전자드럼은 좁은 개척교회라는 특수성에 있어서 매우 많은 잇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앞에 말한 이러한 문제점때문에 대다수의 교회에서 도입하기에 난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때에 가뭄의 단비같은 전자드럼셋이 나왔으니

 

이름하여 DD-602

아쉽게도 요놈이다.

 

중요한 것은 "싸다"는 점이고, 단순히 "칠 수 있다." 라는 점이다. 단돈 80만원에 나온 물건이다보니 기분상 애들 장난감같다 ㅡ_-;;; 타사의 V-drum이나 DTX 등의 보급형 제품군의 미니멈이 두배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but,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품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단순히 드럼을 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드러머의 존폐에 관련된 문제(-_-)이기 때문에 드러머가 답답하느니 감이 안좋으니 퍼포가 안나오느니(-_-) 떠들 여지가 없었다. 그런 관계로 드러머의 의견 개진의 기회 전혀 없이 완전히 묵살당하고 말았는데... 다행히 물건을 본 드러머가 만족하고 있었다. 쳐보고 실망하던 어쩌던 둘째 문제고 첫인상에 분명 만족하고 있었다. ㅡ_-+ 물론 만족 안하면 어쩔건데? 좁아서 스틱 부딛히고, 연주하다 벨로서티 조절 안되어서 맛탱이 가고, 때리는 감이 고무때리는 느낌이라 갑갑하고 어쩌고 불평해봐야 어쩔건데? 멀쩡한 어쿠 드럼으로 지하에서 혼자 칠래? 이걸로 같이 칠래?

 

의외로 이넘의 뽀대만 놓고 보자며는 V-drum TD-3 세트 이상이었다. 정말 의외인 사실이지만 나으면 낫지 떨어지지 않는다. 모듈만 장난감같을 뿐이지 (어쩌면 모듈의 장난감틱함은 DTX보다는 나을지도 ㅡ_-;;;) 고무판인 V-drum이나 DTX의 염가형에 비해 DD-602는 표면에 실제 탐과 같은 가죽피를 입힐 수 있게 되어 탐의 타격감만은 저가형중 압도적으로 좋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가죽피는 너덜너덜해지면 같은 사이즈의 (5~6인치정도?) 어쿠스틱 드럼피로 바꿀수 있다! 트리거째로 바꿔야 하는 타사의 제품군에 비해 오래갈 것 같은 기대를 준다. (그러나 실제 타부분 내구성이 빈약해 오래 못간다고 한다. 2년 쓰는게 목표다.) 반면에 스네어나 심벌의 듀얼트리거나 뮤트 등은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롤랜드,야마하가 미친것이지 어디까지 바라는가? ㅡ_-;;) 아,그런데 엽기적인 것은 실제 드럼처럼 피를 씌우기 위해 림이 있는 관계로 듀얼트리거 없이 그냥 림샷해도 된다. ㅡ_-;;;

 

롤랜드 TD-6 모듈

 

실제로 연주시의 답답함은 생각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드러머가 아닌 필자가 쳐보기에도 매우 불편하며 (불민한 탓이겠지만) 스틱이 엉키고 부딛히고 날아다니는 불상사가 겹쳐 제대로 된 연주는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적응기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필자보다 드럼에 능숙한 드러머라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라 나혼자 믿기로 했다. 필자는 드럼을 잘못 배워서 (겉멋만 들었다. ㅡ_-) 드럼 널찌기 펼쳐놓고 스틱 길게 잡고 거의 누워서 치는 거만드러머 자세이기 때문에 좁은 전자드럼에서 스틱을 날리는 것 뿐이지 아마 정석적인 드러머라면 이러한 문제는 금방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설치시의 컴팩트한 사이즈와 접어놓으면 방송실에 보관해도 되며 교육관과 본당사이를 옮기기도 편리하다. 드럼셋 옮기려면 다섯명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두명이면 해결된다.  (드러머와 드딱~ 한명이면 다된다.) 무엇보다 싸기 때문에 나중에 망가뜨려도 그때 가면 더 좋은거 사겠지 하며 막 굴릴 수 있다. 필자의 교회같은 개척교회는 특징상 좋은 악기를 사서 좋은 연주를 선보이기보다는 아무나 막 굴릴 수 있는 악기를 구매해서 많은 사람들이 배우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용도로는 DD-602가 더없이 좋은 악기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소리가 불안했기 때문에 모듈을 후에 D4나 DM5등의 싸고 좋은 악기로 교체할 예정으로 구입했던 것인데 현재까지 소리에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모듈의 교체 계획을 접었다. 최소한 홈 스튜디오 레벨은 아니더라도  필자의 교회 수준에서 이러한 소리에 대한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라 하겠다.

 

가격을 감안하면 특별한 단점이 없는 악기이다. 다만 이름값이 제로고 이로인한 A/S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검증된 바가 없다는 점, 트리거의 기본적 성능상 한계 등이 있지만 약간의 편견만 버린다면 솔직히 교회에서 사용하기엔 매우 훌륭한 악기이다. 어린 뮤지션 후보들의 꿈을 키우고 성장시키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다. 교회에서 믿음의 영역도 중요하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역할 역시 중요하지만 젊은 후보생들을 혹하게(?) 만드는(좋게 말해서 꿈을 키워주는) 것 역시 교회 음악가들이 맡은 소중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누군들 이넘이 갖고싶지 않겠는가

 

사진출처:Drum Land (http://www.drumland.co.kr)

 

이창석 (musiki)

CCM 작/편곡자

http://musikis.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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